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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아이들 1 - 몬스터 대재앙 Wow 그래픽노블
맥스 브랠리어 지음, 더글라스 홀게이트 그림,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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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중 세계는 괴물들에 의해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좀비가 되거나,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주인공은 괴물과 좀비들이 득실대는 마을에 홀로 남겨져 막막한 이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보통 '종말'이라고 하면 일말의 희망도 없이 우울하고 하루하루 견뎌내는 느낌이 강할테지만 이 책의 분위기는 마냥 침체되어 있거나 희망이 없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13살짜리 아이 잭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가볍고 활기차 보인다. 잭 역시 어두운 상황에 대해 움츠러들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고아로 자라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을 해결하는 성향이 강해서인지 혼자가 된 상황에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밝고 활기찬 모습이다. 13살 아이의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말을 걸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니 저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주인공 잭도 스스로 미션을 정하고 하나하나 달성해 감으로써 성장해 나가는데 마치 내가 잭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응원하게 된다. 거기다 책 중간중간 익살스러운 그림과 설명으로 진행하는 데 이해를 돋고 몰입감도 높여주어 남녀노소 가볍게 읽을 수 있단 인상을 받았다. 

 

 몬스터와 좀비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잭은 스스로 무기를 만들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 시련을 겪기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했는지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몬스터들과 스토리가 이어진다. 가끔 동화같은 천진난만함과 무료함을 떨칠 가벼운 이야기를 원할 때, 어린 아이와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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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초이스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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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도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어릴 적 학교 다니며 친구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하며 판타지 소설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여러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그의 신작이 나왔다니 오랜만에 설레는 소식이었다. 단단한 책 표지와 중세 시대 창에 그려져있을 법한 화려한 그림이 기대감을 더해주었다. 

 오버 더 초이스는 여태 그의 여느 책처럼 현실이 아닌 다른 세게관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부러 설명투로 세계관이나 인물에 대해 묘사해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진부한 인물들로 스토리를 밋밋하게 만들지 않고 특색 있는 인물들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스토리 속에 녹아들어있다. 읽는 독자도 어느 순간 작품 속에 함께 들어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사건들이 모여 항상 큰 스토리의 단서가 되곤 한다. 어느 내용 하나 허투루 쓰이는 게 없어 주제와 방향을 잘 잡고 이끌어 주어 더욱더 집중할 수 있었다.

 책에서는 부활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부활을 염원하며 여행을 떠나는 내용은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선 좀 더 깊은 얘기를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 등장인물의 궁극적인 목표로 바라보기보단 과연 그것이 옳은지 의문을 건넨다.


' 우리는 힘을 가진 그를 사랑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바쳐야 합니다. 우리를 아무것도 해줄 필요가 없는 존재로 여기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겠지만, 그의 필요에 따라 죽였다 살렸다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의 환심을 사려 애써야 합니다. 그렇잖으면 죽어도 되살아날 수가 업없으니까요. 땅속에 묻혀서 그가 우리를 기억해주길 애타게 기원해야 합니다.' 

작중 부활이 가능하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부분이다. 하긴, 타인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부활'을 그토록 염원하는 건 죽음이 단 한 번뿐이며 다시 되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활이 가능해진다면, 죽음의 경계는 없어지고 그로 인한 고통과 슬픔, 또는 해방감은 덜해질 것이다. 나아가 사람들의 존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마냥 이게 나쁜 것일까도 생각 되었다. 죽음은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에 이승이 소중하고 또 나와 남의 목숨을,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렇기에 살면서 제일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부활이 가능함으로써 이 위협요소를 없애준다면 우리에겐 한 발 진보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더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새롭게 깨닫고 알게되는 것도 많아질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큰 문제로 생각되는데 사실 개개인에게 '자신'의 존재란 특별하고 귀한 것이지만 한 사회로 보면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하나의 대체제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가혹한 말이지만 인간이 '존엄성'이라고 부를 정도로 개개인이 특별해지는 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서지 인간 자체로 특별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활이 가능해지더라도 우리의 행동 범위가 좀 더 높아질 뿐 마냥 사람을 죽이고 다니고 자살이 난무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죽을 경우를 대비해 자신을 부활시켜 줄 주위 사람에게 더 신경쓰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각으로 부활에 대해 생각하며 재밌는 스토리까지 따라갈 수 있어서 꽤 알찬 시간이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이영도 님의 책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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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기술 - 일 결정력을 높이는 말 사용법
잭 퀄스 지음, 오윤성 옮김 / 생각의서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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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매일같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끊임없이 소통한다. 그 속에서 속마음과는 다른 입에 발린 말을 하기도 하고, 또 이익을 위해 남을 낮추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같은 말에 관한 속담이 보여주듯 일상 생활에서도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특히 직장에서는 여러 이해관계가 뒤섞인 곳이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한다.


 처음에는 이 '말기술'이란 책의 목적은 협상의 성공률을 높이거나 직장 내 반목을 줄이기 위해 말의 조심성을 일깨우고 좀 더 믿음직스럽고 성공률 높은 대화를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좀 더 '나은' 대화법이라기보다 여태 내가 인지하지 못한 말의 허점을 찾아내고 논리적으로 다가가 피해를 줄이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바쁘다, 어쩔 수 없다, 필요하다, 불가능하다' 등등 흔히 듣고 쉽게 납득해버리는 말들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파헤쳐가면 이 말들 뒤에 회사는 얼마나 큰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말은 '원래 이렇게 한다'는 말이었다. 처음 일을 배우고 시작할 때 위에서 가르쳐준대로-물론 그도 여태 전수받아 배워왔을 비법을- 일에 착수한다. 책에 나와있던 것처럼 그 방법이 비효율적이었던 적도, 심지어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이유조차 아무도 모르는 상황도 심심찮게 봐왔다. 그럴 때마다 '여태 해왔던 일이니까, 그냥 그렇게 하니까.' 라고 말을 들어왔다. 이 일을 하는데 가치가 없다면 굳이 해야하는 것인가. 사실 처음엔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왜'라고 묻는 걸 쓸데없다 여기고 그러다보니 의미없는 반복된 일에 갇히게 되고, 열정과 의욕도 빠져나가게 되며 변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볍규와 질서를 중요시하고 상하조직이 두드러지게 표출되는 우리나라의 회사 대부분은 바뀌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모두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더라도 바꾸자는 모험과 책임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책에서 나오는 사내 여러 말들과 사건들은 우리나라에서 쓴 책인가 싶을 정도로 닮아있어 위화감이 없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회사도 다른 모습일까 생각했는데 여러 면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게 재미있고 공감이 가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원이 이 책을 읽고 깨닫는다 하더라도 바뀌는 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능성은 제쳐두고라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의지를 다질 사원이 있을까. 혹은 사장이나 이사 정도 되는 직급이 읽어보고 직접 주도해야하는 건 아닐까 생각된다. 


 일하면서 쉽게 내뱉고 또 듣는 여러 말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나눠 살펴보니 회사에서 얻고 잃는 재산의 가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가치와 협상이 이뤄지는 회사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보였지만 평소 흘려듣는 여러 말들을 주의깊게 파헤치면 일상에서도 손해보는 일 없이 더 알찬 생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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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죽으러 갑니다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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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스릴러나 SF장르를 즐기는데 우리나라 책은 흔치 않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꼽아봐도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 주로 일본 소설뿐이다. 확실히 새롭고 재밌어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끔 나오는 이질적인 문화나 이해되지 않는 감정에 몰입감을 방해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된 '지금 죽으러 갑니다'는 한국 소설! '정해연' 작가님이라고 한다. 한국 추리소설은 실로 오랜만에 봤기에 매우 반가웠다. 더욱이 현실의 문제점을 담았다고 하니 훨씬 더 집중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읽기도 전에 기대가 많이 되었다. 


먼저, 책 제목은 '지금, 죽으러 갑니다.'로 되어 있는데 일본의 영화 제목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패러디가 먼저 생각나 섬뜩한 느낌보단 익숙하고 약간 우스운 느낌을 먼저 받았다. 지금 죽으러 간다는 말만 놓고 봤을 땐 마치 홀가분하게 산책이나 나가는 것처럼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섬뜩하다. 표지에 그려진 인물들과 대사만 봐도 '동반자살'을 위해 모인 사람들답게 무겁고 잔인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다섯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인물만이 문의 반대편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처음 보고 나는 반대로 오는 사람이, 모두 함께 죽으려는 다른 사람과 달리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살인자라고 생각하게 했다. 설사 아니더라도 그가 다른 등장인물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책의 서사는 단순하다. 삶이 괴로워 자살을 선택한 자들 중 살인자가 섞여 그들간에 나타나는 갈등과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같이 죽자며 모인 5명 사이에도 언제 어떻게 죽을지 하나하나 맞지 않는다. 이를 위해 마련한 자칭 메시아조차 의심쩍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 중 누가 살인자인지는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만큼 드러나있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누가 살인자인지 찾고 어떻게 어려움을 벗어나는지가 아니다. 캐릭터들이 매우 입체적이고 특색있다. 단순히 살인자가 나쁘고 잘못된 인물이고, 주인공이 착하고 정의를 쫓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데다 기억까지 잃은 주인공이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며 덤덤히 살아가는 모습에 오히려 죽음을 응원할만큼 애처로워 보였다. 다른 등장인물 역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거나 작은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가진 한편, 죽음 앞에선 남보다 나의 안위를 먼저 챙기고, 극히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등장 인물 모두에게 양면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마냥 착하고 순진한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닌.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을 가지게 만들고 무엇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주인공은 기억을 잃기 전의 모습과 현재 모습을 재차 보여주어 더 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죽음을 원했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만큼 살기를 원했을 그가, 또 어린 시절 부모의 애정을 갈구하면서 그렇기에 탈선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선의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 건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처지가 너무 안 되었기에 가족들에게 그를 버릴 수밖에 없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길, 어쩌면 모든 게 거짓인 오해이길 바랐다. 그만큼 가족의 애정을 원해왔고, 현재 남아있는 전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살인마는 매우 비슷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둘 다 가족에게 쓰레기 취급을 받고 내쳐졌지만 한 명은 돈 때문에 죽음에 버려졌고, 또 한 명은 명예가 중요하기에 어떠한 짓을 저질러도 벌을 받지 않는 것이다. 배경 차이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만들어 낸 것이 보여 재미있었다. 


'지금 죽으러 갑니다' 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모습과 배경, 그리고 섬세하게 장치해놓은 복선들이 매력있는 책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인공 외의 나머지 등장 인물의 상세한 배경도 보여줬으면 그들의 사정에 더 이입할 수 있었을텐데, 다른 이들에게는 어떤 힘듦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인지 되려 궁금할 정도로 주인공의 모습은 재미있고 입체적이었다. 역시 배경이 한국이고 현실에도 있는 사회 문제, 그렇기에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어 몰입이 높았다. 다른 작품에서도 또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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