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이란 책으로 처음 알게 된 정세랑 작가님의 엽편소설집이에요.피프티 피플을 읽고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시선이 꽤나 선하다고 느껴져서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왜인지 차기작들은 잘 손이 안가서 꽤나 오랜만에 만나게 된 작가님의 소설집이 되었네요.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피프티 피플은 장편소설이긴 하지만 제목 그대로 50명의 인물이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는 짧은 소설의 결합같은 느낌이거든요. 제가 정세랑 작가님의 글에서 기대한 부분은 짧지만 직관적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줬으면 하는 거였단 걸 깨달았어요. 실제로 작가의 말에서 “긴 분량의 소설들보다 직설적인 면이 두드러져, 다정한 이야기들은 더 다정하고 신랄한 이야기들은 신랄합니다.” 라는 문장이 있는걸 보아, 작가님도 어느 정도는 의도하셨을지도 모르겠어요.소설쓰기를 늘 시도하지만, 감을 못잡고 있는 이 시점에 짧고도 강렬하게 메시지를 담아낸 소설집을 읽고나니 꽤나 자극이 되네요.
이런저런 에세이를 많이 읽으면서 몇몇 에피소드에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생각이나 감정에서 공감이 일어나는 경우는 많이 있었는데, 이 책처럼 ‘결이 비슷하다‘ 라고 느낀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상황과 경험은 거의 비슷한 게 없지만, 만약 내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 나도 똑같은 사고의 흐름으로 이어졌겠다는 지점이 굉장히 많았거든요.선택의 대상은 다를지 몰라도,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닮았다는 게 좀 더 정확한 설명인것 같네요. 그렇다보니, 작가님이 소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발견하는 그 방식을 가만히 따르다보면, 더 풍성한 소설읽기 경험을 할 수 있을거 같네요.가끔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많이 꼽았는데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어찌 실용만을 따질 수 있을까요.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나를 알고 남을 알고 관계를 알고 사회를 알아야 그 실용도 적용되는 거 아닐까요?그런면에서 이 책에 제목처럼 소설의 쓸모가 드러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