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가능하면 ‘잘’ 먹으려고 하고, ‘제대로’ 갖춰 먹고 싶어한다. 가끔씩 제철 해산물을 먹고 싶을 수산시장에 들른다. 해산물만 먹기 심심(?)하니까 궁합이 맞는 저렴한 소비뇽 블랑을 구입해 간다. 단골집에서 사장님께 의견을 여쭙고 물이 좋은 놈으로 선택한 , 손으로 단골 양념집에 가서 기다리기만 하면 . 와인을 먼저 오픈해 놓고 모금 시음하다 보면 전문가의 손길이 물씬 느껴지는 회접시가 도착한다. 어떤 날은 전복 서비스, 어떤 날은 회초밥 서비스.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회와 와인을 즐기다 보면 내가 회가 되고 회가 내가 되는, 행복의 절정을 경험하게 된다.

입이 호사를 누렸던 기억을 떠올리게 순전히 한창훈 작가의 맛깔 나는 바다이야기 <인생이 허기질 바다로 가라> 때문이다. 작년 9 출간된 <한창훈의 향연> 이후 1 만에 선보인 책은 30종의 해산물 소개와 더불어 그에 얽힌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입담 좋게 풀어낸다. 1814 손암 정약전 선생이 어류학서 <자산어보> 소개된 30 해산물 부분을 발췌하여 수록, 200 흑산도 바다와 지금의 바다를 넘나들며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파리 날개 같은 귀가 머리에 붙어 있다, 해서 이어耳魚 라고 하셨겠지만 아주 것이라야 있을 정도이다. 맛도 좋다. 노래미회는 맛이 찰지고 보드랍다. 씹으면 은근한 감칠맛이 돈다. 껍질이 단단해 벗겨내기도 쉬운 편이다. 매운탕용으로도 좋다. 횟집에 가격표 대신 시가가 붙어 있는 되는 하나이다. 양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노래미( 책을 읽기 전엔 놀래미로 알았다) 감성돔, 광어나 우럭을 즐기는데 솔직히 전자의 경우가 가격이 있는 편이고 그만큼 당기는 맛이 있다. 수산시장에 들른 마침 노래미가 좋다길래 고민 없이 결정할 있었다. 3마리씩이나? 했는데, 사이즈가 작아 3마리로 해도 접시 분량이란다. 워낙 팔팔하게 힘이 좋기 때문에 사장님은 길다란 막대기로 사정 없이 내리쳐 기절시켰다. 흔치 않은 광경에 자동적으로 입이 벌어졌다. 속에 소개된 것처럼 노래미의 찰진 , 전혀 비린내 없는 맛에 접시는 어느새 비워진다. 마지막으로 칼칼하고 얼큰한 노래미 매운탕으로 마무리.
우럭을 먹어보자며 방문한 날은 감성돔이 좋다고 했다. 광어나 우럭처럼 흔히 먹어볼 수도 없어서 비싼 편이어도 감성돔을 선택했다. 하지만,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이었단 입에 물고 바로 깨달았다. 손암 정약전 선생의 간단명료한 설명에 대해 한창훈 작가가 정색을 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 손암 선생님. 솔직히 너무하셨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감성돔인데, 처오촌 부탁에 마지못해 붓을 것처럼 색흑이초소色黑而稍小 다섯 자만 다랑 적어놓으셨다니요. ( 그러셨잖아요!) 선생님이 기록해 놓으신 155 해산물 중에 얘들보다 이력서 짧은 것도 없습니다. 녀석에게만 야박한 점수를 주셨나요. (중략) 감성돔은 체구에 비해 살이 없는 편입니다. 잡히지 않고 살도 적은데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으니 흑산도 주민들이 고개를 저었을 겁니다.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먹어야 느낄 있는 감성돔의 진미는 그러니까 요즘이나 가능한 것이죠.

생계형 낚시꾼 40 노하우를 토대로 풀어낸 것이기에 그의 이야기는 앞에 거하게 차려 놓은 , 풍성하고 싱싱하고 생생하다. 200 전의 바다를 경험한다는 점도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바다의 먹을거리를 보다 잡는 법과 맛있게 먹는 , 갖가지 인생의 이야기들이 녹아져 글의 감칠맛을 더한다. 바다면 바다, 인생이면 인생, 사람이면 사람,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칠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오감만족 ‘한창훈 자산어보’. 이번 추석 연휴에는 자극 받은 마음을 자갈치 시장에서 모조리 해소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바닷길 거문도에서 박혀 살면서 가끔 전해오는 바다 이야기는 세상과의 가느다란 소통의 끈일 것이다. 깝깝한 서울에서 도망칠 궁리만 하고 선뜻 행동하지 못하는 바보는 한창훈의 자유로운 삶을 통해 대리 만족한다. 거문도고 가고 싶다. 한창훈을 만나 방파제에서 가을 전어를 놓고 찐하게 한잔 하고 싶다. _ <식객> 허영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즐기는 내용이 어린 시절 바당(바다의 제주 방언) 품고 살던 나로선 건져 올린 생선 마리가 팔딱팔딱 손에서 뛰는 기분이다. _ 배우 고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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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 2010-10-06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딱 뛰어오르는 물고기와 보글보글 끓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찌개의 모습을 보니 입안에 군침이 돌돌 도는군요.바다낚시라도 떠나보고 싶네요...

알라딘문학/종교MD 2010-10-11 22:52   좋아요 0 | URL
한창훈 작가님의 이 책을 읽는 동안 회와 바다낚시 생각이 얼마나 간절했던지요.. 아주 오래전 아버지와 함께 해봤을 바다낚시인데 어렴풋한 기억 뿐이네요. 언젠가 한번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