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고타로는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오히려 멀리하게 되는- 내게 있어서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온다 리쿠쯤 되는 작가라고 할까. 하지만 <백야행>이나 <밤의 피크닉>을 그들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사카 고타로에게도 있었다,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골든 슬럼버>. 끊어 읽어도 이처럼 긴박감이 유지되는 책은 참으로 오랜만. 왠지 두근거리고 숨가쁜 호흡으로 읽어내려가는 느낌이 좋았다고나 할까. 이 작가의 책을 다시 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작품이다.

  원래 음식이란 먹는 것 말고는 좋아하지 않아서 요리라는 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미스터리와 요리를 절묘하게 접목시켰다고 하길래 흥미가 생겨 읽었다. 난 퓨전요리를 싫어하는데, 그것은 원래 음식 혹은 재료의 고유한 맛을 잃게 하기 때문이다. <금단의 팬더>는 그러한 퓨전요리를 맛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차라리 요리 얘기만 있었다면 더 좋았을 듯 하다. 미스테릭한 부분이 등장하기 전에는 충분히 흥미로웠으니까. 절대미각의 소유자들이 펼치는 맛의 향연이 좋았다. 하지만 미스터리는 엉성해서, 둔감한 독자인 나도 100% 예상할 수 있는 스놉시스. 아아. 섬뜩하긴 하나, 새로운 면이 없어 실망이다.

나는 스릴러 보다는 정통 추리극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단, 빌 벨린저의 작품은 예외다. <이와 손톱>과 <연기로 그린 초상> 두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교차서술과 같은 그의 방식이, 사랑을 소중히하는 그의 인물들이 참 좋다. <연기로 그린 초상> 역시 큰 반전은 없지만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다. 빌 벨린저는 무조건 추천!!

이에 비해 <폐허>는 고립이 주는 오싹한 공포가 있지만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조금 질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더운 여름(이미 다 지나간 듯 하지만_)에 한 번 읽기엔 괜찮은 작품.

 사놓은 지 1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 블랙캣 시리즈를 두 권 연달아 읽었다. 두 권 모두 추리 매니아 사이에서 호평인 작품들이라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_ 일단 <와일드 소울>은 합격. 스케일도 크고, 왠지 러시아에서 무국적자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이 나서 공감이 가기도 했다. 살짝 강도높은 애정씬에 민망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 <시티즌 빈스>는 솔직히 너무 끊어 읽은 탓인지 내용 연결이 잘 안 되어서 읽을 때마다 곤혹스러웠다. 그랬더니 읽고 나서도 별로 남는 게 없는 작품. 아쉽다. 다음 번엔 정독해야겠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간결하고 무감하고 무서울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그래서 나중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책이다. 한 권을 한 시간씩 읽었으니, 알 만하지 않은가. <핑거포스트>는 역시 내겐 팩션이 맞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재미있게 읽었으나, 해설을 읽고 다른 독자의 리뷰를 읽어도 제목의 의미는 전혀 모르겠다는. 

요즘 들어 내 책 읽기에 한계를 느낀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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