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중을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감정이입,과는 전혀 상관없이 완벽한 제 3자가 되어 관찰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내가 좋아하는 확실함, 명쾌함이 전혀 없는 책이지만, '온다 리쿠'이기에 매혹적인 책이고, 용서가 가능한 책이 아닐까. '새로움'을 보장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에게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탐정이라 하기엔 몇 퍼센트 부족한 '스기무라 사부로'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1탄. 사실 시시하다,라는 평을 들은 적이 있어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이게 왠걸. 정말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추리소설에서 '따뜻함'이란 뭔가 모순되는 단어같지만, 이 소설에서만큼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어울린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단지 하나의 '사고'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가족 간의 따뜻함을 담고 있고-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스기무라를 대하는 미미여사의 따뜻함을 담고 있다.

 읽는 내내 훈훈하고 미소짓고 눈살 찌푸리게 된 것은, 주위의 누군가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름없는 독"이 기대된다. 그리고 곧 출간될 "스나크 사냥" 역시, 기대된다.

 

 

 

 

 

 전편 "누군가"에 이은 스기무라 시리즈. 나는 이제 그에게 친숙함 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가끔씩 그의 재치넘치는 말에, 혹은 몹시 평범한 말에도 킥킥대면서 웃기까지 하는 내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유머로 가득차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사실 나는, 이 책만큼 무서운 책은 읽은 적이 없다. 피가 낭자한 살인의 장면이 등장하지도 않고, 날카로운 흉기가 등장하지도 않지만, 이 책에는 그보다 100배는 무서운 '사람'이 등장한다.

 추리소설을 뭐하러 사면서까지 읽느냐는 몇몇 사람들의 말에, 나는 우스갯소리로 "사람을 믿지 말라는 교훈을 얻기 때문이지."라고 말하곤 한다.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읽게 되는 게 아닐까. 미미여사도 그런 희망을 보이고자 왠지 스기무라를 또 등장시킬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아들이라는 조 힐이 쓴 장편 소설. 유령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호러에 가깝지만, 단순히 호러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소설이다. 정황 묘사가 세세하지는 않지만 액션이 넘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뿐아니라 심리 묘사가 끝내준다. 심리를 치밀히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꽤 정성들여 표현하고 있다. 내내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과거와 현재와 공포와 안도감 사이를 오고가게 하는 것이 그 심리 묘사가 가진 힘이다. 거기다 로맨스까지 가미되어 있다니.

 너무 칭찬만 했나. 책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깨달은 점은.. 내가 이런 심령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요괴나 유령이나 다를 것이 없을 텐데, 샤바케나 교고쿠도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은 안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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