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아이 윌라
로버트 비티 지음, 황세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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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산이라 여겼던 윌라는 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갔던 페란족의 아이로 인간의 언어와는 다른 옛 언어를 사용하고 숲의 동물과 이야기나눌 수 있으며 식물과 교감하여 그 속으로 스며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영토 근처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인간들로 인해 페란족의 수는 급격히 줄고 페란족을 이끄는 파드란은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페란족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윌라를 비롯한 페란족의 아이들은 '재비'라 불리우며 도둑질을 하여 일족들의 식량을 구하고 있다. 단독행동을 하던 윌라는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윌라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다른 재비들과 파드란으로부터 공격당해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갈 곳 없어 헤매던 윌라가 찾은 곳은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던 인간의 집이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연을 쌓아가며 자신의 일족에게 있었던 엄청난 일들을 알게 되고 이전의 다정하고 사랑했던 페란족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두려움에 맞선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통해 보시길...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꽤 두껍다. 표지를 열면 작가님의 싸인이 보인다.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러 쓴 듯한 '고맙습니다' 다섯 글자가 이 책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목차가 두 페이지 가득이다. 분량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어 시작하는 마음이 조금 무겁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열고 보니 술술 잘 읽힌다. 주변 풍경의 묘사는 너무나 사실적이고 신비롭기도 하다. 윌라가 금방이라도 눈앞에 나타날 것처럼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앞에 모든 장면들이 하나하나 그려지는 것 같았다.

윌라와 새로운 인연을 만들게 된 너새니얼, 적으로만 생각했던 너새니얼과 교감하는 시간이 쌓이고 너새니얼이 겪은 안타까운 일들을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된 파드란의 횡포에 맞서는 윌라의 용기있는 선택... 그 과정을 보며 전형적인 헐리웃 영화 스토리를 예상했는데.. 반전이다... 윌라가 찾은 새로운 집... 윌라가 훔친 가장 값진 것!!

정의롭고 옳은 길을 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특히나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으며 옳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대부분은 시기와 질투를 보내고 비난하기 일쑤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자 했음에도 자신만의 이익과 평안을 위해 묵살하고 외면한다. 그렇게 외면당한 윌라에게 그 외로움과 슬픔 끝에서 손을 내밀어 준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멀다고,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이들은 그저 몰라서 그랬던 게 아닐까? 한 걸음 다가가서 한 마디 더 나누어보면 우리가 모르는 공감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소 생소한 이름과 지명의 늪을 잘 헤치고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쭉쭉 책장이 넘어간다. 거주지, 감옥, 수많은 길들, 숲 속... 이 모든 곳들의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내가 그 안에 함께 있는 것 같다. 시종일관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듯하다. 더불어 윌라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끔 충분한 서사를 보여준 것도 만족스럽다. 책장을 덮은 이후의 윌라의 생활이 편안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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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가족이 함께 읽는 댄 야카리노 그림책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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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라니...

제목만으로도 아찔하다. 책장을 넘기는 그 느낌이 좋아 무거움을 감수하고 굳이 종이책을 이고지고 다니는 나에게 책이 사라진 세계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디스토피아이다. 걱정스런 마음과 함께 책장을 펼쳐보니 익숙한 작가님의 그림체가 눈에 들어온다. 티없이 맑고 호기심에 찬 눈을 반짝거리는 주인공 빅스. 그 어떤 고민이나 선택 없이 주어진대로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리한 세상에서 모두들 당연히 받아들이는 편리한 돌봄(?) 시스템을 빅스는 거부한다. 무엇이든 스스로, 혼자, 알아서 하고 싶어하는 아이는 새로운 출구를 찾아내고 그 곳에는 지하도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원하는 책을 읽으며 동물과 우정과 예술을 학습하고 도시를 탐험하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었다. 책을 읽게 된 사람들은 점차 변화하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

아주 먼 미래의 모습처럼 그려졌지만 사람들을 지켜보고 도와주는 눈은 어쩌면 지금의 스마트폰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스마트폰을 켜고 길을 걷는 순간에도, 밥을 먹는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으며,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에 빠져드는 현재 우리의 모습은 책 속 사람들의 모습과 완벽하게 겹쳐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작가님의 우려가 이 책으로 탄생한 게 아닐런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작가님만은 아닌듯 하다. 걱정스런 마음과 해결책에 대한 기대로 책을 열어 본 나와 같은 독자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물론 현실에서 빅스와 같은 아이들을 만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어쩌면 책을 제대로 접할 기회를 가져보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의 의미와 재미를 알기 전에 스마트폰부터 접한 아이들이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건 너무나 어려울 일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의 세계를 소개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고 실효가 있을까 늘 고민하는 교사에게 이 책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것 같아 든든해진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마주 앉아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나누는 모습이 현실에서도 보다 자연스럽고 당연해질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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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 분식 - 우리 동네 냠냠 쩝쩝 으라차차 할미 분식 1
할미잼 지음 / 트리앤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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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이미 게임 끝이다. 할머니에 분식이라니....

아프고 다친 마음을 달래주는 데 이만한 게 있을까...

푸드트럭을 몰고 나타난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회사에서 저지른 실수로 낙담한 곰에게 비법소스를 뿌린 떡볶이 한 그릇을 내어주시는 할미... 어린 시절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떡볶이 한 그릇에 힘들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할미 분식을 찾아 온 또다른 친구 토끼에게는 비법 가루를 뿌린 갓 튀긴 바삭한 튀김 한 그릇을, 피곤한 다람쥐 사장에게는 비법 간장을 떨어뜨린 어묵과 따끈한 어묵 국물 한 그릇을 내어주며 저마다의 이유로 지치고 힘든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고 녹인다. 거기에 따뜻한 위로의 말과 진심어린 조언까지 덧붙는다.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기운이 맴돈다. 사소한 것으로도 고민하고 힘겨워했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분식집의 추억 하나쯤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친구들과 함께 몰려가 사이좋게 나누어 먹던 떡볶이와 튀김, 어묵 한 그릇...속상하고 복잡했던 일도 학교 앞 분식집에서 매콤달콤 떡볶이에 수다 한 판이면 모두 씻겨나갔었다. 여기에 만국 공통의 힐링 그 자체... 할머니... 배고프면 몸도 마음도 더 아프다며 그저 한 입이라도 더 먹으라고 계속 접시를 내어주신다. 할머니의 '약손' 한 번이면 모든 아픔이 사라지고 스르르 눈이 감기는 마법같은 순간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는 또 몇이나 될까... 그 따뜻했던 순간들이 어제 일인듯 떠오른다.


 "배고프고 고민이 있다면 할미분식에 오세요"


힘들고 지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고 푸근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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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통신문 시 쓰기 소동 - 2025년 개정 4학년 1학기 국어활동 교과서 수록 노란 잠수함 15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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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통신문 소동과 비밀편지 소동에 이은 송미경 작가님의 세 번째 이야기라는 소개 글을 보았다.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한 터라 책을 받아보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빼먹지 않고 보는 것을 선호하는 나에게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만을 보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라는 소재는 일단 도전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야기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전의 이야기에선 낯선 형태의 가정통신문이 아이들과 각 가정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것 같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여기에 '시'가 더해진다. 새로 등장한 땡땡이 선생님이 인도하는 시 쓰기의 세계는 평소 어렵게만 생각하고, 그저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시'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한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그대로 시가 되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니 새로운 시가 떠오르고, 냄새를 통해 떠오르는 기억이 한 편의 시로 탄생하는 과정이 너무나 순수하고 행복하게 펼쳐진다. 아이들이 쓴 시는 동심을 그대로 드러내며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으로 웃음짓게 하고, 어른들이 고민하며 써낸 시는 같은 어른의 입장에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무슨 시를 쓰냐며 투덜대던 이들도 어느새 무슨 시를 쓸까 고민하며 시의 세계에 푹 빠져드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시로 탄생하는 순간들을 지켜보며 '나도 시를 한 번 써볼까?'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에 젖어드는 시간.... 그 마법같은 시간을 이 책을 읽으며 경험하게 되었다. 비둘기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동심 가득한 시를 보며 우리 반 아이들이 써내려갈 시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조만간 우리 아이들과 시를 쓰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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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대단한 아이디어 마음속 그림책 28
애슐리 스파이어스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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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과 함께 받아본 이 책은 겉표지만 봐도 짝이 되는 책이다. 처음엔 함께 발행된 책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발행된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등장인물이나 모티브, 내용의 흐름 등이 너무나 비슷하다. 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 실패를 거듭하다 각각의 실패작에서 찾아낸 장점들을 활용하여 만족스러운 완성품을 만들어낸 것처럼, 늘 넘치던 아이디어가 어느 순간 막혀버리고 '엄청나게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결말도 비슷하리라 예상했는데 내겐 다소 의외였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한 하나의 지침서가 아닐까 짐작했던 내게 던져진 결론은.... "그럴 수도 있지!!"

아이는 어쩌면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이는 아이디어가 언젠가는 또 생겨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답니다.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을 떠올리고, 매일 매일 성장해나가지 않으면 조바심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괜찮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때로는 이대로 더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한 우리에게 '가끔은 멈춰있어도 큰 문제가 없으며, 언젠가 다시 나아갈 것'임을 담담히 알려주며 위로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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