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켜나갈 갯벌의 미래

나는 갯벌의 다정한 친구가 되기로 했다 - 35년 동안 갯벌에서 만난 생물과 사람들 ㅣ 최고의 선생님 2
김준 지음, 맹하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한동안 소설에 동화에 그림책만 읽다가 실로 오랜만에 만난 생태도서가 신선하다. 오랜 기간 갯벌과 함께 해온 글쓴이의 이야기이다보니 현장감이 넘친다. 한적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갯벌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첫 장이 독자들을 갯벌로 끌어들인다. 갯벌에 사는 여러 생물들의 생태와 그 특징, 역할을 자세히 설명하는 첫 장을 보면 별다른 설명 없이도 갯벌이 왜 가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게들이 사라진 모래 갯벌에 남아 있는 모래 경단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예술작품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갯벌의 생물을 먹기 위해 가장 알맞은 형태로 발달한 새들의 부리 모양을 본뜬 호미의 모양에 또 한 번 감탄하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제주도 갯벌의 존재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순식간에 책을 읽어 나갔다. 자유자재로 타고 넘는 뻘배와 갯벌올림픽, 갯벌이 품고 있던 보물선의 이야기에 앞으로 펼쳐질 갯벌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졌다. 하지만 망가지는 환경에 점점 하얗게 새어가는 갯벌의 위기가 안타깝게 느껴지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생명은 또 다른 희망을 품게 한다.

갯벌은 내게 유독 친숙한 곳이다. 갯벌이 지천인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철마다 온갖 체험과 야영을 통해 갯벌을 겪었다. 그래서인가 갯벌이 있는 지역에 여행을 가면 꼭 한 번씩 찾아서 들어간다. 조개도 캐도, 게도 잡고, 땅도 파고, 물놀이도 하며 갯벌을 즐긴다. 내겐 그저 친숙한 놀이 공간이었던 그 갯벌이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되어 보호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갯벌에 대한 애정과 자랑스러움이 새삼 더 생겨난다. 우리 갯벌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보존의 필요성과 그 방법을 알려주는 또 다른 기회를 갖게 되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동해 바다가 가까워 갯벌을 쉽게 만날 수 없다. 낯선 갯벌에 대해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 마음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가로와 세로의 완벽한 콜라보...

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최근 들어 장애를 다루는 이야기들이 많이 보인다. 장애는 그 종류가 너무나 다양해서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들은 사실 극히 소수일 것이다. 최근에 접했던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 시각, 청각 장애를 가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이해의 폭이 넓어져 가고 있다고 느끼던 때에 또다른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이유도 모른채 하반신을 못 쓰게 된 가로의 병원 생활 이야기... 가로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제갈호'라는 이름이 '제가로'... 가로가 되는 것도 이야기 전체를 이끄는 소소한 재미가 된다.

누워서 바라보는 천장은 가로 세로 반듯한 직사각형이다. 가로는 4X4의 직사각형 16칸을 이런 저런 것들로 채우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나 절묘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이라니... 병원에 생긴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기 시작하며 만나게 된 친구 '세로'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며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키워간다. 걷지 못하는 것이 완전한 절망이 아님을, 걷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희망이 있을 수 있음을 깨달아 가며 '다시 살아가는 것'을 해내고 있는 가로의 모습에서 또 한 번 장애에 대한 편견을 지우게 된다. 병원에서 맺은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겐 가로를 돌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 찡하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내겐 돌봄 받는 아이보단 돌보는 할아버지에게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병원비를 대야하는 가로 부모 대신 늘 가로 옆에 붙어 한결같은 사랑을 전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가로는 '다시 사는 것'에 대한 희망을 품고 세로와의 우정을 키워가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희망을 품을 따뜻한 이야기에 어우러진 노인경 작가님의 그림은 그 매력이 더해진다. 한결같이 듬직하고 믿음직한 할아버지, 삶에 대한 희망과 주변 이들에 대한 따뜻함을 가득 품은 가로,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속깊은 세로의 노란 모자까지... 따뜻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그림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시키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토리와 삽화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책 한 권에 마음이 촉촉해지는 봄날이다.

그림도 한 편의 시가 된다...

받침 없는 동동시 ㅣ 박성우의 동시로 첫 읽기 1
박성우 지음, 최미란 그림 / 창비교육 / 2025년 3월

'아홉 살 마음 사전'으로 친숙한 박성우님의 재치 넘치는 동시집을 만나게 되었다. '받침 없는 동동시'라는 제목에 딱 어울리게 받침 없는 글자들이 가득하다. 일상에서 한 번쯤 겪을 법한 상황을 유쾌한 시로 풀어내어 읽는 내내 빙긋 미소가 지어진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그림이다. 강렬한 색감과 과장된 표현은 아이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듯하다. 온갖 동물들과 과일, 채소, 도깨비에 아기까지 익숙한 것들이 한가득이다. 알록달록한 그림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 유쾌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보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 책이다. 오늘 음악시간에 리코더를 불며 연신 '삑삑'거리던 아이들에게 '도미레 도도' 동시를 들려주면 내 얘기라며 자지러질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은 혼자 보단 아이들과 함께 읽어야 빛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환경 도서계의 ‘마이티 오‘

마이티 오! - 바다 생물의 집이 된 항공 모함 ㅣ 환경 그림책 고래와 펭귄 1
제시카 스티머 지음, 고디 라이트 그림, 박규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마이티 오'는 미국의 항공모함 오리스카니의 별명으로 당시 세상의 어떤 항공 모함보다 전투기를 많이 띄우고 가장 많은 작전을 성공시켜 천하무적이란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1950년부터 1975년까지 임무를 수행하고 군대에서 물러난 뒤 2006년부터 인공 어초가 되어 바다 생물의 집으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장에서 활약했던 항공 모함에 대한 간략한 소개 글이 이 책에 대한 줄거리 전부이다. '마이티 오'가 인공 어초로 변신하는 과정과 그 이후 바다 속에 자리 잡은 마이티 오와 바다 생물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 많은 의미와 생각할 거리들이 담겨 있어 깊은 여운을 준다. 짙푸른 바다 풍경과 사실적으로 표현된 바다 생물들은 실제 바다의 모습을 전하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점점 더 위협받고 있는 바다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인공 어초로 변해가는 과정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소개되고 정해진 장소로 옮겨지는 과정에서의 위기와 주변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가라앉히는 과정도 쉽게 보여주어 책장을 덮을 때 지적인 만족감이 극도로 차오른다. 특히 생소했던 '인공 어초'라는 개념이 확고히 자리잡으며 생태계 보존을 위한 인간의 지속적인 노력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어진 것 같다. 점점 사라져가는 산호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소개하여 단순히 지식의 나열이 아닌 행동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진 책이기도 하다. 함께 동봉된 활동지에는 우리나라 동해에 자리 잡은 스텔라호에 대해서도 소개되어 있어 친밀함이 더해진다.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것 하나로도 바다 생태계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환경을 위한 실천 의지까지 북돋을 수 있는 또 다른 '마이티 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새학기..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전 필독!!

내 친구 도감 - 학교생활 잘하는 법
김원아 지음, 주쓰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새 학기 시작이 다가온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가장 떨리고 설레고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는 딱 그런 때가 되었다. 새 학기를 맞이하며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 바로 '친구'이다.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을까, 우리 반에 어떤 친구가 있을까,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나랑 맞는 친구가 없는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내 친구 도감'이라는 제목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딱 어울리는 매력을 가득 품고 있다. 귀여운 그림과 깜찍한 캐릭터도 관심을 끈다.

목차를 만나기 전 소개되는 여러 등장 인물과 각각의 특징이 있고 모두 다르고 다양하다는 소개말은 어쩌면 가장 평범하고 당연하면서도 놓치기 쉬운 사실을 일깨워준다. 목차에서 볼 수 있듯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해가 쉬워진다. 각각의 성향에 대한 가치 판단이 아닌 다양성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도감'이라는 제목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각 장마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상황별 대처 방법이 제시되어 있어 학교 가는 아이들이 바른 행동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고 분량이 많지 않아 빠르게 읽히기도 하고 그림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커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 적당한 책인 것 같다. 새 학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