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소설. 제목만 보고서 주인공 '마일즈'가 '전쟁'을 치뤄내는 이야기가 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의 치열함과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겪으면서 '마일즈'가 어떻게 성숙하는 지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나는 감히 SF소설의 탈을 쓴 성장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 1인칭 시점이 아니지만 꼭 1인칭 시점과 같은 느낌을 주는 주인공에 대한 절대 공감. 그 어떤 주인공보다 멋있거나 영화 속 인물과 같진 않지만-마일즈는 오히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에 가깝지 않은가- 그렇기에 더 감동적이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 것이 아닐까.

 

 

 

         

                                                                                                                      

   새로 빠져들고 있는 작가. '본격' 추리소설에 목말라 하고 있던 내게 단비같은 존재인 요코미조 세이시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던 범인,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이 맞물리며 자아내는 흥미,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 한 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책이었다. 또한,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보이지만 긴다이치의 날카로움은 역시, 마지막에 가서 빛을 발하누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 과도하게 드러난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다츠조가 가지고 돌아간 잔과 깔대기는 그대로 부엌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훗날 이 일이 범인에게 치명적인 실수가 되었던 것이다."와 같은 단락이 그러하다. 이렇게 친절한 서술자라니, 조금 김이 빠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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