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장진 감독의 영화는, 그만의 느낌이 나서 참 좋다.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아들>도 재미있게 봤고, 억지스러운 설정도 나는 이해가 되더라. 가장 최근에 제작했던 <바르게 살자> 역시 몸을 뒤틀어대며, 눈물을 흘리며 웃어대며 봤더랬다.  

 오랜만에 내놓은 그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기대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시트콤으로 코믹한 캐릭터를 잡아놓은 이순재라는 배우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의 고두심(내가 중년의 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눈에 힘을 뺀 '꽃미남' 장동건이 장진을 만나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거기다, 라디오에서 시사회를 다녀온 영화프로그램 DJ가 장진 감독과의 인터뷰 중에 했던 한 마디, 이번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아는 여자'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는 그 한 마디에 두 주먹 불끈 쥐고 반드시 봐야지! 결심했었다.  

 흥행을 하고 있긴 한지, 조조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러 왔다. 덕분에 혼자 앉아 낄낄거려야 하는 수모는 면했으나, 의외로 큰 웃음을 주는 부분은 없어서 혼자 봤어도 덜 민망할 뻔 했다. 그만큼 큰 웃음을 기대하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란 말이다. 오히려 웃음의 장치가 뻔히 보여서 웃을 수 있는 부분에서도 웃지 않게 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여러 배우들의 특별 출연이 주는 기쁨도 있었으니,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보러 간 내게 공형진이나 박해일, 이한위와 같은 배우를 잠깐이나마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박해일의 경우에는 특별 출연이라고 하기에는 꽤 비중 있는 역할이라, 그와 장동건이라는 두 배우가 같이 연기를 하는 모습이 왠지 보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내용은 시놉시스를 잠깐 읽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244억이라는 돈이 걸려있는 복권에 당첨되어 자신이 가질 것인지, 사회에 기부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대통령, 강경한 외교정책에 곧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지지율이 급하락하는 대통령,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의욕을 갖고 일을 처리하지만 한낱 보통 사람인 남편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되는 대통령, 이렇게 세 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 사람은 모두 정치권에 몸 담고 있거나 전직 대통령으로 극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비추며 연결고리를 이어간다.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이라는 점은 좋다. 대통령이 정치하는 기계나 냉혈한이 아니라, 지켜야할 가족이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좋다. 지금 우리의 대통령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통령 근처에 가지 못해도 좋다. 영화를 보고 좀 배웠으면 하니까.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고, 대통령을 위주로 사건 전개가 흘러가고,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것은 오히려 허무하다는 느낌을 준다. 지나치게 '착한' 사람만 존재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그리는 대통령은 '절대' 현실에서 나타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현실을 무시한 완벽한 비현실적인 소재였다면 허무함이 덜 할텐데, 대통령이란 존재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완벽한 현실의 문제아닌가. 그것이 내가, 이번 장진 감독의 영화에 조금은 실망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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