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7
신순재 지음, 김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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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글자로 쓰여진 제목과 한쪽 구석 강렬한 노란색 조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그란 눈망울에 가지런한 앞머리,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 소녀는 첫 만남부터 빙그레 웃음짓게 한다. 노란 색이 선명한 그 곳에는 그 아이가 있다. 귀여운 구석이 있고, 신중한 구석이 있고, 순진한 구석이 있으며, 때로는 치사한 구석이 있고, 살가운 구석도 있는.... 하지만 가끔 구석에 숨고, 구석을 숨기는 그 아이... 보여주지 않은 구석이 있어도 그건 그저 그 아이의 구석이고 비밀일 따름...

흑백 그림 속에 샛노란 옷깃은 시선을 끈다. 노란 옷깃을 따라가다보면 알록달록한 색종이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색이 다채로워지는데 구겨지고 접힌 많은 색종이들이 자꾸 마음에서 접힌다. 좀처럼 눈을 볼 수 없는 아이의 그늘진 얼굴은 구겨진 색종이같다. 닮은 구석을 찾고, 숨겨진 구석을 애써 캐지 않는 소녀의 마음은 어느덧 그 애의 숨겨진 눈에 가 닿는다.

연필로 스케치 하듯 그려진 그림은 풋풋한 소녀의 설렘을 잘 전한다. 그 사이에 눈길을 끄는 샛노란 빛깔이 인상적이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사용되는 색과 무늬도 점차 다양해진다.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다양한 구석, 다양한 사람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수많은 구석이 다양한 색종이들로 표현된 것 같다. 이 세상 다양한 색들이 수많은 이들의 수많은 구석인 양...

저마다 많은 구석을 가진 그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 아이들의 구석을 얼마나 찾았을까? 얼마나 찾으려고 노력했을까? 그 많은 구석들과 상관없이 예뻐하고 사랑하긴 했을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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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목욕탕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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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목욕탕... 그 때? 그때? 제목부터 기발하다.

후회 가득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초대권, 그 곳에 가면 원하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 기회는 단 세 번! 무작정 돌아가면 무엇을 후회했는지 모두 잊을 수 있기에 자신의 행운을 들여 구 모든 것을 기억해야한다.

누구에게나 후회의 순간이 있다. 후회를 딛고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그 순간에 갇혀 잘못을 곱씹고 자신을 원망하고 때로는 남을 탓하며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때목욕탕은 너무나 매력적인 공간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그 곳에 초대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맘때탕에 몸 담그고 후회의 그때를 씻고도 싶고, 먹고가게에서 그때알았더라면 한 그릇 하며 후회되는 그때를 오래오래 기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싶고, 그때밀이 한 번 하고 후회하기 전으로 돌아가고도 싶고... 그렇게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어가다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돌이키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까? 그때로 돌아간다고 뭔가 달라질까? 또 다른 후회를 낳지는 않을까?

세 번으로 한정된 그때밀이는 원래 무제한이었다. 하지만 그때목욕탕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후회되는 일이 생길 때마다 계속해서 시간을 거슬렀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다른 문제가 새겼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간을 되돌리면 또다른 문제가 후회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다 결국 그때에 갇히는 아이들이 새겼고 기회를 세 번으로 제한하게 되었다고....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한다.

몸에 때가 끼듯 마음에 후회가 쌓이는 건 당연한 거야.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조금씩 남기 마련이니까. 그때목욕탕은 그런 후회를 털고 홀가분하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만든 거야. 지금을 바꾸는 건 그때가 아니라 그대니까

p.83

소소한 후회들을 반복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후회를 켜켜이 쌓아온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지금을 바꾸는 건 그때가 아닌 그대.... 순간을 바꾸려는 선택이 아닌 더욱 찬란할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 그 선택을 위한 힘을 키워나가고 싶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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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 과자점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6
김지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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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슈크림빵'에 이어 '내 멋대로 빵빵빵빵'까지 우리 반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지안 작가님의 신간을 만났다. 위트 넘치는 대사(?)들이 깨알 웃음을 주는 유쾌함 속에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함이 스며 있는 작가님만의 감성이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이제 가을이다. 찌는 듯한 더위가 오래도록 지속되며 언제 가을이 오려나 싶었는데 너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와버렸다. 단풍은 아직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하늘은 높고 푸르기는 커녕 계속 흐릿흐릿 비가 오락가락 하는데, 아침 저녁으로 기온은 확 떨어졌고 환절기를 알아채는 나의 코는 귀신같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보인다. 가을이 성큼 와 있는 게 분명하다.

계수나무는 낯설다.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중년의 나에겐 노래 가사 속, 달 토끼 이야기 속 계수나무라는 이름이 남아있지만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은 잘 모른다. 본 적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들어본 적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계수나무 과자점이라니..... 아마도 계수나무 빼고 '과자점'만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책장을 펼쳐본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과 더불어 맛깔나는 디저트 풍경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 입 베어무는 소리와 달콤한 맛, 냄새, 부드러운 식감까지 모두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림만으로 전해지는 오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맛있는 과자들은 거들뿐...

진짜는 과자값!!

값을 내야만 하는 과자점에서 다른 동물들이 가져온 과자값을 놓치지 않고 꼭 살펴봐야한다. 사실 처음 볼 땐 무심코 넘겨버렸는데 다시 읽으며 얼마나 의미있는 것들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지불한 과자값의 의미도 꼭 함께 이야기 나누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가을에 열심히 과자를 만드는 의미와 정성 가득한 과자를 배불리 먹는 이유와 아이가 지불한 과자값... 그리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가을 풍경까지... 제목은 과자점이지만 가을의 모든 풍경과 의미가 담긴 묵직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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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이 문제야! - 먹거리로 본 기후 변화
이지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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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날씨가 이상하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일찍부터 찾아와 괴롭히더니 장마는 국지성호우의 모습으로 예측하기 어렵게 휩쓸고 가버린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는 갑자기 선선한 바람과 함께 많은 아이들의 감기를 몰고 왔다. 기후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해진 것 같아서 아이들과 함께 나눌 콘텐츠를 고민하던 중에 이지유 작가님의 책을 만났다.

'식량이 문제야', '에너지가 문제야' 두 권을 한꺼번에 받게 되어 먼저 출간된 '식량이 문제야'부터 읽어보았다.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화두인 식량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하니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직관적인 그림과 쉬운 설명은 아이들이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큰 어려움이 없다. 특히나 하나의 소재를 마치면서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다음 소재에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에 아이들로 하여금 왜 우리가 이런 것을 살펴보아야하고 왜 관심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납득시켜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것들을 알려주며 실천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마무리는 재미와 교훈을 모두 잡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조만간 아이들과 프로젝트 활동으로 지역과 환경을 연계하여 운영하려고 생각중이었는데 활용교재로 너무나 적절한 책을 만난 것 같아서 앞으로 진행될 활동들이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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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문제야! - 석탄, 석유, 원자력으로 본 기후 변화
이지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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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식량이 문제야'를 읽으며 한껏 끌어올린 기대감은 이번 책에서 폭발했다. 기후와 환경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그 원인을 에너지 관련한 내용에서 찾아보며 하나하나 설명한다. 역시나 간결한 그림체와 쉬운 설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아 떨어진다.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그 특징과 장단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단순히 에너지원에 대한 설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에너지 정의까지 다루었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의 특징을 반영하여 모든 나라가 다 연결되어 있으며 결국 지구를 위한 것은 모두가 고민하고 실천해야하는 일임을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아이들과 수업할 때 접근 과정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인데 그 고민을 너무나 명쾌하게 해소해 주었다.

'식량이 문제야'와 비슷하게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아이들로 하여금 우리가 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있어 세계시민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앞으로 끊임없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아이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고민하며 행동할 수 있게끔 이끄는 이런 책들이 학교에서 또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이어 다양한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또 다른 책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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