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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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호텔 128호에서 소설 원고를 발견한 안느 리즈가 그 소설에 깊은 감명을 받아 작가에게 원고를 돌려주며 누구인지를 추적하기 위해 부친 편지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소설이 사실 한 사람이 쓴 게 아니고, 원작자가 원고를 잃어버린 이후에 누군가가 뒷 내용을 완성시킨거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어떤 사연으로 이 소설이 완성되었는지를 되짚는 여정이 시작된다.

서간체 형식의 소설이고 이 여정에 한번이라도 관계되었던 사람들끼리 주고 받은 편지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여정을 계속 따라가다보면 소설 하나만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위로를 전하기도, 관계를 회복하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독자와 작가, 그리고 편집자에게까지도.

대체 어떤 내용의 소설이었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것인지 외전으로 소설의 원고가 따로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궁금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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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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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나의 복숭아 밑에는 부제목으로 ˝꺼내놓는 비밀들˝ 이라 적혀있다.

˝비밀˝이라는 건 자신이 생각하기에 수치스럽기때문에, 부끄럽기 때문에 숨기는 나의 은밀한 부분일것이다. 그런데 막상 용기를 내어 그 비밀을 말하고나면 듣는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왜 이렇게까지 끙끙 숨겨만 뒀었나 싶을때가 있고, 또 가끔은 나만 그런줄 알았던 고민을 남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힘이 날 때도 있다.

이 책은 9명의 작가들이 은밀하게 숨겨뒀던 ‘결핍‘이라는 비밀을 용기내어 세상에 공개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이 비밀을 목도한 나의 생각은 이 비밀들은 딱히 숨길필요가 없는, 그냥 그 결핍조차 그 사람다움을 한층 강화해주는 그런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어떨까. 나도 은연중에 절대 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의도적으로 숨기지는 않더라도, 나에 대해 소개할때 빼놓고 소개하는 영역들이 분명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걱정때문에.. 하지만 그 결핍까지도 나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을 하니 부끄러울 이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대로 살고 싶은거지, 남에게 보기 좋게 살고 싶은건 아니니까. 그저 그 결핍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을 찾을 필요가 있을뿐이다.

📖 공감 글귀 밑줄
김신회_사랑을 모르는 사람 

🔖p. 19
내 안에 사랑이 없다는 좌절감. 그로 인해 느껴지는 허전함과 싸우는 일. 그게 나의 가장 큰 취약점이었다. 사랑을 모르면 모르는 채로 살아가도 될 텐데,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그럴게 살기 싫었다. 뭔지도 모르는 사랑을 갈구하면서, 그러느라 더 사랑에 매달리면서 안전하고 완벽한 사랑을 찾기 위해노력 했다.

🔖p. 20
보고 싶다는 마음은 사랑의 시작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내 감정을 믿고 가겠다는 마음. 사랑이 끝나거나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관계에 실패하더라도 감당하겠다는 마음. 그건 용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에 다치고, 무너지고, 실연 후의 괴로움과 마주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안 될 것 같은 사랑‘을 반복한다. 진작부터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사랑만 한다. 덕질이나 짝사랑을 이어가거나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 사람에게 매달리거나, 만에 하나 이루어져도 문제인 사람에게 빠져든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건 내 책임이 아니니까, 상황이 도와주지 않았을 뿐 내가 문제여서는 아니니까’라고 변명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산다. 겁쟁이는 늘 안전함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안전하기만 할 리 없다.

🔖p. 26
나는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 하지만 잘하지는 못하는 사람. 그러나 이번만큼은 잘해 보고 싶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진짜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새로운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임진아_좋지만 싫다
🔖p. 56

그래. 인간은 책 속에 사는 캐릭터가 아니다. 방금 내뱉은 말과 전혀 다른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내가 있다. 그를 굳이 세울 필요도 없고, 어깨를 잡고 이쪽으로 데려올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가장 나일 때의 순간이 언제인지, 또 어떤 순간에서 괴로움을 느끼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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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사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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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적힌 ‘감성 연애소설‘ ‘두근대는 근거리의 사랑‘ 이라는 문구만 보고 집어든 책.

그 이유는 연애세포가 거의 소멸되기 직전에 한톨이라도 남은 녀석을 좀 깨워볼까싶어서이기도 했고, 사랑이 먼데 있는 게 아니라 근거리에 있다는 걸 자각해보고 싶기도 해서였다.

그런데 그러기엔 내 마음밭이 여주인공 해주마냥 사막이었던건지 몽글몰글한 감정으로 이 책을 덮진 못했다.

뭐랄까, 너무 상징성이 짙은 소재들이라 딱히 가깝게 느껴지질 않았고, 그 호흡이 너무 느려 그 호흡을 따라가기가 오히려 버거웠다. 작가의 말을 보면 그걸 오히려 의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사랑하기 참 힘들다는 것만 재차 깨달았을뿐이다.

덧) 여기서도 난 또 서브병에 걸려버렸지 뭐야... 아마 그래서 더 이 책이 와닿지 않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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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 - 내성적인 너에게, 거북이의 다독임
톤 막 지음, 문태준 옮김 / 나무말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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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최근까지 ˝자신감있는 사람˝ 은 활발하고, 자기 주장을 잘 말하며,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이미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감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며 취업을 하려면, 연애를 하려면, 인생이 더 나아지려면 그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요즘에야 MBTI라는 이름으로 (물론 무조건 신봉하는건 좋지 않긴 하지만) 성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존중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가고 있긴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그럼에도 난 그간 성격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하며 지냈던 버릇을 버리질 못하고, 내향적인 그 자체의 나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안으로 향하는 그 에너지를 잘 활용하는 이 거북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가 나에게 해주어야 할 말인거 같아 위로가 되었다.

그냥 이런 나로 살아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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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의 이야기
디노 부차티 지음, 김희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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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60개의 단편이 들어있는 책.
책을 소개하는 홍보 내용중에˝타로카드처럼 펼쳐지는 신비한 이야기˝ 라는 문구가 있다. 그 묘사 만큼 이 책을 잘 설명한 건 없지 않나 싶다. 60개의 이 이야기를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 그날 마음에 끌리는 제목을 골라 읽으면 그때 끄때 새로운 감상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될것 같으니 말이다.

장르와 소재뿐 아니라, 글이 읽히는 난이도도 다양해서 어느 소설은 한장을 넘기기까지 몇번이나 반복해 읽어야 하는 게 있고, 쑥쑥 넘어가는 소설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소설들의 묶음인데도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비슷한 것 같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을 떠나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의 여정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정 중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깊숙하게 탐구하고 그를 문학적으로 표현해 낸 이야기 모음집인 셈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소설은 <7층> 이란 제목의 소설이었다. 상황이나 소재에 함축된 의미를 해석하고자 들면 독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것만 같은 묘함이 있고, 무거운 생각이 머리를 누르는 듯한 심오한 감상이 든다.

역시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냥 이야기 그 자체인게 분명하다. 60개의 단편을 읽고도 가지를 뻗어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니 말이다.

* 문학동네 서평단 이벤트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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