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약함을 내비치지 않으셨던 강인한 어머니. 그런 당신이 어느날 갑자기 한 순간에 무너졌다. 울음을 참다 참다 결국 아들 앞에서 쏟아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어머니의 눈물을 발견하고 놀람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던 한 아들, 박상준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행 작가 답게 '여행과 산책'으로 어머니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어머니가 잘 다니시는 산책길을 시작으로, 고향길과 제주올레길 등을 함께 거닐며 어머니를 조금씩 이해해 나갔다. 여행길 위에서 자연의 풍광에 대해, 안도 다다오에 대해, 서로의 삶에 대한 대화를 더 많이 나누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의 모든 부분을 수용하기는 힘들었지만, 서로의 간격을 줄여가며 어머니의 삶을 이전보다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었다.
한 개인의 이야기지만, 어머니를 둔 나의 이야기이도 하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엄마, 우리 여행 가자>.
박상준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 '황당'에서 단둘만의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인터뷰 담당 |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알라딘 : 반갑습니다! 책날개에 수록된 진하게 웃는 사진 참 인상적이에요.
박상준 : 사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본인의 표정이 있잖아요. 사실 바보처럼 웃는 모습인데, 개인적으로 그 표정을 굉장히 좋아해요.
알라딘 : 어머니와 딸에 관한 책들은 많은데요 저도 딸이기 때문에 마음을 울리는 그런 내용의 책을 읽으면 읽다가 잠시 책을 덮게 되요.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요. <엄마, 우리 여행 가자>를 읽으면서 많이 놀랐던 점은 딸의 느낌인데 정작 아들이 썼다는 사실이에요. 이 책도 중간 중간 많은 쉼을 가졌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수록된 어머니께서 작가님께 쓴 편지를 읽다가 결국 울고 말았어요.
어머니께 당신의 이야기에 관한 책을 집필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의 첫 반응은 어땠나요?
박상준 : 사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못했어요. 어머니와 여행을 다니면서 처음부터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프롤로그에도 언급했지만, 어머니께서 제 앞에서 눈물을 쏟아낸 일을 계기로 어머니와 산책을 다니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거에요. 그런 와중에 글로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문득 생긴 거죠.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어머니와 내 이야기를 글로 한번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준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결과물이 나온 거고요.
한참이 지나서도 말씀을 드리지 못했어요. 어머니는 굉장히 긍정적인 분이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사람으로 인식되셨거든요. 사람들에게 그릇이 큰 사람으로 보여지는 어머니인데, 이 책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어머니 뒤에 있는 모습들이 전부 공개된다는 생각이 드니까 ‘아 이 책을 과연 내도 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어머니께 책에 관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런 글을 제가 쓰려고 해요’ 했을 때 어머니 반응은 담담하셨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아들에 대한 신뢰를 갖고 계시니까요.
알라딘 : 이번 새 책은 전작 <오 멋진 서울>, <서울 이런 곳..>과 다른 컨셉이고 감성적이더라고요. 막상 결과물을 어머니께 드렸을 때의 반응은 또 어떠셨어요?
박상준 : 어머니께 바로 전달해 드리지 못했어요. 도저히 직접 못 하겠더라고요. 책이 나왔을 때 어머니께 전화는 드렸는데 ‘어머니 이 책을 안 읽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어머니께서 ‘그래? 그럼 안 읽을께’ 하시더라고요. 다른 뜻이 있어서는 아니고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 공개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굉장히 쑥스러웠어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보내드려서 읽으신 게 아니라, 지인분께서 구입한 책을 어머니께 먼저 빌려드렸던 거에요. 어머니께서 두 번 속마음을 표현해 주셨어요. 한번은 통화로 ‘악마 같은 엄마를 천사로 표현해 줘서 고맙다’고 해주셨고, 또 한 번은 문자를 주셨어요. ‘아들아 고맙다, 지금도 책을 보며 울고 웃고 뭐라 표현할까 어미맘 알겠지 고생많았다 우리 장한 내 아들’ 맞춤법도 쓸리고 띄어쓰기도 제대로 안되어 있었지만, 그걸 확인한 순간 ‘아 어머니께 큰 죄를 지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동생이랑 통화하시면서 한 얘기가 있는데.. ‘이 세상에 엄마 이야기를 글로 쓰는 아들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니’라고 말씀하셨다고요.
알라딘 : 이렇게 여행과 어머니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는 저도 처음 접하는 듯 해요.
어머니를 모시고 출간기념회, 어머니 사인회를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박상준 : ‘첫 출간 즉시 어머니를 모시고 출간기념회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책이 나오고 보니까 굉장히 심란하더라고요. 심란한 상태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할 엄두가 안 나서 친구들과만 약속을 잡았어요. 그리고 우연히 약속 전날 어머니와 통화를 하게 됐는데 ‘친구들과 한번 자리 만들어라, 엄마가 밥이라도 한끼 해먹일 테니까.. 어떻겠냐?’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올라오시라고 말씀 드렸어요. 그렇게 해서 갑작스럽게 출판기념회에 어머니를 모시게 된 거죠.
알라딘 : 출간기념회 겸 사인회는 처음 경험하셨을 것 같은데 그 자리를 어머니께서 굉장히 어색해 하셨을 것 같아요.
박상준 : 물론 굉장히 어색해 하셨죠. 하지만 ‘그 순간을 행복해 하시는구나’란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자리라고 말을 해줬으면 사인이라고 준비하는 건데’ 하시더라고요. 어머니 모시고 기념회 할 때, 직접 책의 한 부분을 읽어드렸어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시던 분이 그분 자체의 존재감이 드러났던 자리잖아요. 아들 덕분에 이런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아주 많은 생각이 드셨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이 책을 내고 나서 아버지께서는 서운해 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박상준 : 경상도분이셔서 좀 무뚝뚝하신 편이라 표현을 잘 하진 않으세요. 에필로그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책을 내면서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어요. 죄송한 마음이 없지 않았겠죠. 그런데 ‘이 이야기 자체가 어머니만의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제가 아버지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머니를 통해서 아버지의 목소리를 제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아버지께는 말씀 안 드렸지만, 이 책은 결국 아버지와의 이야기도 되는 거죠.
알라딘 : 우연히 <이 길 끝에 네가..> 최갑수 작가께서 이 책을 추천한 포스팅을 봤어요. 서로 친구 사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어떤 계기로 친분을 쌓게 됐나요?
박상준 : 한때 '프라이데이'란 여행잡지사에 다녔을 때 최작가가 퇴사할 때 제가 입사했거든요. 같은 공간, 기간 동안 함께 근무한 적은 없지만 OB 멤버 YB 멤버가 된 거죠. 술자리를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됐어요. 그리고 친구하기로 했죠. 최갑수 책을 좋아하는 독자이기도 해요. 술자리 같은 데서는 각자가 너무 다른 모습이에요. 그런데 사진이라던가, 감성의 글을 접하면서 감성코드는 굉장히 비슷하고 통하는구나 싶었어요.
알라딘 :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목요일 루앙 프라방> 등을 읽고서 저도 최갑수 작가님이 감성적인 분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면 최갑수 신작 <이 길 끝에 네가..>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어떤가요?
박상준 : 책이 나왔을 때 딱 든 생각은 ‘아 이번에 유독 고생을 더 많이 했겠다’였어요. 이번에는 글과 사진에 대한 감성도 담겨 있지만, 여행지의 정보들이 들어있잖아요. 사실 여행서에서 정보를 담는다는 건 많이 번거로운 거거든요. 손도 많이 가고, 한 마디로 노동이 많이 드는 작업이죠. 그래서 고생 많이 한 책이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알라딘 : ‘이 여행 작가의 글은 부럽다, 이런 글을 나도 써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작가의 책이었나요?
박상준 : 빌 브라이슨 책이요. 저도 그 작가처럼 엉뚱하고 유쾌한, 좌충우돌의 여행기를 써보고 싶어요.
알라딘 : 영화 관련 일도 하신 걸로 아는데요 영화에서 여행으로 변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상준 : 첫 시작은 영화잡지였죠. 영화잡지사를 그만 두는 순간, 그 다음 일터는 ‘프라이데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곳이라면, 여행이라면 내게 잘 맞겠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경우,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절대 안돼’란 스타일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여행은 나와 굉장히 친한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정도에요.
알라딘 : 사실 현재 여행 작가일과 카페 ‘황당’ 지기를 병행하고 계신데요 카페를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박상준 : 카페에서 하고 싶었던 일은 서울에 관한 다른 해석을 시도하는 거에요. 서울여행을 하면서 제가 서울 명소들을 각각 찾아가는 거잖아요. 서울의 장소에 관한 모습을 만났다면, 여기는 서울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잖아요. 그들을 보면서 ‘아 서울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를 알게 되요. 여기를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산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부암동 산책, 서울 산책 이렇게 진행했어요. 카페 역할은 결국 서울의 소통이 되는 거에요. 사실 이 카페도 저의 첫 책에 소개된 곳이에요. 단골이 되었고, 여기서 만났던 친구들이 지금까지 함께하는 친구들이에요. 이전의 주인장이 제게 친구를 마련해 준 것처럼, 저도 인수한 카페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알라딘 : 이미 서울에 관한 책을 2권 내셨는데, 지방 혹은 다른 나라에 관한 여행서를 집필할 생각은 없으세요? 다음 책으로 준비 중인 책은 어떤 컨셉이 될까요?
박상준 : 지금까지 사전만한 두께의 서울에 관한 책을 냈잖아요. 서울이라는 테마는 평생 가져갈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번에는 지방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 같아요. 올 초 카페를 오픈하기 전에 머릿속으로만 생각한 곳은 일본이에요. 몇 년 전에 시코쿠 가이드북 작업을 하면서 돌아본 적이 있었거든요. 제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곳이라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그 여행 경비를 이 카페에 쏟은 거죠. 안도 다다오가 지은 나오시마의 건축물을 돌아본 적 있는데,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언젠가 한번 시코쿠 순례길, 나오시마 등에 관한 책을 집필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우선은 국내 여행에 집중하려고 해요.
알라딘 : 지방분이신데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신 듯 한데요. 서울을 타겟으로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박상준 : ‘프라이데이’ 기자 생활할 때, 서울 다운타운을 주로 취재했었어요. 그 인연을 통해 자연스레 서울에 관한 책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거고요. 다음 책을 계획하지 않더라도 서울에 관한 소스를 모았어요. 첫 책을 내고 보니까 서울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서서히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알라딘 : 여행작가로 살아간다는 건? 뭔가 어려움이 있다던가, 이런 점은 굉장히 좋다던가 등에 대해 말씀 주세요.
박상준 : 책을 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이 있을 것이다, 예상하시겠지만 실제적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지금은 한창 뛰어다니면서 여행에 대한 컨텐츠를 생산해 내고 있지만 나이가 들었을 때 여행작가로서 어떤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여행 작가로서 가장 좋은 건 단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무환경이요. 일의 목적을 가지고 현장에 갔을 때는 거기서 원하는 무언가를 무조건 생산해 내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죠. 하지만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에요.
알라딘 : 여행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상준 : 세상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조금 떨어져서 살아가는, 호흡이 다른 일을 하는 것인데 남과 다르게 살아간다는 건 결국 많은 것들을 포기한 게 된다는 것이에요. 포기할 것들이 사소하거나 작은 것들만 있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아요. 포기할 것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라딘 : 독자분들이 이 책을 어떻게 봐주길 바라시나요? 더불어 알라디너께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박상준 :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걸까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책이에요. 이 책을 읽고서 많은 분들께서 어머니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어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보다, 이 책이 정말 많이 읽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통해서 어머니와 여행을 당장 할 수 있게 만들 것 같다,란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다 읽고 책을 덮은 순간 어머니를 떠올리며 전화 한 통화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독자분들께서 이 책 읽으시고, 한번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 보신다면, 저로선 더 없이 행복한 작가일 것 같아요. 제가 쓴 글을 통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굉장히 보람이 될 것 같아요.
일본 나오시마 : 사람들이 떠난 섬이었다. 이 빈 섬을 베네세 재단과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만나 거대한 예술의 섬으로 재창조했다. 베네세 하우스와 지추미술관이 잘 알려져 있지만, 나오시마의 진정한 모습은 혼무라 집(家) 프로젝트에 있다. 폐가를 한 사람의 예술가가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 가운데 안도 다다오와 제임스 터렐이 만든 미나미테라(南寺)는 ‘빛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깨달음과 잊지 못할 감동을 안긴다.
몽골 고비사막 : 울란바토르를 출발해 만달고비와 달란자드가드를 지나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얼음의 계곡 욜링암까지 이어지는 여정이다. 고비사막을 지나는 길. 양떼들이 막아서고 낙타들이 막아서는 사막에서 밤이면 별들을 이불 삼아 잠이 든다. 게르에서 맛보는 아롤과 타락의 환대인들. 현지 가이드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지날 수 없는 길, 그저 앞서간 차들의 자국이 길이 되는 사막 횡단은, 길의 의미를 다시금 묻게 만든다.
영주시 무섬마을 : 수도리(水島里)전통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란 뜻이다.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고 흘러 낙동강을 향한다. 반남 박 씨와 신성 김 씨의 집성촌으로 17세기 중반부터 마을을 이뤘다. 민속촌 형태가 아닌 생활촌으로 존재하는 고택들이 매혹적이다. 아직은 하회마을이나 회룡포보다 덜 알려져 있다는 게 장점. 매해 시월에 만들어져 다음해 5월까지 남아 있는 외나무다리도 볼거리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지정되기도 했다.
폴 오스터 <달의 궁전> : ‘우연’의 작가 폴 오스터가 쓴 3대의 이야기.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촘촘하게 글로 엮어 가는 그의 솜씨는 늘 놀랍기만 하다. 읽는 재미가 있다. 흡착기도 달려 있는지 매번 그 자리에서 끝을 보고 만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왠지 모를 허무도 따라온다. 아마도 내가 서 있는 곳이 그 지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 시인 함민복의 산문집. 그의 글은 소금꽃처럼 아름답지만 그 글 속에 담긴 삶은 엄마의 땀방울처럼 짜기만 하다. 그것이 ‘진짜’라는 건 이 책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어렵잖게 알아챌 수 있다. 부유하지 않지만 가난하지 않은 마음이 기어이 짠 눈물을 삼키게 만든다.
에리히 캐스트너 <하늘을 나는 교실> : 이 책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졌던 아동문고 전집 100권 가운데 유일하게 기억나는 책이다.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둔 김나지움 학생들의 이야기다. 학창 시절의 우정이나 꿈 같은 정겨운 단어들이 절로 떠오르는 책. 어른이 돼서 다시 읽으니 그 순수와 열정이 새삼 소중하게 여겨진다.
*부모님과 여행하기 좋은 여행지 추천*
영주시 부석사 : 가을날, 부석사의 초입은 은행나무 단풍이 곱다. 황금빛 들녘과는 닮은 듯 다른 가을빛이다. 발끝에 풍성하게 닿는 느낌도 좋다. 가는 길에는 좌판을 깔고 사과나 산나물을 파는 아주머니들도 여럿이다. 또 다른 엄마다. 신기하게도 엄마와 엄마는 금세 오랜 친구처럼 허물없는 수다를 주고받는다. 무량수전 앞에서 아우르는 소백산 전경과 저녁 노을도 빠질 수 없다. 그 장대하며 화려한 자연이라니. 부석사 가는 길은 볼거리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다. 계절의 풍요로움도 더한다. 그래서 엄마랑 같이 걸으면 좋을 듯.
N서울타워 : 단언컨대 때론 가장 뻔한 것이 가장 확실한 답이다. N서울타워는 엄마랑 다녀오기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해질 무렵 전망대에 올라 저녁 노을과 서울의 야경을 한꺼번에 감상해보시기를. 열 번을 봐도 열 번 모두 탄성이 인다. 레이저쇼나 봉수의식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많다. 전망 레스토랑 N그릴에서 엄마와의 오붓한 데이트도 권해본다. 물론 가격표는 절대 공개하지 말 것.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엄마의 추억을 엿보고 내려올 때는 나란히 걸으며 짧은 대화의 시간을 가져봄직도 하다.
동해 바다열차 : 강릉, 동해, 삼척을 지나는 58km의 바다열차다. 창밖으로 향한 좌석에서 바다 풍경을 보며 달리는 기차 여행이다. 아름다운 동해 바다를 감상하며 엄마와 함께 오붓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기차 여행이 가지는 향수가 옛 추억도 떠오르게 해 대화의 소재를 마련해준다. 엄마나 부모님과의 대화가 어색한 이들이 시도하기에 적합하다. 약 1시간 20분의 소요 시간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