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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바다 건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져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사실 이번에 쓴 작품은 우리나라에 출간은 올해 됐지만 일본에선 이미 출간되었던 과거 작품이다. 그가 유명해진 후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과거에 썼던 작품까지 새로 출간하는 턱에 우리는 뒤늦게 그의 작품들을 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찾아보고 어디서부터 읽어야할 지 혼란스러울만도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용의자 X의 헌신, 라플라스의 마녀, 악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때론 섬뜩하게, 때론 따뜻하게 다양한 장르와 톡톡 튀는 스토리로 그의 작품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어떤 장르의,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을까?

이번 작품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제목에 나와있듯이 작가를 소재로 하여 나온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의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솔직하고 담대한 이야기들이 많아 우습기도하고 또는 안타깝기도 하다. 작가로서 일상과 희망을 담으며 때론 현실적인 문제와 작가로서 고충을 비춰주기도 한다. 어마어마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소설을 고치는 작가, 어려운 과학 이론이 난무하는 소설, 자신의 소설 속 범인을 맞추는 편집자에게 자신의 소설을 맡기겠다는 베스트셀러 작가, 작가의 정신상태가 의심 갈 정도로 내용이 이상해지는 소설, 자신이 쓴대로 벌어지는 사건, 어떻게든 장편소설 양을 늘려야하는 작가 등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부린 사치품 내역을 소설 속에 써야하는 작가의 모습을 그린 편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 보석, 화장품, 비싼 옷 등도 모자라 자동차와 집 수리비까지 모두 한 글 안에 끼워넣는 부분은 되려 신기하기까지 했다. 아무 연관없는 소재들을 엮어 글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너무 과한 탓에 결국 그 소설은 그 연재분을 끝으로 막을 내려야했지만.
8편의 작품들 모두 단편이고 '작가'라는 소재를 썼기에 신선하고 가볍에 읽어볼 수 있다. 어려운 내용이나 치밀한 트릭없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동시에 '작가'라는 직업이 창작의 어려움도 있지만 세금, 할당량 등 다른 직장인과 다름없이 현실적인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상상력이 가미된 SF소설도 좋고 뒷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추리소설도 좋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 속의 모습을 곁들인 작품도 재미있었다. 자극적인 것보다 가볍고 재미있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