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하기 싫다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순위놀이를 하고 싶어졌다.

서평단의 내 인생의 책 5권 선정하는 것을 구경한 영향도 있고, 좀 괜찮은 일드 없나 돌아다니다가 추천 일드를 본 영향도 있고-

나중에 보면, 이 때엔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싶을 듯 하기도 하고. 하하.

일단, 책 한 번 생각해 보자. 나는 책을 정독하는 편이 아니라 읽고 난 후에 곧잘 잊어버리는 편인데(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나로서는 좀 그렇다;; 결말을 잊어버린 적도 많으니-) 그래도 좋은 책은 기억한다.

 

  한국 소설만 줄기차게 읽던 적이 있었다. 주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었는데 공지영, 은희경, 전경린이 그 대상이었다. 그때는 세상에 불만도 많고 나름 까칠한 시기였던지라 '착한' 글을 쓰는 공지영보다는 '냉담'한 글을 쓰는 은희경이 더 좋았다. 그 은희경에 대한 사랑(?)을 키워준 것이 데뷔작 <새의 선물>이다. 이 작품에 완전히 빠져버려서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쓴 작가라면-이라는 생각에 얼마나 그녀를 믿었는지 모른다. 결과는 참담하지만ㅠ

 본질적인 자아와 보여지는 자신을 분리시킬 줄 아는 아이가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냉소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깜찍하고 때로는 슬프기도 한 이야기다.

고전 중에 한 작품만 꼽으라 한다면, 바로 이 작품이다.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 <오만과 편견>. 비교적 어릴 때 접한 작품이라 처음에는 '연애소설'로만 읽다가, 엘리자베스의 소소한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면서는 '꿈과 희망의 이야기'로 읽혔다.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꿈을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로 읽혔다. 물론, 속물근성을 보이는 어머니도 등장하긴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전혀 악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다아시'라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도 무시할 수는 없다. 신사적이고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엘리자베스의 매력을 찾아낸 남자.

 

아직도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경이 같이 있는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초창기, 일본 소설의 붐이 일었을 때-지금도 물론 일본 소설이 많이 출간되고 있긴 하지만- 가장 많이 소개된 작가가 아마도,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와 바나나와 가오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난 하루키에 열광하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에쿠니 가오리에게 홀릭했었는데- 바로 이 작품 때문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 책을 읽고 한동안 멍,한 기분을 느꼈었는데, 이처럼 쿨한 척 하는 관계를 접한 적이 없어서였을까? 아무 일도 아닌 듯이 써내려간 그 내용들이 가시처럼 콕콕 찔러서 몇 번이고 들춰보았던 기억이 난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절절히 아팠던 이야기.

 

  일본 추리 문학을 접하게 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작가가 바로 기리노 나쓰오. 그녀의 작품은 <아웃>을 가장 먼저 보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호평을 하는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해서 그랬는지 나는 그저그랬었다. 그러나 그 뒤에 봤던 <그로테스크>나, <잔학기>, <다크>에 이르기까지 읽은 책 전부가 다 마음에 들었다.

 이제까지 주인공에 가져왔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린, 기리노 나쓰오의 불완전한 주인공들은 신선함, 그리고 충격, 그리고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로테스크>에서 그런 느낌을 처음 받았고 다른 책들에서 확인하는 듯한 느낌이었기에, 이 책을 더욱 기억하는 게 아닐까.

아무쪼록 그녀의 작품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길 기대한다.

 

 나는 일반적으로 '상'을 받았다는 책에는 그닥 끌리는 편이 아니다. 어려운 책은 싫어하거니와, 예전부터 외국고전이라고 하는 책들에 그닥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꼈다고 하는 '데미안'이나 '전쟁과 평화' '지와 사랑' 등등의 작품에서 솔직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펄벅의 '대지'정도랄까.). 사실 <백년동안의 고독>도 거의 세 번의 시도 끝에 완독할 수 있었다. '근친'이라는 것 자체에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명작은 그냥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상을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읽지 못한 사람은, 즐거움 하나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

그외에> 요즘에는 장르 소설, 그것도 추리 소설에 열중하고 있는 편이다. 평전 역시 좋아하지만, 방대한 분량을 빠른 시간에 소화해 내기가 힘들어서 그냥 쌓아놓았다.

좋아하는 추리 소설 작가는, 일단은 시마다 소지. 내가 일본 추리 소설을 접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작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다. 이 작가의 출간된 작품은, <마신유희>를 빼고는 다 괜찮았다. 일단, 나는 본격 추리의 팬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야베 미유키, 미미여사도 좋아한다. 미미여사의 작품 중에서는 시대물인 <외딴집>과 현대물인 <누군가>, <이름없는 독>이 가장 좋았다. 물론 <모방범>도 술술 잘 읽힌다. 기리노 나쓰오는 말할 것도 없고, 긴다이치 시리즈의 요코미조 세이시도 좋아한다. 관시리즈 역시 흥미롭다.

그리고,, 블랙캣 시리즈의 <무덤의침묵>과 <저주받은 피>. 이 작가의 작품, 더 출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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