펜,  스케치북, 오토바이가 삶의 도구였던 존 버거. 그는 영국 저널리즘의 속박에서 벗어나 1962년 30대 중반에 스위스 제네바로 떠나 프랑스 시골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예술과 정치에 관한 글을 90세 마지막 날까지 써내려간다. 미국의 비교문학가인 조슈아 스펄링이 쓴 존 버거의 평전, <우리 시대의 작가>의 서문과 '리얼리즘의 전투'라는 제목의 첫 장을 읽었다.

스펄링은 이 책이 전통적 전기 형식이 주로 담고 있는 '사사로운 영역을 깊게 빠져'들지 않고 "존 버거처럼 해가 바뀌어도 역사감 각과 희망의 원칙에 기대어 나아간 작가의 경우에는 그 작업의 흐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지 모른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의 예술 지형과 존 버거의 업적을 교차시키고자 한다.

 

 

존 버거가 지향하는 예술관은 리얼리즘에 있었다. 그가 미술대학에 다니던 1940년대 중반은 아방가르드와 초현실주의 미술이 각광받던 때였다. 하지만 버거는 2차 세계대전 전, 잠시 영국에서 유행했던 유스턴 로드파와 전통 자연주의 화풍을 따르고자 했다. 그는 점점 '사적인' 취향의 그림보다는' 대중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로열 페스티벌 홀(런던의 공연장)건설 현장의 노동자, 브르타뉴 지방의 어부, 크로이던의 주물공장 일꾼, 발레 무용수, 거리 공연자들이 존 버거 그림의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전시회에서 그의 그림들이 미지근한 반응을 얻자, 버거는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없음을 받아 들이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기로 한다.


다행히! 민주사회주의 신문인 <트리뷴>에 실린 버거의 책과 전시회 리뷰는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된다. 이후 그는 라디오와 티비에서 미술비평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는 '우리를 위한 예술'을 추구했던 작가, 존 버거. 그는 리얼리즘에 맞서 모더니즘이 떠오르는 1950년대,<뉴 스테이츠먼>에 모더니즘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한다.


"현대의 운동과 그 모든 하위 분파가 이제 해체된 것이 현실이다.

당파적 규율이 사라지고 이론들 대부분은 실제에서 엄밀함을 잃었다...

현대 화가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이들의 매너리즘을 피상적으로 모방할 뿐이었다.

그 결과 무의미하고 혼란스럽게 더듬거리는 작품들이 나왔다."(53쪽)

<우리 시대의 작가>의 중, 후반부에는 < 보는 방법>4부작과 존 버거의  소설  <우리 시대의 화가>, <G>에 관한 평이 자세히 실려있다. 하여, 이 책은 잠시 접어두고 존 버거의 소설을 먼저, 하나씩 읽어보기로 한다.

 


존 버거는 지식인에게 관심을 갖는 만큼 농민에게도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질문을 받아도 정확히 답하고 싶어 합니다. 한참 생각하다가 마침내 아주 분명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실한 대답을 내놓아요. 자신이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데 두려움이 없습니다. - P22

모든 예술 작품은 당장의 맥락에서는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무기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 맥락이 바뀌고 나서야만 예술품으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타당한 예술은 열정적이고 상당히 단순한 삶에 대한 신념에서 나오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편협하게 될 소지가 있다. - P44

노점 상인들이 생각에 잠겨 화이트채플 아트 갤러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훈훈한 감동은 없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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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03 11: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버거의 그림 실력이 저 시대에 인정을 받지 못했다니 ㅜ.ㅜ

버거의 스케치를 좋아 하는 저!🖐^^
가끔씩 제 스케치북에 따라 그려보곤 합니다 ^ㅅ^

청공 2022-01-06 02:43   좋아요 2 | URL
예전에 scott님께서 쓰신 존 버거 페이퍼에서 버거의 스케치 풍성하게 구경했지요(파울 클레 느낌도 나는~)저는 버거가 그린 노동현장이 담긴 그림들이 궁금한데요. 책에는 <비계>라는 한 장의 그림밖에 없었어요. 대략 구글링 해봤는데도 안보이더라구요. (날잡아 다시 찾아보려구요) scott님의 스케치북도 구경하고 싶네요 ^ㅅ^

초란공 2022-01-03 11: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음 읽을 존 버거에 관한 책으로 <우리 시대의 작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먼저 읽어볼껄하는 생각이 드네요^^

청공 2022-01-06 02: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초란공님 벌써 존 버거 책 읽으셨으니, 우리시대의 작가가 차례겠어요. 저는 버거의 소설도 아직 읽기 전에 요책을 새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