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법을 배운 날 - 조나단의 인생 수업
로랑 구넬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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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같이 똑같은 하루, 어느 날 주인공은 집시 여인에게서 '당신은 곧 죽는다'는 예언을 받게 된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그는 좌절할 법도 하지만, 그제야 진정으로 사는 법을 배워 간다.  


 죽은 후엔 한 가지 상황이 남는다. 죽은 자는 손에 쥔 것 없이 떠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죽음을 선고 받고 남아있는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매 상황에 온전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 오늘 날씨, 지금 숨 쉴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하지만 만약 나였다면 그처럼 해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난 그 반대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연연하고 한 발짝씩 다가오는 죽음이 더욱 안타까울 것 같다. 자신이 이룬(혹은 못 이룬) 온갖 것들을 두고 나는 맘 편히 떠날 수 있을까.  


 오히려 주인공이 이렇게 훌훌 털 수 있는 건 극단적으로 이룬 게 없거나, 혹은 충분히 만족하거나, 그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성향이거나 셋 중 하나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나였다면'이라고 생각해 주인공과 다른 느낌을 가질 때도 있었지만 때론 주인공에 이입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여태 내가 고수하던 습관이나 행동이 파헤쳐 보면 별 의미 없을 수 있겠구나, 모든 말과 행동에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는구나, 내가 너무 딱딱하고 고루한 일상을 보냈구나 새삼 깨닫기도 했다.  


 사람마다 삶에서 추구하는 의미는 모두 다르겠지만 '사는 법을 배운날' 이라는 제목 그대로 힘들게 사는 사람도,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도 사는 법에 대해 저마다의 답을 찾으며 짊어지고 있는 짐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삶을 소비하며 살지만,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는 좀처럼 가지지 못한다. 이 기회에 삶이 어떤 것인지, 인생을 어떻게 살지, 얼마나 의미를 둘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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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읽는 남자 - 삐딱한 사회학자, 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다
외른 회프너 지음, 염정용 옮김 / 파우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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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입고 먹고 편안히 생활하기 위해 여러 물건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물건들을 얻기 위해 우리는 마트에 가서 카트를 끌고 필요한 것들을 채운다. 어찌 보면, 카트에 담긴 물건들로 우리의 생활상을 반영해 준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평소 신경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카트 읽는 남자'의 저자 '외른 회프너'는 사람들의 카트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차별점을 찾아낸 모양이다! 

 

 저자 '외른 회프너' 스스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일기 식으로 쓰여 있어 자연스럽게 술술 읽히지만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웠다. 본업이 '사회학자'이기에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에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론을 만들어내는 점이 내겐 더 와닿았다. 마트에 가고,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기다리는 이 모든 과정이 단순히 그렇게 끝나지 않고 주변의 상황도 파악할 수 있다니 이 사람의 주의력은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면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이 사람의 습관대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일상이 꽤 달라져 보일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른지 파악하고 나아가 나 자신도 객관적으로 비교해보고 평가해 보고, 점차 내 시선을 넓혀나간다. 세상이 넓음을 실감하면서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직접 관찰함으로써 체감하니 주위 세상을 알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카트 읽는 남자'에서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지 나도 모르게 분석해보게 된다. 동시에 독일의 마트의 풍경과 사는 물건이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는 것도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저자 '외른 회프너'가 분석한 이론에 맞아 떨어지는지, 또는 조금 엇나가는지 그의 뒤에서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나도 그처럼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좀 더 신경 쓰면 재미있고 새로운 기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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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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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는 총기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남과 의견이 다르다고, 내 처지가 안타까워서, 뭔가 이루고 싶어서,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무작위로 총을 난사한 이유는 너무나 사소하고 황당하다. 그들은 총을 쥐기에는 경험도 생각도 명분도 부족하다. 그에 비해 총을 소지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 쉽기에, 미국은 유독 총기 사고가 잦은 것 같다. 우리나라가 총기 규제가 되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당신이 남긴 증오' 라는 이 책에서도 편협한 사고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인종차별 때문에 사건이 시작된다. 


 만약 서양처럼 우리도 다문화 지역이고 총기 소지가 자유로웠다면 어떨까. 흔히 인종 차별하면 흑인과 백인 간의 사이에 이루어진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동양인의 차별도 떠올랐다. 우리나라에는 백인이 살고 있는 경우는 소수라 다인종 간에 차별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동양인이 서양 문화권에 가서 위협을 받은 사례는 많다. 그들은 스스로 남과 뭐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지 기가 찰 뿐이다. 또 인종 차별의 피해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난다. 자기만의 작은 세계에 갇혀 사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다니. 그 차별을 몸소 느끼고 살아왔던 흑인들의 삶도 참 안타까웠다. 사실, 백인, 흑인 이렇게 나누는 단어 자체도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로써 이미 사람을 나누어 생각하고 있는데 뭐가 달라질까. 


 이기적이라 느낄 수 도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인종이 아닌, 총기 규제가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행이라고만 느껴졌다. 동시에 서양에서는 지금도 차별이 만연하고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는 사실에 기함을 했다. 이 책을 여러 사람들이 읽으며 자신의 사상과 행동에 경각심을 가지고, 비단 흑인과 백인 사이 뿐만 아니라 인종에 상관없이 똑같이 대해줬으면 한다. 실제로 그렇고, 피부색으로 차별 받을 이유는 하등 없으니까. 이런 차별로 인한 사고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도리어 그들의 유치한 인식과 열등한 생각이 증명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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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 - 모두가 착각했던 중국 청춘들의 삶
알렉 애쉬 지음, 박여진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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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 책은 실제 중국에서 살고 있는 여러 청년들의 모습을 세밀히 그려내고 있다. 우리사람도 아닌, 중국의 모습이라니! 실제 내가 곁에서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고 다양한 모습들이었다. 그러면서 중국의 현실과 문화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서 꽤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여태 인터넷의 과장된 모습만 보고 그 나라를 속단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나 역시 몇 년 전까지는 중국을 매우 위험하고 지저분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 본 중국은 생각보다 위험하지도, 더럽지도 않았다. 물론 몇 번 여행 다녀온 걸로 속단하는 것 역시 좋지 않지만, 인터넷에서 떠돌던 괴담이 전부는 아니라고 느꼈다.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은 그런 편견을 갖고 있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제목이 아닐까? 당신이 고정관념으로 박힌 중국의 모습은 중국이 아니라고, 또 자신들이 중국인이고, 중국에서 살고는 있지만 중국의 모습을 모두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책에서 본 중국의 모습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곳곳에서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즐거웠다. 비슷하다 생각하면서도 생각이나 사상은 반대이고, 문화에서도 비슷한 면을 보이면서 역시 세부적인 면에서 다른 점이 보인다. 동아시아는 옛부터 서로 문화교류가 활발해 서로 영향을 많이 받으며 현재까지 왔다는데 역시 그 탓인가 싶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당연하게도 한 사람의 삶은 이렇게 다양하기도 하는구나를 느꼈다. 또, 그러면서도 한 나라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고스란히 익히고 나타낸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여태 많은 중국을 여행하고 봐왔지만 새롭고도 깊게 중국에 대해 더 알아가는 느낌이었다. 다른 나라의 생활 모습도 어떨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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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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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러운 철도길, 매번 집과 직장을 왕복하며 보는 똑같은 건물과 길목. 항상 북적거리는 역. 잔느의 시선에 따라 눈 앞에 배경이 펼쳐지는 듯하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지내면서도 잔느는 외로워 보인다. 매일같이 같은 일상을 지내면서 말을 건네는 사람이라곤 의무적으로 직장에서 인사를 건네는 상사나 괴롭히는 빈정거림 뿐. 잔느에게 있어 하루에 '대화'다운 대화를 하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게 어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매일이 계속 되던 어느 날, 잔느는 매일같이 타던 기차 좌석 옆에 놓인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를 쓴 사람은 자신을 살인자라 밝히며 잔느에게 사랑의 말을 건넨다.


 편지를 받아든 잔느의 행동에서 잔느가 혼자라는 사실이 사무치게 느껴졌다. 평소에도 함께 얘기를 나눌 친구 한 명 없는 마을. 편지를 읽고 혼란스러운 마음 역시 터놓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에게도 자신을 옭아매는 말만 할 뿐, 그녀를 진정으로 믿고 지지해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 스스로와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잔느에게 모든 걸 말할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었더라도 사건은 좀 더 다르게 나아가지 않았을까. 

 나는 모르는 누군가 자신을 여태 지켜봤고 또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편지를 쓰다니,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편지가 기분 나쁘고 섬뜩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잔느는 두려움보다 두근거림과 부끄러움이 먼저였다. 그 정도로 자존감이 떨어지고 외로운 상태였던 것이다. 주인공치고 소심하고 결벽이 있는 듯한 모습은 안쓰러움과 왠지 모를 동질감을 갖게 했다. 

 그렇다면 편지를 보낸 장본인, 자칭 '엘리키우스'라고 칭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경찰 내에서는 그를 '엄한 어머니 밑에서 학대받고 자란 무능한 성인 남성'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잔느는 편지를 읽으며 그에 대한 환상을 덮입혀 나간다.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얼핏 '나의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나는 자신을 로마의 최고의 신이라 스스로 이름 붙이고 살인자임을 언급해 잔느를 혼란과 공포에 몰아넣는 것을 보고 거만하고 누구에게든 자랑하고픈 어린애같은 모습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그였기에, 혼자인 잔느를 자신의 비밀을 터놓을 타깃으로 잡은 건 아닐까? 


 만약 내가 살인자의 편지를 받는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자신이 왜 이런 일에 휘말려야 하는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내가 유일한 단서를 쥐고 있다는 우월감에 특별하다는 착각도 들 것 같다. 사실, 정체도 모르는 살인자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작 나도 잔느와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 같다. 살인자에게 일말의 호의를 품진 않았겠지만. 혹은 매번 똑같은 지친 일상에 변화를 가져다 준 편지에 조금의 고마움이라도 느끼는 것일까? 편지를 두고 하나씩 밝혀져 가는 진실과 사건을 따라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단순하고도 아날로그적인 '편지'를 매개체로 사건이 착실히 진행되어가며 잔느의 일상을 바꾸어 놓는다. 책을 읽는 나도 모르게 편지를 기다리게 된다. 잔인한 사건 묘사나 급박한 상황에 떨어지는 여타 스릴러에 비해 신선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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