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9 - District 9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마디로 재미있다! 여러 매체에서 보도하고,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디스트럭트 9>을 개봉 첫 날 보고 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틀린 것 없다고 하지만, 이번은 틀린 것 같다. 기대를 꽤 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대보다 더좋았다.  

 일단은, 진짜 같은 느낌이 들도록,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이러한 영화 기법을 모큐멘터리라고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거주하는 외계인들이 온갖 비행을 일삼자 정부에서는 이들을 외계인 집단거주지역을 정해 이주시키려는 정책을 내놓게 된다. 이 일의 책임자로 비커스가 임명되어 이주 동의 서명을 받기 위해 카메라와 함께 외계인들의 거주지로 출동한다. 외계인을 프런이라 부르며 비하하고, 무지하다고 무시하고, 고양이 먹이로 유인하여 애완동물 취급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던 '대표적인 사람'인 비커스는 외계물질에 노출되게 된다..  

 비커스란 인물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인데, 일반적인 SF영화에서 주인공이 상당히 멋있는 남자로 등장하는 것에 비해 정말 왜소한 몸집을 가진, 카메라를 무척 의식하는, 약간은 잘난 척하는 남자로 설정되어 호감형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왜, 대부분의 SF영화에서는 '악'의 상징인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하기 때문에 영웅적인 인물이 많이 나오지 않나. 그러나 비커스는 그러한 전형적인 주인공과는 상당히 다른 인물로 그려지고,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역할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외계인을 지구인에 동화시키는 것이 일반 SF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비커스는 외계 물질에 노출되어 점차 '외계인화' 되어가면서, 지구인인 자신이 오히려 '외계인'에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영화 비평에서 겉모습이 외계인에 가까워지면서 비커스는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는 글귀를 읽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과에 대한 여러 상상을 하게 되지만(혹은 2편에 대한 기대까지도), 누구나 느끼게 되는 감정은 '애틋함'일 것 같다. 인간일 때보다 훨씬 더 인간다워진 비커스의 면모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수준이 한참 낮은 외계인이라고 멸시했던(사실, 훨씬 발달한 무기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도 외계인 문명이고, 움직이지 못한다고 단언했던 모선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외계인 아니던가.그리고 결국 승리하는 것도 강제 이주에 성공하는 지구인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별로 돌아가 군대를 이끌고 올지도 모를 외계인이다,) 지구인인 인간에 대한 조롱이라고 보여진다.  

 플롯은 전형적인 SF영화에서 벗어나지 않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조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이 영화다. 모든 단점이 장점으로 보이는 묘한 영화, 예측 가능한 결말로 진행되지만 흥미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 영화,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인종 차별 정책을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현실 비판의식까지 겸하고 있는,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그래서 시간과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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