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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읽는 시간 -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빈센트 디 마이오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8월
평점 :
이미 죽은 사람들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주위에 있던 자의 진술 한 마디, 남아 있는 증거 하나가 소중한 것이다. 죽은 자의 사인을 밝히고 죄를 저지른 자를 벌 주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몫이니까. 그들의 죽음이 한 점 억울함이 없도록, 산 사람에겐 이를 보다 명확하고 확실하게 밝힐 의무가 있다.
이 책에선 자칫 잘못된 결과로 빠질 뻔한 사건들을 어떻게 다시 진실로 방향을 바뀌었는지 그 사례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군데군데 있는 사진은 좀 놀랐지만 정말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했다는 증거이기에 좀 더 신뢰감이 갔고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여기서 다루는 사건들은 다행스럽게도 대단한 전문가들의 손에 진실을 찾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대로 거짓 속에 잠겨졌을 사건을 얼마나 많을까도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사건은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죽은 사람에게는 이미 끝난 일이지만, 산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인식, 죽은 이의 상황, 사람들의 정, 유명인의 관심 등 사건에 연관조차 없는 사람들조차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특히 '배심원'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우리나라는 정해진 법에 사건을 끼워 맞춰 형량을 주는 반면, 이들은 인간적인 기회도 주는 것 같다. 그렇기에 '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우리나라는 언론이 어떻게 떠들어대든 판결에 영향을 주진 않으니까. 이러한 방법엔 장단점이 있겠지만 사건에 연관있지 않는 사람들이더라도 법과 판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또 이미 죽은 '유명인'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유명인이기에 그들의 일생과 생의 마지막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애에 대해서 좀 더 깊숙히 들어가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죽기 전 그의 상황과 생각, 또 죽음의 순간 어떻게 진행되고 결말이 지어졌는지 보다 상세히 엿보면서 마냥 멀게만 느껴졌던 그들의 모습이 보다 인간적이고 가깝게 느껴졌다.
책의 진행은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사건이 터지고 조사를 진행하며 판결이 날 때까지 모든 장면을 현재 시점으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거기다 작가가 독자들이 함께 추리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힌트도 남겨준다. 그걸 눈치 채느냐, 발견해 내느냐는 독자의 몫이라 더 몰입감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음모론, 법의학,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에 대한 지식도 쌓으며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