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스 - Trick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처음으로 본 폴란드 영화. 처음 접하는 감독 안제이 자키모프스키. 처음 보는 어린 배우. 이 영화는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을 배경으로 주인공 스테펙의 금발과 창백한 피부가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느낌으로 시작된다. 요즘들어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져서 그런지 수박을 먹는 장면도, 반팔을 입고 다니는 모습도 눈이 시릴 정도로 부러웠다.  

 91분의 짧은(요즘 영화들이 왠만하면 2시간을 훌쩍 넘으니까)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온갖 트릭으로 가득차 있는 영화다. 전반의 40여분 동안 아이가 누나와 누나의 남자친구 사이에 끼어들어 오토바이를 얻어타거나 기차역에 가 있는 장면 외에 이야기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자칫하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40여분이 지난 그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기차역에서 본 중년남자를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스테펙은 아버지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서 온갖 트릭들을 생각해 낸다. 아이의 사소한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행동들은 오로지 한 가지의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행동인 것이다. 아이는 자신의 트릭이 성공할 것인지 그 운을 시험하기 위해 쓰레기를 손 대지 않고 쓰레기통에 넣는다든가, 한 개도 팔지 못하는 사과 장수의 사과를 다 팔게 한다든가 하는 일에 트릭을 사용해 본다. 그리고 자신의 트릭을 시험해 보기 위해 친해졌던 누나의 남자친구까지 스테펙의 일에 끼어들어 도움을 주게 된다. 아버지를 돌아오게 하기 위한 스테펙의 트릭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영화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타의 영화처럼 아이의 동심에 즐거움을 느끼는 류의 영화는 아니다. 아이는 아이다운 행동보다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조숙한 행동을 많이 보여준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라며 생각하지 못할 트릭들을 생활에서 발견하고 실현해 내는 것만 보아도 그러하다. 동전을 선로에 던진다든지, 공사중이라는 표지판을 바꾸어 둔다든지, 비둘기를 날려보낸다든지 하는 트릭들은 상당히 성숙한 생각을 보여준다. 물론, 아버지를 돌아오게 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이 뿐이라면 이 영화는 단지 '아이'를 내세운 '어른'의 트릭이 가득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는 어른스럽게 생각하면서 아이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적잖이 보여주기 때문에(주인공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의 이미지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영화는 아슬아슬하게 그 중간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처음부터 몰입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후반부부터 몰아치는 재미가 있는 영화라 좋다.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도 꽤 좋은 편이고, 주인공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의 연기도 좋다.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도 있고, 추운 날씨에 따뜻한 날씨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도,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은 봐 둘 만한 영화인 듯 하다. 무심코 놓쳐버린 장면들 때문에, 다시 한 번 보고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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