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광주 연작 3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시절 광주에 간 적이 있었다. 처음 목적지는 담양이었다. 가사문학 답사여행을 갔던 시절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베스트셀러로 회자되던 시기였다. 식영정과 소쇄원을 거쳐 송강 정철의 발자취를 따르는 길이었다. 광주는 그냥 지나는 길에 잠시 들른 곳이었다. 지금의 국립 5·18 민주묘지가 아니라 망월동 묘역이었다. 말로만 듣던 그곳에서 가장 눈을 뗄 수 없던 것은 이름 없는 이들의 묘비였다.

  『두 아이』는 광주에서 희생된 열한 살 전재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마을 선산에서 놀던 중 총격에 놀라 달아나다 목숨을 잃은 열한 살 소년과, 스페인 내전 중 게르니카에서 독일 나치군의 폭격으로 죽임을 당한 동갑내기 아이가 천국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두 아이의 대화를 통해 아이의 시선으로 죽임을 당한 순간을 되돌아보며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게 된다. 

 추악한 자본가는 자신의 극우적 사상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뻔뻔한 추종자들은 인증샷을 통해 혐오와 왜곡된 역사관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뻔뻔함은 기업의 마케팅실에서만 자라는 게 아니다. 역사를 지우고 싶은 자들은 언제나 일상의 언어와 소비의 형식을 빌려 그 욕망을 드러낸다. 이야기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못하게 만들고, 기억해야 할 것을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망월동 묘역에서 마주쳤던 이름 없는 묘비들의 이름을 되찾아 주는 일도 이야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