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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2 - 이게 사랑일까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평점 :
지금 내 손에 애프터 다음 권이 없어서 안타깝다. 아슬아슬하던 테사와 하딘의 줄타기가 드디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터져버렸는데! 사실 처음부터 하딘은 내 맘에 드는 주인공은 아니었다. 첫 만남부터 무례하고 제멋대로에다, 테사와 깊은 사이가 되기 전도, 된 후에도 폭력적이고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테사가 그의 무엇을 보고 그렇게 빠져 들었는지 모르겠다. 테사 스스로도 대학은 처음이고, 주의 환경, 주의 사람들 모든 게 새롭다. 하지만 하딘과 함께 행동하는 걸 보면 그녀 역시 너무 적극적이고 거리낌 없어서 그녀의 기존 성격이나 캐릭터를 해칠 정도이다. 하딘의 존재가 그녀를 바뀌게 했다기엔 설득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또 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와 함께 하면서 심적으로 지치고 위험한 일들도 많았다. 좋은 일이라곤 그의 인맥을 통해 인턴이 된 것 정도? 지금 그녀는 소울메이트라고 할 수 있는 노아도, 하나 남은 가족 엄마도 없이 홀로 고립되어 있다.
스토리도 멀리서 보면 꽤 단조롭다. 모든 문제의 모든 원인은 이 둘 사이에서 일어나니까. 하딘의 행동과 말은 항상 도를 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휩쓸리는 테사가 불쌍하다. 종종 그냥 용서하며 넘기는 테사의 행동이 이해하지 못할만큼 의아할 때도 있다. 또 하딘과 테사의 친구들, 가족 등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스토리 진행의 큰 줄기에서 간판 역할만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주인공 둘을 제외한 어떤 등장인물이 나오더라도 집중이 되거나 긴장되지 않는다. 주인공의 주위 인물만 봐도, 내용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하딘을 주의하라는 친구들조차 테사와 하딘이 잘 되자 '사실 좋은 녀석이야', '너는 다른 것 같아' 하며 헛바람만 넣어주고, 나머지도 경고만 할 뿐 큰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친구라지만 누구도 그 둘을 위해 힘쓰거나 또 관심을 가져준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테사에게 제일 격한 반응을 보여준 사람은 그녀의 엄마였다. 사실 대학에 들어간지 3개월만에 딸이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친구랑도 헤어지고, 밤늦게 다니며 여태 알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느 엄마가 이해하겠는가. 아무리 대학은 성인의 시작이라지만 엄마의 입장에선 매우 혼란스럽고 화났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하딘의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놀이고. 테사를 만나기 전이나 후나 그의 행동은 변화가 전혀 없다. 테사가 싫어하는데도 몰리와 끝까지 같이 다니고, 또 테사와 꽤 깊은 사이까지 갔을 때도 테사에게 못할 짓을 하고! 테사와 일상적인 대화하는 것조차 간섭이라며 화내고 독한 말들을 일삼고 자기 기분따라 멋대로 행동한다. 이 때문에 테사는 항상 그의 옆에 있으면서 그의 기분을 살피고 달래줘야 한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른스럽게 잘 해결한다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테사도 어이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테사는 지금 아주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인물의 행동과 자극적인 사건들이 책을 손에서 못 놓게 만드는 이유인 것도 같다.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하딘의 평판은 다시 개선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바닥이다. 대학은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일 수 있지만, 생각보다 짧은 기간이다. 작중 시간은 아직 3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테사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라! 그가 얼른 하딘의 손에서 벗어나 좀 더 주체적이고 안정적인 일상을 돌려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