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306쪽을 보면 '문학평론은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정말 그렇다. 맘에 드는 구절을 밑줄긋고 공책에 옮겨 적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 구절 한 구절 다 마음에 들어 옮겨 적으려면 책 한 권을 베껴 써야 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고등학교 이후로 시를 읽은 기억이 거의 없다. 대학 이후로는 주로 번역된 외국 문학작품을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왜 한국 시와 소설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무척 안타까웠고 동시에 이제나마 알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한국 시와 시인에 대해 고운 우리 말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굉장히 속상할 때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읽으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92쪽에 '슬픔의 유통 기한'이나 137쪽에 '시인의 직업은 문병'과 같은 꼭지를 읽었을 때 더욱 그랬다. 그밖에도 많지만 붕어 같은 기억력이라...) 또는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부분(67쪽에 '주부생활 리얼리즘'과 300쪽에 '영상 19도의 소설들'과 같은 꼭지들)이 있었고, 더러는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그래서 슬픈 이야기들(120쪽에 '좋겠다, 죽어서'와 163쪽에 '치명적인 시, 용산', 185쪽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와 같은 꼭지들)이 있었다. 이밖에도 짤막한 정치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이 있고 여러 작품을 한 주제 안에 소개한 글, 두 작품을 비교한 글, 두 시인의 작품을 비교한 글들이 있어 갖가지 맛을 고루 갖춘 듯하다. 이 책을 소개해 준 지인이 순서에 구애받지 말고 내키는 대로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했다. 난 무식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었지만 책꽂이에 꽂아놓고 마음이 울적할 때 꺼내 아무 페이지나 손이 가는대로 읽어도 좋은 책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