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숙제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우리 세대 어른들이라면 '우표'가 제일 먼저 떠오를테다. 아이들의 수집은 '공룡 모형, 만화 캐릭터 카드, 파워몬스터 스티커, 과자 봉지, 껌 종이, 병뚜껑, 조개껍데기, 아이들 사진....."
무언가 오랜 시간을 들여 모으고 정리한다는 것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에 관심이 있고 사랑하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어쩌면 선생님이 이런 수집이라는 숙제를 내 준 이유는 관심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런 결말이라면 아이들에게 흥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할 것이다. 레오가 처음 수집한 것은 엄마의 잔소리에 이어 000였다. (요건 책을 직접 읽어보고 그 느낌을 직접 겪어보길 권한다. 절대 예상할 수 없지만 그럴 법한.... 그리고 보건 선생님의 감수까지 거친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찰의 결과)
이런 아이다운 상상력과 반전이 있어야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질 것이다.
첫번째 에피소드가 선생님의 숙제로 시작했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 <독서 시간에 만화책 보고 싶어>는 레오에 의해 수업시간이 새롭게 채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숙제를 레오의 엉뚱함과 재치가 재미있는 수업으로 만들었다면 두번째 에피소드는 일반적인 수업을 레오의 고집(?)이 의미있는 수업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독서 시간에 만화책 보는 것을 금지한 선생님. ( 나 역시 만화책은 집에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 보니까 교실에서는 만화책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만화책을 독서시간에도 보고 싶었던 레오는 웹툰 작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만화책의 좋은 점을 학교에 와서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계속되는 만화가들의 거절 끝에 드디어 모르는 만화가 한 명에게 허락을 얻어낸 레오. 만화가가 교실에 찾아와서 만화를 이런 점이 좋아요하고 끝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선택한 만화가의 인물 설정이 매우 흥미롭고 마음에 들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수업시간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이야기를 수업을 가져왔다. 학교 앞 붕어빵 가게가 장사가 잘 안된다는 소식에 붕어빵을 팔 수 있는 방법을 친구들에게 홍보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세번째 에피소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붕어빵 대회를 여는 과정이었다. 처음 레오가 붕어빵대회 안내장을 학교에 붙이려고 가지고 갔을 때 백호선생님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달의 인물 포스터를 본따서 '우리 주변의 인물' 알아보기 활동으로 바꾸어 교감선생님께 허락을 받는다. 단순히 붕어빵 만드는 방법 아이디어 응모는 1회성 이벤트지만 '우리 주변의 인물' 포스터는 붕어빵 가게 아저씨의 스토리와 함께 붕어빵 대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이라면 나도 수업에 꼭 적용해서 아이들과 참여해 보고 싶을 정도다.
선생님의 일방적인 과제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교과 수업 시간을 확장하는 두번째 이야기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리 일상 속의 이야기를 수업에 끌어오는 과정으로 마무리된다. 이건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의 변화과정이었다. 이번 책은 아이들 책을 아이들 눈높이로 읽지 못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의 눈으로 읽었다. 요즘 2학기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고민이 머릿 속을 가득채워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