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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매니지먼트 - Managem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러브 매니지먼트>는 보는 사람의 염장을 지르는 영화다. 어울리지 않는 두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과 스티브 잔의 조합을 보는 것이 가장 불편했다. 두 배우 모두의 팬이 아닌 나로서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 생각하고 이 영화를 선택했는데(사실 <어글리 트루스>와 같은 재미를 느끼길 바랐다. 전형적인 플롯이지만 이야기를 알콩달콩 꾸려가는 연출력이나 배우들의 조합이 썩 괜찮았던 탓이다), <러브 매니지먼트>는 내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던 것이다. '스티브 잔'이라는 배우를 전작인 <퍼펙트 겟어웨이>에서 눈도장 찍었던 나에게, 그가 원래 코믹영화에서 활약하던 배우라고 해도, 이 영화의 순수청년 마이크의 캐릭터가 겹쳐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 것도 모릅니다'라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고 있어도 언젠가는 본색을 드러낼 이중인격자같은 얼굴로만 보였다.
더구나 영화는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에피소드들의 무한 반복으로 보는 이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샴페인이나 와인을 가져다준 답례로 엉덩이를 만져보게 해 주는 여자, 대륙의 반을 가로질러 '편도' 티켓을 들고 여자를 무작정 찾아가는 남자, 옛날 남자친구가 찾아왔다고 바로 따라가 동거를 시작하는 여자, 처음 본 남자를 자신의 가게에 숙식제공으로 취직시키는 것이나, 실연의 아픔을 불교에 귀의하는 것으로 달래는 것 등의 개연성 없는 에피소드들은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지 않았다(영화를 보면서 혹시 개봉하면서 삭제된 분량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큰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러브 매니지먼트>는 한 여자만을 죽어라 짝사랑하는 일편단심 민들레, 해바라기, 기타 등등의 순애보적인 상징으로 대체될 수 있는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첫눈에 반한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와인과 샴페인 등의 선물 공세를 펼치고, 더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자(여자는 낯선 곳에 방문해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되고 싶은 의도였겠지만) 떠난 그녀를 찾기위해 무작정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말이다. 여자의 어떤 모습도 사랑해주고, 그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꾸는, 그녀와의 사랑이 곧 자신의 꿈인 그런 남자가 러닝타임 내도록 나온다. 요즘 세상에 저런 남자가 어디있나, 싶으면서 내 남자는 왜 저러지 못하나, 싶기도 하니, 싱글이든 커플이든 어쨌든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의 염장을 지르는 영화다.
이 영화가 주는 한가지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머리를 빡빡 민 우디 해럴슨을 보는 재미다. 한물간 펑크족으로 나오는 그는 개를 키우는 취미를 가진 데다, 비비탄을 총으로 쏘아대는 무식과격한 남자로, 그냥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