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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글쓰기 수업을 통해 만난 학생들을 정의내릴 때, 학생들이 쓴 글을 바탕으로 수식어를 붙여 ˝작가˝나 ˝필자˝라 칭해주는 방식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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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데가 있는 작가], [레고와 슬라임과 유튜브에 대해 쓰는 필자] 여기에서의 작가와 필자는 각각 11살, 13살인 글쓰기 수업의 학생을 말한다. 이슬아작가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글쓰기 수업의 학생이라는 수식어를 넘어서서 글쓰는 사람이라는 그 개개인의 정체성을 인정해주는 태도가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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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수업 학생들에게 전해준 편지들이 모아져있는 챕터에는 ˝nn살 아무개에게, 스물다섯살 이슬아가 사랑을 담아.˝ 라고 마무리 되어있는데, 이 방식을 보더라도 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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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학생들의 글쓰기 교사로 지냈던 이슬의 작가의 20대는 사실 오히려 더 많은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내 20대를 되돌아보니, 비슷한 기억이 있다. 교회 유년부 교사라는 이름으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과 보냈던 8년은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에 웃음짓고, 어른세계에서 지쳐있던 마음을 힐링하고,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서툰 표현에 감동받아 눈물흘렸던 시간이었다. 아마 그때 나는 선생님이라는 위치에서 아이들을 대하기보다 조금 늦게 태어나 짧게 살았을 뿐인 사람으로 대하며 동료의식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다. 쌍방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그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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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이슬아 작가가 학생들을 지칭한 그 호칭들도 이런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나왔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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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글방 이야기가 주가 된 책이다 보니, 나의 초딩시절을 떠올려보게된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받았던 가장 큰 상은 초등학교 1학년때 학교 백일장 최우수상이다. 나도 글에서부터 출발한 꿈이 분명 있었다. 지금의 난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설게 아니라 초심을 찾으면 될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