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 Mo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목 그대로 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SF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포스터처럼, 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사람(혹은 여러 사람)과 컴퓨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시놉시스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제까지 보아온 SF 영화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단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케빈 스페이시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그를 영화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물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착각이었지만), 그는 목소리로만 출연했다. 그의 안정감있고 똑같은 톤이 반복되는 목소리에서 오히려 컴퓨터의 감정을 느꼈다면 이상한 표현이 될까? 여하튼, 얼굴 없이도 이처럼 연기력을 내뿜는 배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내게는 이 영화가 일단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영화는 샘 벨의 역할을 맡은 샘 락웰이라는 배우에 의해 진행되는 영화다. 굉장히 눈에 익은 배우이기는 하지만, 존재감이 크다고는 볼 수 없었던 배우. 하지만 이 영화, 샘 락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이 영화는 샘 락웰이라는 배우를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시켜 줄 수도 있을 듯 하다(물론 그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일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는 그의 원맨쇼에 케빈 스페이시라는 뛰어난 배우가 배경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그가 맡은 샘 벨이라는 인물은 3년 동안의 계약직 사원으로 달에서 자원 채굴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구와의 통신 위성이 고장나서 외부와 소통할 수 없는 그에게 '외로움'이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이고, 외로움 그 자체의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말벗은 컴퓨터 거티 뿐이다. 하지만 인간적인 냄새가 없는 달에서 지속되는 거티와의 생활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구에 남기고 온 달에서 보내는 3년이라는 시간은, 삶의 의미있는 일부가 아니라 그저 흘러가기를 기다리며 몸을 내맡기고 있는 고통스러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문제는 '3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시작된다. 사고를 당하게 된 샘 벨은 '새로운' 샘 벨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 누가 '복제 인간'인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같은 이름의 아내를 두고 있는 두 사람,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이름과 얼굴 생김새가 같은 두 사람은 다투고, 싸우고, 협력하고, 결국엔 친구가 된다. '달'이라는 곳에서 만난 유일한 인간이라는 점,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영화는 '두 명의 샘 벨'이 선택한 인생을 두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허무할 수도 있고, 어쩌면 여운을 남기는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후자였다. 보고 난 뒤 가슴이 먹먹해졌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SF 영화를 보고 많이 슬펐다(샘 벨의 기억과 관련된 일화에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관객을 추리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앞에 나왔던 장면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만드는 영화다. 그래서 생각할 거리가 많고, '스포일러'가 가득 담긴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어보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거티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데, 일반적인 SF영화에서 컴퓨터는 인간과 대립되는 캐릭터로 설정되는 것과는 달리 <더 문>에서는 그 체제에 저항하고 인간의 편이 되는 역할이라 신선했던 것 같다. 거티의 모니터에 표시된 이모티콘이 여러가지 감정을 보여줄 때, 특히 눈물을 흘릴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우리의 태극기가 등장하고, 한글, 한국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관심도 논란도 많은 것으로 안다. 일단은 샘 벨을 고용한(?) 비인간적인 회사가 한국과 미국의 합작 회사로 등장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비하 의도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니 한국인 여자친구 때문에 호감을 가진 설정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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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12-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락웰....소리없이 강한 배우라고 보고 싶습니다..^^

그린네 2009-12-05 18:13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영화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까지 왜 몰라봤나 싶을 정도로..^^ 앞으로는 주목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