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 코미디언 무어 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 무어 지음, 박상현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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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덜컥 샀던 책인데, 왠지 모르게 잘 읽히지가 않아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책이었다. 

언제 샀는지 찾아보니 작년 5월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작년 5월 31일부터 제주도 여행,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쿠바 여행을 내리 3개월간 떠났으니 책보다는 여행에 정신이 팔려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여름방학이라 대구에 9일간 머물면서 이 책과 늘상 함께 했다. 보고싶었던 사람들, 친구들 최대한 보려고 하루에 약속을 2개, 많게는 3개까지 잡다보니 틈새에 쪼개진 시간 밖에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어도 책장이 많이 남아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니 어느새 끝이 보였다.

원제는 A la mod. 원래는 A la mode라는 불어가 '유행중인' 이라는 뜻인데, mode를 mod로 바꾸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영국 남자 이안 무어가 '모드족' 인걸 생각해보면 무척 재치있는 제목붙이기인 셈이다.

런던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이안 씨가 문득, '일주일에 공연이 있는 3일 정도는 영국, 나머지 4일은 프랑스에서 사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차를 몰고, 비행기를 타고, 폭설에 갇히는 일을 부지기수로 겪으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은 끝도 없이 동물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고양이 3마리, 개 2마리, 조랑말 2마리, 닭 2마리, 토끼 1마리 등등) 끝없이 밀려드는 집안일들.

이안 씨가 끝없이 아내와 아이들에게 당하고(?) 기 막혀 가면서 툴툴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한다. 

영국남자답게 자신의 처량한 상황을 늘 유머를 담아 쓴다. 그런 재치있는 구절이 너무 많아 수도 없이 책에 줄을 그었다.

그 중에서 몇 개만 골라 이 곳에 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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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중) 제일 어린 테렌스는 (적어도 내 생각에는) 가장 프랑스인에 가깝다 항상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신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파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부분의 열차시간표는 차라리 '희망 사항' 이라고 부르는 게 낫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어서, 약간의 문제라도 생기면 시스템 전체가 멈춰 버린다. 전선에 낙엽이 많이 쌓였다느니, 너무 더워서 선로가 늘어났다느니, 내린 눈의 종류가 특별하다느니...말도 안 되는 핑계로 영국 철도는 언제든지 대혼란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

"원래 건축업자라는 사람들은 마치 까다롭고 잘난 슈퍼모델처럼 굴면서 수익이 나는 큰 공사에만 관심이 있고, 작은 공사를 할라치면 움직이기 귀찮아 한다."

"장터에서 속옷을 파는 아주머니도 한 명 있는데, 물건을 파는 내내 잘 맞지 않는 자신의 브래지어를 바로 잡는다. 마케팅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우리가 자동차를 등록하기 위해 이제까지 겪어야 했던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그야말로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아홉 개의 지옥이었다."

"파티 때 일부러 제일 늦게 와서 관심을 모으는 인기 많은 친구처럼 올해의 봄은 그렇게 늦게, 슬그머니 찾아왔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늦었어도 다 용서하고 봄을 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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