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고 읽었다. 요즘 너나없이 두르는 띠지에 "별 다섯 개로는 부족하다. 열 개, 아니 그보다 더 헌정하고 싶은 작품이다."라는 서평이 실려 있다. 글쎄. 추리소설로는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나 싶다. 범인은 이미 밝혀진 상태고, 살인에는 별다른 동기가 없었으며,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밉상들이다. 단 하나의 트릭에 모든 반전이 담겨 있는 이런 작품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별 다섯 개가 부족하다는 독자는 아마도 이 책이 주는 감동에 주목하지 않았을까. 현대 사회의 가족 해체가 가져온 삭막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중에, 그래도 남아있는 '사랑'에 감동한 것이 아닐까.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엔 밋밋하고, 호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2% 부족한 소설. 상상력이 발휘되면 속도감이 붙고 그만큼 오싹한 한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묘사가 뛰어나서 소설 문장 자체만으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을 완벽히 살리기 위해서, 띄엄띄엄 읽기보다 한 번에 다 읽기를 권한다.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가, 참 싫다,라고 생각했다. 전혀 내 취향이 아닌 분위기의 이야기 전개는 책읽기를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집어들게 되는 것이 기리노 나쓰오가 가진 마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디서나 있을 듯한 여성이 등장하여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속내를 털어놓는데,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또한 객관적이어서 몸서리가 처진다. <아웃>에 대한 다른 분들의 평가가 상당히 좋았는데, 솔직히 나는 이 작품이 더 좋았다.
아무래도 계속 읽을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은.
읽는 내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생각이 났다. 설정이 비슷해서 그런건지, 작품 설명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아무튼..^^ 가장 흥미를 느끼게 한 것은 주인공들의 이름이 유명한 추리소설가들이라는 것이었다. 데뷔작이라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엉성한 듯 하면서도 확실한 트릭이 멋있는 작품이었다.
그래도.. 왠지 부족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아마도 내가 일본 작가들의 추리 소설에 빠지게 된 것이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은 후일 것이다. 그 전까지 내게 추리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 홈즈나 뤼팽이 거의 전부였다고 보아도 좋은 것이다. 하지만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고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이 일본작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시마다 소지'는 별 다섯 개 만점의 작가로 내게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신유희>를 집어 들 때의 기대감은 엄청났다. 기대감이 문제였을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서술자를 따라가지 못해 허덕이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를 알아내기 위해 앞 장을 뒤적여야만 했다. 시리즈의 뒷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책이라 감안하고 읽었건만 '미타라이'의 캐릭터 변화도 어색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것도 아쉬웠다. 나는, <점성술 살인사건>의 그 '미타라이'를 원했다. 아아.
그냥, 지금은. 다 읽은 것만으로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