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 나의 정원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브라운 사진, 김향 옮김 / 윌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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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올리는 책 리뷰. 이사를 무사히 끝내고 나니까 맘이 편해서 리뷰 쓸 생각도 나는구나. 이사를 앞두고선 왠지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서 그림도 글도 안 되더니(이사를 앞두지 않아도 멋진 글이 써지진 않았지만 뭔가 쓰긴 썼으니까.) Mother Goose 그림책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한, 사실 이런 수식어보다는 라이프스타일과 정원으로 더 유명한 그녀, 타샤 튜더의 책을 샀다. 타샤 튜더 나의 정원. 원제는 Tasha Tudor's successful Garden이다. 표지를 보면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타샤다. 이름만 들어왔지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그녀는 아들에게 부탁해 뉴햄프셔에 1740년대 당시 기법으로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못으로 대들보와 기둥을 연결하는 기법으로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었다. 하지만 그 후 1971년에 30만평에 달하는 버몬트의 땅을 구입하고 그곳을 거대한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한다. 


처음에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300평이 아니라 3만평? 남자친구와 나는 마당에 3평 정도 되는 땅에 심은 작물들도 어쩌지 못해서 쩔쩔 매는데 말이다. 이 책을 보면 내가 아는 아름다운 꽃들이 잔뜩 나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모두 컬러사진으로! 
히아신스, 작약, 물망초, 튤립, 접시꽃, 장미, 붓꽃, 꽃잔디, 팬지, 제비꽃, 매발톱꽃, 캄파눌라, 제라늄, 페튜니아, 으아리꽃, 패랭이꽃, 수선화, 디기탈리스, 양귀비, 원추리, 금낭화 등. 내가 아는 꽃들이 이만큼이면 모르는 꽃들도 훨씬 많을테지.

도시와 자연을 함께 좋아하는 내가 도시를 완벽히 떠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좀 더 넓고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고 싶은 마음은 늘 한 가득이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꽃과 정원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책에서 초록초록한 싱그러움을 잔뜩 안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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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 코미디언 무어 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 무어 지음, 박상현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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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덜컥 샀던 책인데, 왠지 모르게 잘 읽히지가 않아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책이었다. 

언제 샀는지 찾아보니 작년 5월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작년 5월 31일부터 제주도 여행,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쿠바 여행을 내리 3개월간 떠났으니 책보다는 여행에 정신이 팔려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여름방학이라 대구에 9일간 머물면서 이 책과 늘상 함께 했다. 보고싶었던 사람들, 친구들 최대한 보려고 하루에 약속을 2개, 많게는 3개까지 잡다보니 틈새에 쪼개진 시간 밖에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어도 책장이 많이 남아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니 어느새 끝이 보였다.

원제는 A la mod. 원래는 A la mode라는 불어가 '유행중인' 이라는 뜻인데, mode를 mod로 바꾸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영국 남자 이안 무어가 '모드족' 인걸 생각해보면 무척 재치있는 제목붙이기인 셈이다.

런던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이안 씨가 문득, '일주일에 공연이 있는 3일 정도는 영국, 나머지 4일은 프랑스에서 사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차를 몰고, 비행기를 타고, 폭설에 갇히는 일을 부지기수로 겪으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은 끝도 없이 동물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고양이 3마리, 개 2마리, 조랑말 2마리, 닭 2마리, 토끼 1마리 등등) 끝없이 밀려드는 집안일들.

이안 씨가 끝없이 아내와 아이들에게 당하고(?) 기 막혀 가면서 툴툴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한다. 

영국남자답게 자신의 처량한 상황을 늘 유머를 담아 쓴다. 그런 재치있는 구절이 너무 많아 수도 없이 책에 줄을 그었다.

그 중에서 몇 개만 골라 이 곳에 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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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중) 제일 어린 테렌스는 (적어도 내 생각에는) 가장 프랑스인에 가깝다 항상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신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파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부분의 열차시간표는 차라리 '희망 사항' 이라고 부르는 게 낫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어서, 약간의 문제라도 생기면 시스템 전체가 멈춰 버린다. 전선에 낙엽이 많이 쌓였다느니, 너무 더워서 선로가 늘어났다느니, 내린 눈의 종류가 특별하다느니...말도 안 되는 핑계로 영국 철도는 언제든지 대혼란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

"원래 건축업자라는 사람들은 마치 까다롭고 잘난 슈퍼모델처럼 굴면서 수익이 나는 큰 공사에만 관심이 있고, 작은 공사를 할라치면 움직이기 귀찮아 한다."

"장터에서 속옷을 파는 아주머니도 한 명 있는데, 물건을 파는 내내 잘 맞지 않는 자신의 브래지어를 바로 잡는다. 마케팅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우리가 자동차를 등록하기 위해 이제까지 겪어야 했던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그야말로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아홉 개의 지옥이었다."

"파티 때 일부러 제일 늦게 와서 관심을 모으는 인기 많은 친구처럼 올해의 봄은 그렇게 늦게, 슬그머니 찾아왔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늦었어도 다 용서하고 봄을 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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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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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읽고팠던 책인데 빨책 모임 정연님이 한 권을 보내주셔서 선물로 받은 책! 기쁜 맘으로 읽어내려갔는데, 내용 또한 뒷맛이 굉장히 개운하였다.카피라이터인 김하나씨의 세 번째 책이다.

한 챕터가 겨우 2~3쪽에 불과하지만 '힘 빼기의 기술' 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글에는 꽤나 단단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줏대있는 흐느적함은 어떻게 김하나씨의 몸에 배게 됐을까. 그런 매력적인 애티튜드가 공짜로 주어졌을리 없다. 난 왜 뛰지 않고 걷고 있나. 왜 숨쉴 시간도 없이 쫓기나, 그냥 쫓기면 쫓기는대로 살았으면 이런 글 쓸 여유조차 없었을거야. 뛰다 말고 문득 멈추고 하늘 한 번 보고. 그렇게 주춤주춤해보고, 아마 그랬으니 이런 매력적인 흐느적함을 갖추었을테지.

늘 그렇지만 밑줄 친 부분은 차고 넘치도록 많다. 책을 들추면서 어떤 부분을 이 곳에 적을 지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고민이다. 자, 이제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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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선물이고, 좋고 나쁜 하루들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

"오늘 좋은 파도가 없었다 해서 절망에 빠지고 우울해하는 서퍼가 있을까? 파도는, 계속 칠 것이다. 거기에 확신이 있다. 그리고 그 확신에서, 낙관이 비롯된다."

"짧은 여행에서는 초보자인채로 그 곳을 떠나게 된다. 장기 여행이라도 짧게 짧게 여러 곳을 다닌다면 초보자인 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니는 것이다."

"그렇게 당신은, 점점 '전문화 과정' 을 거쳐, 당신만의 지도를 갖게 된다. 당신의 취향과 감정의 축척에 다라 왜곡된 지도를, 재조립된 도시나 마을을 갖게 되는 셈이다. 당신이 전문가가 되면 될수록 왜곡은 더 커진다. 지도의 어느 곳은 더 크게 부풀고 어느 곳은 휠 것이며 어느 곳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조화로운 정원과, 쟁반에 깔린 리넨 한 장의 힘을 아는 사람은 중요하다."

"인생은 언제나 기회비용과 선택의 문제. '가만있자, 그 돈이면....?' 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가, 다시 말해 얼마나 휘둘리고 또 휘둘리지 않는가, 그로 인해 인생은 조금씩 만들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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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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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푸드 저널리스트 히라마쓰 요코. '어른의 맛' 을 통해 그녀가 텍스트로 묘사하는 음식을 미각으로 체험하는 경험을 했었다. 그 음식들을 먹고 싶다는 생각 뿐만 아니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한 작가. 보통 저력을 가진 분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걸로는 5번째 책이다.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이 있다면 각 챕터에 주인공이 등장한다. 진짜 주인공이 아니고, 그 음식을 먹을 법한 가상의 어떤 사람이다. 예를 들어볼까. 돈가스를 소개하는 편에서는 철도회사 홍보부에서 일하는 서른아홉 살 직원 가쓰라 미호, 오므라이스를 소개하는 편에서는 주부인 사쿠라, 미꾸라지 전골을 소개하는 편에서는 인테리어 잡화 회사에 다니는 세노짱이 화자이다. 어차피 가상의 인물인 만큼, 한 챕터 한 챕터가 다른 음식,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이루어진 장면들이다. 마치 단편소설을 모아둔 소설집 같달까.

역시, 히라마쓰 요코의 재능을 일단 찬탄하며 읽는 수 밖에. 침이 저절로 고이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맛있었던 표현들 이 곳에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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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매끈한 사누키 우동 면발이 입술 위에서 튕기는 포동포동한 감촉을 떠올리면 몸이 근질거린다. 이런 체험은 처음이다."

"주키니에도 당근에서 호스래디시에도 각각의 강렬한 자기주장이 있었다. 하나하나의 맛은 독특함이 살아 있고, 뚝, 오도독, 아삭, 바삭......씹었을 때의 소리와 강도에도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프랑스 요리에는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는 공기가 흐른다. 비일상의 냄새라고 하면 좋을까."

"초밥집에는 초밥집의 공기가 있다. 다른 곳에는 없는 공기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카운터를 사이에 끼고 가게와 손님 사이에 타이밍 같은 게 있어서 저쪽 호흡은 이쪽이 잡고, 이쪽 호흡은 저쪽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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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문방구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심정명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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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개성있는 1인 출판사 정은문고(이정화)에서 낸 책,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 산 건 벌써 6개월 정도 되었는데 고이 모셔 두었다가 이제야 읽었다. 요샌 비교적 책 구입을 줄이고, 내 서재를 탐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제는 '文房具56話'. 번역해 보면 '문방구 56화' 정도 되겠다. 일본의 문필가이자 철학자인 구시다 마고이치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문방구 56개와 그것들에 묻어있는 이야기들을 소중히 꺼내어 놓았다. 읽다 보면 살짝 옛날 이야기 같기도 한데, 그도 그럴것이 구시다 선생이 '월간 사무용품' 이라는 잡지에 70년부터 73년까지 매달 1편씩의 글을 연재한 것을 엮은 책이기 때문이다.

문구류에 크게 집착이 없는 나라는 인간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몇 개 있기는 하다. 그것은 바로 연필이다. '책에 자유롭게 메모를 하며 읽는' 방법으로 전향하고 난 이후로는 연필의 종류와 모양과 나무의 질이 꽤 중요해졌다. 무엇보다도 연필이 겉부분의 색이 1가지 색이어야 했다. 그것이 노랑이건 검정이건 초록이건 중요하지 않지만 한가지 색으로 칠해져 있을 것.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쓰는 것처럼 어벤져스나 유희왕 무늬가 현락하게 칠해져 있어서야, 독서가로서의 품위가 있겠는가! (에헴-)

연필은 통으로 둥근 모양이어서는 곤란하겠다. 그랬다간 테이블에 잠시 놓아서 또르르 굴러서 바닥에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랬다간 심이 부러지는 건 불보듯 뻔한 일. 육각이면 가장 좋고, 삼각이어도 좋겠다. 요즘은 연두색 연필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어쩌다 보니 연두색 연필과 책을 함께 찍었을 때 가장 싱그럽다는 걸 알게 됐고,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이젠 책 사진을 올릴 때 반드시 그 연필과 함께 찍어서 올린다. 필통을 가지고 다니면 짐만 많아질 뿐이니, 연필심을 보호하기 위한 연필캡을 꼭 착용(?)시킨 연필을 들고 다닌다. 그 외의 나머지 문구들에 대한 원칙은 크게 없다. 

56개의 문방구를 이야기하며 한 챕터당 2~4쪽 정도로 굉장히 짧아서 읽기에 부담없다. 첫 챕터는 무엇일 것 같은가? 아, 당연하게도 연필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챕터는 무엇일까? 너무나 예상 가능하게도 지우개. 그런 당연함과 자연스러움이 맘에 쏙 든다.

몇 구절 인용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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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칼로 연필을 깎는 즐거움을 맛보지 않고 어른이 되는 사람들이 왠지 안됐다. 연필을 쓰는 기쁨에는 연필을 깎는 즐거움도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우개는 잘못 쓴 부분을 지워주는 고마운 물건임에도 장난질과 괴롭힘을 당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구나. 적당한 부드러움과 크기, 저렴한 가격 때문에 더 괴롭히기 쉬운 걸까."

"문방구는 전부 다 물건이다. 물건이기는 하지만 깊이 사귀면 그저 물건일 뿐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어릴 적에 주판을 꺼내서는 뒤집어 한발을 올리고 다다미 위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흉내를 내곤 했다. 이 일로 꾸중을 들은 기억은 없어도 허락받은 놀이는 아니었을 터. 주판알 위에 발을 얹었을 때의 묘하게 간지러운 감촉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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