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츠이치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zoo> 이후에 잊고 있었다. 뭐, 대단한 거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게 된 <고스>는 오츠이치라는 작가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이었다. 잔혹하다는 평도 꽤 있는 줄 알고 있으나 <고스>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저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에, 교묘하게 이어진 그 연작소설에,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그 반전들에 감탄할 뿐이다. <암흑동화>역시 정말 기대된다. 앞으로 오츠이치의 작품은 무조건 고고씽!

 

 요즘 일본 만화영화 <유리가면>을 다시 보고 있다. 유리가면은 만화책으로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고,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날 정도로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었다. 그런 유리가면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하니 아무리 나를 자주 실망시킨 온다리쿠라 할 지라도, 그녀의 <밤의 피크닉>이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정말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초콜릿 코스모스>는 그동안의 온다 리쿠 보다는 훨씬 나았다. 흡입력 있고, 좋아하는 소재를 쉽게 풀어써서 좋았다. 하지만 그 뿐. 오디션 하나로 끝나버리는 이야기의 허무함. 여운이라도 이건 왠지 섭섭하고, 큰 감동이 없다.

 사실은 내용도 모르고, 단지 미미여사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주문한 책이다. 주문하고서는 SF에 가까운 소설(타임트립이 소재니까 그렇다고 치자구-)이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비슷한 분위기였던 <레벨7>이 그저 그랬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미미여사라서 그런지 보통은 하는 것 같다.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의 역사라서 큰 흥미는 없었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서민적인 삶이 좋았다. 마지막 부분은 왠지 감정과잉같지만, 나처럼 단순한 독자는 또 거기에 눈물이 핑 돌고 만다.

 작년에 출간되자 마자 구입해 놓고 왠지 끌리지 않아 책장에 그냥 장식해 두었던 책인데, 나날이 평이 좋아져서 읽기 시작했다. 사실 기대도 그닥 하지 않았는데, 어찌나 좋았는지 모른다. 인도,라는 낯선 나라의 전혀 평범하지 않은(혹은 완벽히 평범할지도 모를) 주인공이 펼치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못해 신비하다. 그의 인생이 퀴즈쇼의 문제들과 맞물리는 것을 보면서 어찌나 재미났는지!

진짜, 왠만하면 이런 말 하지 않는데=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검은집>을 읽고 꽤 무서워서, 내 취향이 아닌 작가로 꼽았던 기시 유스케. 남들이 다 재미있다고 했던 <유리망치>도 나는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분의 서재에서 기시 유스케에 대한 글을 보고 또 급흥미를 느껴 <천사의 속삭임>을 읽었는데, 너무너무 무섭고 한편으로 재미있었다. 덕분에 같이 주문한 <푸른 불꽃>은 열기가 사그라들자마자 한구석으로 밀려났었다. 하지만 요즘 옛날에 사둔 책과 요즘 사는 책을 병행하며 읽자는 것이 내 계획이라 다시 집어들게 됐는데, 심리묘사가 꽤 놀라워서 읽는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성장소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결말은 진부하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기도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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