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홍보한대로 [충격적 결말]이긴 하다.기분이 너무 좋지 않다... 대체 누가 범인일까를 추리해가며 읽기 시작하지만 저 어른들 다 집어넣어!! 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직접적으로 소녀의 숨통을 누가 끊었는지는 어느 순간 중요하지 않다. 어른들이 벌여놓은 죄의 씨앗을 아무 죄도 없는 아이에게 다 뒤짚어 씌웠다. 그런데도 죄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남탓을 하고 마치 남의 얘기를 하듯 무표정하게 서술하는 태도에 환멸이 난다.뒷맛이 영 좋지않은 음식을 먹은 기분이다..
아이가 부모를 면접을 봐서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세상을 그린 이야기.내가 원해서 이런 집구석에 태어난 게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만 하나, 이런 부모 밑에서 살아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이 소설에서처럼 부모자격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아이 스스로가 부모를 평가해 선택한 가정이 만들어 진다면 과연 행복한 인생이 될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선택여부와는 상관없이 인간이란 존재는 상호작용을 통해 ‘같이’ 커가는 존재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소설인 것 같다.영화 ‘가타카’ 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영화는 거꾸로 부모가 자식의 유전자를 원하는대로 구성해서 태어나게 할 수 있다는 상상이 들어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세상이 이상은 아님을 보여주었다.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사랑으로 보듬어가는 게 바로 가족이라는 뻔하지만 늘 까먹는 그 사실을 녹여낸 따뜻한 소설이지 않나 싶다.덧) 하나의 딴지를 걸자면.. 아무리 ‘가상’ 의 설정상황이라고 해도 엄연히 ‘한국’ 이 배경인데.. 용어가 죄다 영어에서 따왔다는 게 좀… 아무래도 ‘입양’ 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용어를 확실히 구분지었어야 했다고 생각은 들지만… 정말 굳이 싶은 용어들이 꽤 있었다… 그 점은 좀 아쉽지 않았나….
전에 읽은 ‘문학하는 마음’ 과 같은 시리즈 중 하나인 ‘여행하는 마음’ 을 읽었다. ‘여행’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 분들을 인터뷰한 모음집이다.일단 제목과 표지에 그려진 삽화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코로나 때문에 잠시 내 깊은 방 한구석에 넣어놨던 여행을 향한 갈망이 튀어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대단히 어려운 내용의 책이 아님에도 완독하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여행병이 도지는 바람에 지난 여행들을 추억하기도 하고, 그림의 떡일뿐인 사진들을 뒤져보기도 하면서 그 갈망을 해소시켜놔야지만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ㅠㅠ‘여행’ 이라는 단어를 두고 참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여행을 대하는 자세도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 이렇게 뭘 느꼈고, 뭘 알게 되었고 나열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미치도록 여행하고 싶다.물리적으로 떠나는 여행이 어렵다면, 제목처럼 ‘여행하는 마음’을 장착해 삶을 여행자처럼 살아봐야겠다.
김혼비 작가님의 책 리뷰들을 보면 공통점이 ‘필력’ 에 대한 이야기가 꼭 등장했다. 나 역시 필력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글맛이 있다고 해야할까. 어떻게 이 상황을 이런식으로 묘사해낼 수가 있지? 하며 감탄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비유가 찰떡이어서 무릎을 탁 치게 되기도 했고, 늘 인지하고 있던 부조리한 전통을 반박할만한 훌륭한 논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P.77 조상혐오를 멈춰주세요 챕터가 그랬다.)어느 한 문장만 소개해서는 그 느낌을 잘 전달 할 수가 없다. 하나의 챕터를 끝까지 읽어야 앞에서 빌드업한 작가님 필력의 진가가 드러난다.제목도 참 잘 지었다.완독하고 나니 오래된 친구와 다정한 수다를 떤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류 전체의 기억이 10분 정도만 유지되는, 이른바 장기 기억에 장애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p.345 해설‘대망각’ 이라는 이름으로 인류에게 일종의 기억 장애가 찾아온다. 10분전에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몸이 익힌 본능만을 따르는 현상이 벌어진다. 인류는 이런 재앙에 굴복하지 않고, 기억을 연장시키는 외부 기억장치를 발명해냈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세상을 그려낸 소설이다.제목처럼 ‘기억’과 ‘육체’가 분리된 세상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많은 질문을 던져보게 판을 깔아준다. 한 챕터가 넘어갈때 마다[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기억’을 가지고 다른 육체에 들어간다면, 그 사람은 누구일까? 육체의 주인일까? 기억의 주인일까?][육체가 죽은 사람의 기억을 다른 사람의 몸에 넣으면 다시 살아돌아왔다고 볼 수 있을까?]같은 질문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온다. 이외에도 윤리적인 고민, 사회적인 법체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을 상상해보게 된다.실제로 이 세상이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정도로 몰입이 되는 스토리 전개가 일품인 SF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