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구판절판


"뭐든 상관없어. 서로의 심장을 꺼내놓고 싸우고 나면 세계는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테니까. 역사책이란 그런 사람들의 심장에서 뿜어난 피로 쓴 책이야."
-25쪽

빛은 잠자리 날개를 닮아 점점 더 투명해지기 시작했다.-104쪽

죽음이 지척에 있는 곳에서 청춘은 거추장스럽기만 했다.-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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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품절


평원의 전쟁은 한 송이 거대한 핏빛 꽃이었다. 섣날 15일에 벌어진 취에 마을 전투는 그 중에서 꽃술이라 할 만했다. 화약 연기가 숱한 희생자를 남긴 뒤, 전투를 벌인 양측은 한껏 피를 빨았고 그 꽃은 더욱 붉어졌다.-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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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지음, 임경아 옮김 / 루비박스 / 2006년 1월
구판절판


더 일반적인 장애는 훈련되지 않은 실천이 아니라 훈련되지 않은 상상력이다.-35쪽

스탠리 쿠니츠가 언급한 바대로, "머리 속의 시는 언제나 완벽하다. 문제는 그것을 글로 옮기고자 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36쪽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실수를 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관점에서 늑장부릴 수도 있다. 아울러 예술작품은 완벽해야 한다고 믿게 되면 점차로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확신에 잠식당하고 만다. 이렇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되면 시작했던 일을 포기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러한 인생의 얄궂은 희롱 속에서 완벽한 것이란 오로지 인생의 흐름, 즉 완벽한 포기의 악순환일 뿐이다.-53쪽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자신이 다른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거나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니라, 그런 것은 나와 아무 상관도 없다는 점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의 작업에 필요한 무엇이다. 설사 그것을 당신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작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마술은 그들의 몫으로,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59-60쪽

놀랍게도 이에 대한 결론은 예술작품에서 받는 감동으로부터는 작품창작 방법에 대해 별로 배울 것이 없다는 점이다.-84쪽

자신이 구현한 의미와 참조한 의미는 서로 다르다.-89쪽

어떤 대답을 얻는가는 어떤 질문을 했는가에 달려 있다. -토마스 쿤-139쪽

습관은 마음의 말초시각이다.-149쪽

예술작품을 창작하자면 불가피하게 수세기 동안 예술가들이 사용해 온 거대한 주제들과 기초적인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작품을 찾는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울리는 그 유산들로부터 자신만의 것을 증류하여 얻어내는 과정이다.-152쪽

자기참조 Self-Reference
자기참조, 반복, 패러디, 풍자 등의 예술은 서로 관련되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도 없다. 에셔의 '손을 그리는 손'을 예로 들 수 있다. 20세기 예술에서는 미술 그 자체에 대한 그림들, 글쓰기에 대한 글 등 자기참조가 흔해빠진 것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거의 모든 예술작품들은 리듬과 반복을 통하여 작품 그 자체를 인용하며 자신의 특징을 보여준다.-158쪽

안을 들여다보면 확실히 예술은 어떤 의미에서 모두 자서전적이다.-159쪽

우리는 해야 할 이야기를, 자기 자신이 흥미를 갖는 이야기를 한다. 그 이상을 해야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정말로 창작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작품은 자신이 관심을 갖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한 문제들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삶 속의 상수를 부인하는 것이므로.-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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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구판절판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 위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마종기)-59쪽

그때 처음으로 전염병 상황에 대해 일관되게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나의 태도에 대해서도 점검해보았다. 그 공포와 공황 상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다양하게 생각해보는 내 태도 역시 불안감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한 방식이었다. 불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그것들을 멀리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셈이다. '객관화', '지식화'가 아주 오래되고 뿌리깊은 나의 방어기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것이다.-67쪽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들이 좋다고 말하는 바로 그 지점에 그들의 트라우마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생에서 문제가 되는 그 하나의 상처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다 괜찮아질 바로 그 아킬레스건에 대해 이야기하는구나 싶었다.-70쪽

삼각관계에 처하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호감을 품었던 사람을 후배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이후 마음에서 지워낸 일도 있었다. 여자 친구들끼리 친근함의 정도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오가는 게 느껴질 때도 그 관계에서 발을 빼곤 했다. 그러면서 내게는 질투가 없다고, 질투는 불필요한 감정 낭비일 뿐이라고 믿었다.-118쪽

사실 그전에 이미 나의 나르시시즘과 맞닥뜨려 깨진 경험이 있었다. 그것을 '운명에 대한 나르시시즘'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지만 이것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미래의 어디엔가는 이보다 더 나은 삶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근거 없는 기대, 대책 없는 전망이 있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지금 이곳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고, 지금 이곳의 삶이 진정하고 유일한 내 몫의 삶임을 수용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현실의 삶을 간이역이나 야영 캠프쯤으로 인식했다.-191-192쪽

"왜 무엇을 주고도 보답을 받으려 하지 않죠?"-206쪽

자신의 긍정적인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감 없이 시인하는 마음, 그것이 자기애와 자기 존중감의 본질을 형성하는 토대라고 한다.-207쪽

타인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는 사람에는 두 부류가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 사기를 치는 사람과 자기 자신에게 사기치는 사람. 심리적으로 더 문제가 되는 사람은 후자이다. 그런 이들은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가 받고 싶은 보호와 관심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방식으로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으로부터 돌아올 호의를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면서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호의를 베풀어놓고 상대가 그것에 대해 보답하는지를 지켜보는 무서운 속성이 있다고 한다. 오른손이 한 일에 대해 왼손이 보답받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그동안 내가 베푼 친절에도 틀림없이 그런 속성이 있었을 것이다.-250-251쪽

두려움을 참으며 낯선 여행지를 걸어나갈 때, 좌절감을 안은 채 어떤 일을 해낼 때 온몸에 힘이 들어가도록 애쓰던 그 느낌이 바로 용기였구나 싶었다.-281쪽

남의 말이나 시선에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타인의 어떤 말이나 행동은 전적으로 그들 내면에 있는 것이며, 무엇보다 인간은 타인의 언행에 의해 훼손되지 않는 존엄성을 타고난 존재라 믿게 되었다.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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