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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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푸드 저널리스트 히라마쓰 요코. '어른의 맛' 을 통해 그녀가 텍스트로 묘사하는 음식을 미각으로 체험하는 경험을 했었다. 그 음식들을 먹고 싶다는 생각 뿐만 아니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한 작가. 보통 저력을 가진 분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걸로는 5번째 책이다.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이 있다면 각 챕터에 주인공이 등장한다. 진짜 주인공이 아니고, 그 음식을 먹을 법한 가상의 어떤 사람이다. 예를 들어볼까. 돈가스를 소개하는 편에서는 철도회사 홍보부에서 일하는 서른아홉 살 직원 가쓰라 미호, 오므라이스를 소개하는 편에서는 주부인 사쿠라, 미꾸라지 전골을 소개하는 편에서는 인테리어 잡화 회사에 다니는 세노짱이 화자이다. 어차피 가상의 인물인 만큼, 한 챕터 한 챕터가 다른 음식,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이루어진 장면들이다. 마치 단편소설을 모아둔 소설집 같달까.

역시, 히라마쓰 요코의 재능을 일단 찬탄하며 읽는 수 밖에. 침이 저절로 고이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맛있었던 표현들 이 곳에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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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매끈한 사누키 우동 면발이 입술 위에서 튕기는 포동포동한 감촉을 떠올리면 몸이 근질거린다. 이런 체험은 처음이다."

"주키니에도 당근에서 호스래디시에도 각각의 강렬한 자기주장이 있었다. 하나하나의 맛은 독특함이 살아 있고, 뚝, 오도독, 아삭, 바삭......씹었을 때의 소리와 강도에도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프랑스 요리에는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는 공기가 흐른다. 비일상의 냄새라고 하면 좋을까."

"초밥집에는 초밥집의 공기가 있다. 다른 곳에는 없는 공기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카운터를 사이에 끼고 가게와 손님 사이에 타이밍 같은 게 있어서 저쪽 호흡은 이쪽이 잡고, 이쪽 호흡은 저쪽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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