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
송호정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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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1970년대말 등장한 재야사학자 그룹은 1980년대 사회 분위기에 맞물려 일반인들에게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의 주장은 오직 우리 역사만이 위대하다는 단순한 국수주의에 불과했지만, 정부의 암묵적인 지원과 대중의 호응에 힘입어 기존학계를 공격하는 상황까지 연출되었다. 그러나 기존 학계에서는 피상적으로 대응할 뿐이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성과로 그들의 허구성을 폭로하겠다는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또 하나의 목표가 되었다."라고 쓰고 있다.

때문에 나는 이 글에서 소위 재야사학자의 허구성이 통렬하게 공박되기를 기대했다. 이 책을 산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책은 학계의 성실한 연구성과를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을 뿐 재야사학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반박>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에서 재야의 입장이 나오는 것은 <들어가는글> 주석 1번 항목에 나올 뿐이다. 고조선에 관한 참고 서적을 좌악 정리한 곳에서도 재야사학의 관련서적 하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직접적인 반박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저자는 요동 방면의 모든 고고학적 자료(청동기, 토기, 고인돌)를 검토하고 이 지역에 출몰하는 종족들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이 부분은 재야학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끄집어내어 전문가인척 일반인들을 설득하는데 사용한 재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동안 접하기 어려워 반박하기도 어려웠던 부분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쏟아부은 극진한 노력에는 만점을 줄 수 있다.

학문적으로 아쉬운 점은 서울대 출신답게 <부체제론>에 얽매여 고조선의 정치체제 해석에 스스로 금제를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억지로 고조선 후기의 상황과 삼국초기 상황의 연속성을 주장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조선대에 발전했던 정치체제가 삼국초기에 후퇴할 수도 있다는 가정은 검토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종욱의 <고조선사연구>를 모호한 발전단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자신이 주장하는 부체제론에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약점 때문에 부체제론에 대한 이야기는 극히 간략하게 처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있어 일반인이 읽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저자가 일반인을 위해 간략하게 논지를 정리한 책을 따로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래야 재야사학의 황당한 주장이 좀 줄어들지 않겠는가?

끝으로 이 책에 부록으로 붙어있는 <고조선사 관련 사료>는 원문을 제시하고 있는데, 자료집으로 아주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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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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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에는 <단군에서 김두한까지>라는 글이 붙어 있다. 나는 한겨레신문사에서 이렇게 얄팍한 부제를 붙일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 책은 책 제목처럼 고스란히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고조선이나 삼국시대를 통과해서 대한민국까지의 통사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방으로부터 효순, 미선이의 죽음까지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단군에서부터 김두한까지라는 싸구려 티가 팍팍나는 선전문구를 달아야만 했을까? 저자인 한홍구 박사는 이런 선전문구가 달리는 것에 어떻게 동의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런 선전문구의 흠집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이 책의 내용은 놀랍고 통쾌하고 가슴 아프다. 한국현대사의 뒤틀리고 망가진 모든 왜곡과 질곡을 어렵지 않게 기술하고 있다. 시민혁명 문제, 일제잔재에 대한 문제, 보수와 극우에 대한 문제, 반미에 대한 문제, 병역문제의 다섯단계로 조목조목 현대사의 어두운 그늘을 밝히고 있다.

역시 한권의 책이라 아쉬운 점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 이야기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과(현대사의 한축임에도 불구하고) 역사학계가 지금까지 현대사에 대해서 침묵해 온 데 대한 성찰이 없는 점이겠다. 특히 국사교육이 이 땅의 반공 보수(극우)이데올로기 확산에 어떤 악영향을 미쳐왔는가도 한 대목 들어있었다면 <자기반성>의 측면에서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점이 없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낮아지거나 훼손되지는 않는다.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역사학자를 우리 사회가 한명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나는 손바닥이 아프게 박수를 치고 싶다. 그리고 저자는 분명 더 많은 이야기를 새롭게 우리에게 들고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 작을 한껏 부푼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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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충돌
이종욱 지음 / 김영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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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파동이 있었다. 그것때문에 데모도 있었고, 언론 지상에서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그때 중국사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그들을 비판할 수 없다. 단 하나의 진실만을 주장하고 가르치는 나라에서 수많은 진실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국정교과서를 통해서 역사를 배운다. 사실은 암기한다. 국사는 가장 따분하고 재미없고 왜 배워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과목이 된다.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어져 있고, 더 이상 연구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없는 것처럼, 결정적인 것으로 국사 교과서는 선조들의 과거를 펼쳐 놓는다. 그러나 <삼국사기>를 들춰보며 나는 그 시절부터 국사에는 잘못된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이상했던 것은 성골과 진골에 대한 설명이었다.

부모가 모두 왕족이면 성골, 부모 중 한쪽이 왕족이 아니면 진골이라고 배웠다. 나는 삼국사기를 찾아보았다. 김춘추, 태종무열왕의 부모는 모두 왕족이다. 왜 태종무열왕부터 진골이라고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국사 선생님은 나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나는 삼국사기에서 내물왕 이전의 신라 역사를 읽었다. 거기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있고 무수한 사실들이 있었다. 이것들이 사실이 아닐 어떤 근거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국사 교과서는 그것을 강요했다. 읽을 필요도 없이 만들었다.

박물관에 가보면 원삼국 시대관이라는 게 있다. 원삼국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물은 있으나 역사는 없는 희한한 시대의 유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다. 삼국사기에서 자기 살을 뭉텅 베어버린 결과다.

이 책 <역사충돌>에서 그러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게 된다. 학문을 독점하고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고 그렇게 수많은 세월을 국민들을 속인 사람들이 누군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얼토당토 않은 극우 민족주의 사관을 잉태시킨 몰지각한 사람들이 누군가 알게 된다. 역사를 확장시키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현재에 영합하기 위해 과거를 뒤틀은 사람들을 우리는 알게 된다.

모든 사실이 학문의 주제로 다뤄질 때 우리는 숨쉴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된다. 국정 교과서 국사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세상을 보는 시각은 다양해야 하며, 다양할수록 더 강하고 더 질기고 더 자유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기 위해 하나의 진실, 하나의 진리를 강요하는 세상은 그만 막을 내려야 한다.

<역사충돌>에서 그 거대한 파괴음을 듣는다.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 한사람을 오랫동안 속이는 것은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을 잠깐 속이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일은 사라지기 바란다. 우리 세상도 그렇게 가리기에는 어림없을만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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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린 외전 3 - 완결
좌백 원작, 박진수 글 그림 / 시공사(만화)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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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좌백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출판사가 이 좋은 소설을 이렇게 능력없는 작가에게 그리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소설은 백번 권하겠습니다만 이 만화를 보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권가야의 <남자이야기>같이 (<남자이야기>는 좌백의 <대도오>를 원작으로 하는 만화입니다) 제대로 된 작가가 잘 그린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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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군림 1
좌백 지음 / 청어람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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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의 침묵을 깨소 좌백이 놀라운 필력으로 고무림에 연재해온 <천마군림>이 드디어 책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도 매일매일 고무림에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좌백의 글도 재밌지만 글을 읽은 독자들이 달고 있는 댓글도 예술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나의 무협읽기는 김용의 영웅문으로 시작했고(역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고, 그래서 역사소설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다) 그 이상의 재미는 없다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책장에서 발견한 <대도오>라는 특이한 제목의 소설은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무협소설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알린 작품이었다. 시간때우기로 한장 두장 책장을 넘기던 나는 어느덧 중국 변방의 그 시간으로 이동해버렸고 전율을 느끼면서 책을 덮었다. 좌백이라는 이름이 머리에 선명하게 새겨진 순간이었다. 혹자는 이 소설로부터 신무협이라는 장르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황당무계하고 천편일률적인 스토리 전개의 기존 무협소설과 달리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고 상상력의 합리적인 선을 지켜나가는 소설이 신무협이라는 평도 나돌았다.

좌백은 이런 구분법에 크게 찬성하지는 않는다는 발언을 여러차례 한 적이 있었다. 표사 시리즈로 나온 <독행표>와 <금전표>에서 소위 말하는 구무협적인 가공할 무공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무림향 사이트에서 연재하여 7년간에 걸친 작업을 완료한 <혈기린외전>같은 경우 전략전술적인 면을 다루면서 더욱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점은 이매진에 연재하던 <구룡쟁패> 같은 이야기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잡은 역사소설로도 손색이 없었던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었다. (<구룡쟁패>는 제목을 바꿔 역사소설로 출간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천마군림>에 와서 완전히 달라진다. 이 소설은 신물(神物)과 초막강 무공들의 나열, 과감한 성묘사를 통해 구무협과 신무협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대작이다. 1권과 2권이 이야기의 서두에 불과하여 그동안 대하소설을 쓰지 않았던 좌백의 변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구무협의 단점은 아이템이 우수한 것에 비해서 그 뼈대가 되는 이야기의 서사구조가 빈약한 것에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귀신같은 흡입력을 자랑하는 좌백의 손에서 구무협의 단점은 사라지고 만다. 뒷장이 궁금해서 내 눈이 읽어나가는 속도가 느린 것을 한탄하게 만드는 책이 이 <천마군림>이다.

좌백의 큰 장점은 무공을 깨우치는 순간의 묘사다. 하나의 인간이 다른 인간으로 발전하는 장면에서 좌백의 묘사를 따라가노라면 다른 차원의 경지가 보인다. 이런 장면은 그동안 열편 가까운 소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작가가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무협작가들의 글 중에는 자기 소설을 자기가 복제한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좌백의 소설은 그 하나하나가 다 다른 이야기와 느낌을 가져다 준다.

그동안 급속하게 결말로 내닫는 바람에 말미에서 구조가 흐트러지는 단점을 보인 작품도 있었다. (<혈기린외전>의 경우도 연재분에서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 좌백은 그런 부분들을 다시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하장편으로 기획된 <천마군림>에서는 그런 단점이 극복될 것으로 믿는다. 읽어보지도 않고 한국 무협은 별볼 일 없다는 소리하지 말고 한번 펼쳐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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