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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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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306쪽을 보면 '문학평론은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정말 그렇다. 맘에 드는 구절을 밑줄긋고 공책에 옮겨 적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 구절 한 구절 다 마음에 들어 옮겨 적으려면 책 한 권을 베껴 써야 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고등학교 이후로 시를 읽은 기억이 거의 없다. 대학 이후로는 주로 번역된 외국 문학작품을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왜 한국 시와 소설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무척 안타까웠고 동시에 이제나마 알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한국 시와 시인에 대해 고운 우리 말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굉장히 속상할 때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읽으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92쪽에 '슬픔의 유통 기한'이나 137쪽에 '시인의 직업은 문병'과 같은 꼭지를 읽었을 때 더욱 그랬다. 그밖에도 많지만 붕어 같은 기억력이라...) 또는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부분(67쪽에 '주부생활 리얼리즘'과 300쪽에 '영상 19도의 소설들'과 같은 꼭지들)이 있었고, 더러는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그래서 슬픈 이야기들(120쪽에 '좋겠다, 죽어서'와 163쪽에 '치명적인 시, 용산', 185쪽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와 같은 꼭지들)이 있었다. 이밖에도 짤막한 정치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이 있고 여러 작품을 한 주제 안에 소개한 글, 두 작품을 비교한 글, 두 시인의 작품을 비교한 글들이 있어 갖가지 맛을 고루 갖춘 듯하다. 

 이 책을 소개해 준 지인이 순서에 구애받지 말고 내키는 대로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했다. 난 무식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었지만 책꽂이에 꽂아놓고 마음이 울적할 때 꺼내 아무 페이지나 손이 가는대로 읽어도 좋은 책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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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공격과 수비
안정효 지음 / 세경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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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총 12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실제로 번역 수업을 듣는 듯, 매 과 앞부분에 영어 원문이 놓여있고 이를 번역한 후에 다른 학생들의 번역문과 저자의 번역문을 비교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번역이 얼마나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일인지, 영어 실력 못지 않게 한국어 실력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번역의 10가지 원칙들을 알려주며 이를 어길 때마다 잔소리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너무도 생생해 마치 내가 수업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잔소리는 아마 단어 하나하나 고심해서 번역하는 저자에 비해, 게으름을 피우며 손쉽게 번역하려 하는 학생들이 괘씸해서 생겨난 것이리라.(그래서 결과물이 그렇게 차이가 나나 보다.) 게으른 학생의 하나로서 내 번역문과 저자의 번역물을 비교할 때면, 처참한 심정이 들었다. 단어 하나하나 빨간색 펜으로 고쳐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번역가 지망생은 아니지만, 편집자 지망생으로서 한국어 실력이나 영어 실력이나 한참이나 모자라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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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4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변현태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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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 포비치는 무한한 자존심의 화신이면서 그와 동시에 그의 자존심은 특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완전히 무시당하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자존심으로, 이런 경우 흔히 있는 일이지만, 고통스러운 과거의 실패에 의해 모욕받고 억눌리며 오래오래 곪아 왔다가 그때부터 타인이 성공하는 경우를 볼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서 질투와 독을 짜내는, 그런 자존심 말이다. 이 모든 것에 추잡할 정도의 자격지심과 광적인 과대 망상이 덧붙여진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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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읽기 - 알베르토 망구엘의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미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3월
품절


그(프랜시스 베이컨)는 "플라톤은 모든 지식이 기억에 불과하다고 믿었으며, 솔로몬은 새로운 것은 잊혀졌던 것이 다시 떠오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이미지들 안에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13쪽

그(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은 눈에 비치는 이미지를 통해 사물을 지각한다. 인간은 주어진 이미지를 선하다고 판단하기도 하고 악하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은 정신적인 이미지가 없으면 사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그림도 말처럼 인간의 실존을 표현하는 수단임에는 틀림없다.-14쪽

윌리엄 블레이크는 "하늘을 가로질러 나는 새들 외에 당신이 어떻게 알겠소? 이 광대한 기쁨의 세계가 당신의 오감(五感) 안에 갇힐 것 같소?"라고 물었다.-17쪽

그녀(조앤 미첼)는 본질적으로 낭만주의자였으며, 폴록이 원했던 것처럼 '행위를 의식하지 않고' 그림 그리기를 원했다. 언젠가 그녀는 "나는 나 자신을 잊고 싶었다. 자의식을 갖는 순간 나는 그림을 중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관점에서 보면, 그녀의 그림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어떤 것도 표현되어 있지 않다.-50쪽

그(피렌체의 대주교 안토니우스)는 "(…)그들은 삼위일체를 머리가 셋 달린 동물, 즉 괴물의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 안에 셋이 존재한다는 개념을 괴물의 형상으로 묘사한 것은 (…)고대부터의 전통이다. (…)물론 이러한 초기 이미지들은 머리가 셋 달린 신이나 괴물을 나타내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시간의 동시성과 통일성을 묘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88쪽

그들은 결코 잊지 않았네.
어딘가 후미진 구석, 불결한 장소에서
여전히 끔찍한 순교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곳에는 개들이 득실거리고,
고문자의 말이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처럼
나무에 그 등을 긁고 서 있다네.
-오든(W.H.Auden, 1907~1973. 시인이자 저술가)-94쪽

땅을 굳게 딛고 서 있는 젊은이의 발은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권위가 그에게 주어졌음을 상징한다. (…)모도티의 작품에 소개된 농부의 발은 삶의 의지와 책임을 주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129쪽

미국의 비평가 제프리 하트먼은 잔인하고 노골적인 장면들을 무차별 방영하는 텔레비전 뉴스에 대해 '무익한 폭력'을 즐기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트먼은 지나칠 정도의 현실적 이미지로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통속문화는 "비판적인 사고를 더욱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환상을 키울 수도 반대로 뭉개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모도티)의 사진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불행을 고백한다.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빠르게 의미를 전달하지도 않는 그녀의 사진작품은 하트먼의 말대로 관찰자로 하여금 '잔잔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131~132쪽

귀신·야만인·신 혹은 자연의 오류에 의해 생겨난 야생인간과 같이 문명 밖의 세상에서 온 생명체들은 우리와 다른 모습이지만, 분명 우리 자신의 그림자들이다. 이에 대해 화이트는 "비인간적인 것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170쪽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낯선 이방인, 곧 괴물('우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존재'라는 의미의 괴물)과 같은 존재를 라비니아의 토니나의 경우처럼 사회의 대표적인 존재가 차지하는 반열에 올려놓음으로써 그들도 당당히 인류의 한 종족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킨 셈이다.-214쪽

가트너의 네 사람은 관찰자에게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무조건적으로 절대적으로 그곳에 존재하는 네 사람의 모습보다 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 (…)가트너의 그림에 등장하는 네 인물은 신과 같은 속성을 드러낸다. 그들은 그들 자신일 뿐이다.-228쪽

우리는 이 부조에서 죽은 시인이 세상(일종의 무대)에서 사는 동안 착용했던 가면들, 즉 그의 자아가 반사된 형상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이 부조는 '현실'과 현실을 반영한 형상이 죽음의 순간에 일치하고 있음을 암시한다.-245쪽

우리에게 반사되어 오는 형상이 우리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 즉 거짓인지 진실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가 세상에 드러내놓고 사는 얼굴이 우리의 본래 모습이 아니라는 암시가 짙게 깔려 있다.-247쪽

앞서 말한 대로, 피카소는 마르를 의도적으로 잔인하게 괴롭혔다. 피카소의 잔인한 성품에서 비롯된 작품이 전쟁의 잔악상을 단죄하는 공공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컬하다.-283쪽

즉 그 이전에는 수도사들의 행렬이 정해진 지점을 통과할 때 대중이 이를 지켜보며 종교적인 의미를 되새겼지만, 알레이자디뉴의 조각상 덕분에 이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언제라도 수난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알레이자디뉴의 조각상들은 마치 좌에서 우로 혹은 우에서 좌로 쓰여진 책에 비유할 수 있다.-320쪽

이들 선지자들이 보여주는 '억제된 격정'은 '전율'로 대표되는 르네상스시대의 예술적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알레이자디뉴의 선지자들은 극도의 격정을 억제함으로써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바로크'라는 말의 어원 (…) 가운데 하나는 '가공하지 않은 진주'이다. (…)바로크 예술도 진주조개처럼 숨기는 듯 하면서 내비치기도 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와 개념 위에 다른 형태나 개념을 덧입혀 표현해 내기도 한다. 이처럼 바로크 예술은 여러 개의 동적 이미지와 개념과 상상력이 층층이 쌓여 있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그 복잡성 때문에 핵심사상을 놓칠 수밖에 없는 효과를 연출한다.-331~335쪽

케베도(스페인 시인)는 "견고했던 것은 결국 사라지게 마련이고/ 덧없는 것만이 남아 영원히 지속된다"고 결론지었다. 뒤 벨레(프랑스 시인)도 "견고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 파괴되지만/ 일시적인 것은 시간의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말했다.-378쪽

홀로코스트 기념관 건립 계획이 처음 발표된 이후 독일에서는 이런 문제를 둘러싸고 무수한 논쟁이 벌어졌다. 건립에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기념관이 망각에 대한 면죄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죄의식을 느끼면서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어떤 기념물도 표현 불가능한 것을 표현해 내지는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아가 (…)악의 미학은 과연 어떤 식으로 존재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383쪽

무릇 진정한 기념물, 즉 기억과 반추의 역할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기념물은 디드로의 소설에 나오는 프랑스 어느 성의 벽에 적힌 글을 입구에 새겨넣어야 한다. "나는 아무에게도 속해 있지 않으면서 모두에게 속해 있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기 이전부터 당신은 이미 이곳에 있었다. 이곳을 떠난 후에도 당신은 이곳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394쪽

극장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자비가 베풀어지는 장소인 카라바조의 무대에는 이야기의 진실 여부를 판가름하는 관찰자가 포함된다. (…)즉 그는 관찰자에게 배우의 역할을 맡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행동이 결여된 연민은 자비가 아니라고 가르쳤다.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420~4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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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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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정말 뭘 잘하지?'
(중략)
'아! 나는 포기를 잘하는구나!'-15쪽

"대수야"
"응?"
"새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새똥으로 위장하는 곤충이 있대."
"근데?"
"그게 꼭 너 같다."-20쪽

어머니의 얼굴에는 가임기 여성의 자신만만함과 자랑스러움이 그득했다. 자기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몰라 '진짜 권력'처럼 보이는 청춘의 민낯이었다.-37쪽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터져나오는' 거란 걸 어머니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중략)그동안 많이 참아왔다는 듯.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웃음처럼, 야유처럼, 박수처럼. 펑! 펑!-44쪽

하지만 나는 더 큰 기적은 항상 보통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47쪽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50쪽

부모가 됨으로써 한번 더 자식이 되는 것.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79쪽

"처음엔 재미로 그런 건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나를 안 찾더라고. 장롱 안에서 나는 설레어하다, 이상해하다, 초조해하다, 우울해하다, 나중엔 지금 나가면 얼마나 민망할까 싶어 그냥 거기 그대로 있게 됐고."-86쪽

"(중략)어, 그러니까……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
"실패해보고 싶었어요. 실망하고, 그러고, 나도 그렇게 크게 울어보고 싶었어요."-172쪽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이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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