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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로 가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피터 H. 레이놀즈 그림, 마크 콜라지오반니 글, 김여진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9월
평점 :
피터 레이놀즈 작가님의 신간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망설임없이 선택할만한 책이다.
제목부터 매우 직설적이다. 커다란 표지판에 적혀 있는 다섯 글자... '다른 길로 가'
표지부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지금 가는 길이 의심스러워 고민에 빠졌을 때 다른 길로 가면 된다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게 정말 이렇게 쉽다고? 이러면 다 끝난 이야기 아닌가? 설마 이게 다일리가 없다. 뭔가 더 있을 거다. 그 무언가가 궁금해서 표지를 넘겨보게 된다.
비가 오고 하늘은 우중충하다. 지고 가는 짐은 너무나 많아 나를 짓누른다.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다른 길로 가보기로 한다. 지고 가던 커다란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걱정, 의심, 두려움, 좌절감....
비는 그치고 날씨는 개어가며 짐은 한결 가벼워지고 표정은 한껏 밝아진다. 버리고 간 큰 짐들을 다시 찾아갔을 땐 작아진 좌절감과 조용해진 두려움, 침착해진 의심과 사라진 걱정이 있었다. 한결 가벼워진 녀석을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리라는 깨달음으로 마무리된다.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이야기의 흐름과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분명하다. 일관되게 자신에게 주어진 힘겨운 짐들을 내려놓고 다른 길로 가볼 것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면서도 선뜻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 역시 너무나 분명하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이게 아님을 알면서도 대안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변화가 두려워서,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봐,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이 아까워서, 좀 더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우리는 다른 선택을 주저한다. 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선택을 우리는 '실패'라는 말로 평가절하해왔다. 실패하지 않는 삶이 더 가치있는 삶이라고 여기며 실패하지 않기 위해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그 말이 인생의 명언이라며 아주 중요한 가르침인양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상 실패를 직면했을 때 그것을 '성공의 어머니'로 생각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마음에 명쾌하게 답을 던진 것이 바로 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걱정과 의심, 두려움과 좌절감에 잠식되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가는 인생을 살지 말고, 자신의 삶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여 나아가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특유의 명쾌한 글과 유쾌한 그림체로 전하는 메세지가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다른 길로 간다는 것이 결코 포기하거나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경험'을 쌓는 일임을 더 쉽게 깨닫고 보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려는 굳은 마음을 갖는데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