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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의인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2
에드거 월리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9월
평점 :
부패한 사회, 힘이 없는 민중들은 이러한 현실을 타파해 줄 영웅을 기다린다. 그들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악을 처벌하고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 주고 사람들에게 새 앞날의 희망을 안겨준다. 이 책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건 '네 명의 의인'이라 이름 붙인 4명이다. 이러한 영웅 소설이 인기를 끄는 건 실제 생활이 척박할 때 더 두드러진다는데 이 책이 처음 발행됐을 1905년 당시 사회 정황이 궁금하기도 하다. 이 책은 '네 명의 의인'이 정부에 맞서 한 정책안을 막으려는 이야기이다. 독특하게 네 명의 의인이 처음부터 나와있고-그들의 정확한 정체는 알려주지 않지만- 간혹 그들의 시점과 정부의 시점이 교차되어 나와 그 차이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
이런 류의 주제를 볼 때 항상 드는 생각은 '이것이 옳은 방법인가?' 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행하는 살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제대로 처벌 받지 않은 사람들을 대신 처벌해 주는 역할을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부조리한 경우라면 난 용인된다고 본다.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찰과 법원의 역할을 대신하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라를 상대로라면? 그 나라는 단 몇 사람에게 좌지우지 되고 민심도 안정되지 않으며 정부기관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네 명의 의인'이 하려는 짓은 이토록 거대한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풀어나갈 지, 결말이 어떻게 될 지 더 궁금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정부가 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각 나라마다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이고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는 걸 증명하는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일 테니까.
거기다 '네 명의 의인'이 알고 보면 재력가인 것도 마음에 걸렸다. 보통 이런 의인이라 함은 사회의 불공평함과 차별을 몸소 체험한 사람이 세상을 바꿔보고자 나서는 사람이 많으니까. 기득권층이 이를 알고 있다는 게 고까운 것이 아니라 그들이라면 다른 방법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방법이 그렇게 획일화 되고 잔인한 방법만 있는 게 아닐텐데. 장기적으로 보면 나라의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내부에서 싸워나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 건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기 위해, 그들에게 있어 모두를 발 아래 두고 주무르는 쾌감을 위해가 아닌가도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과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 '네 명의 의인'이 신출귀몰하고 우아하게 일처리를 하는 걸 보고 동경하기도 했다. 정말 등장인물이 정신도 못 차리게 일을 꾸미고 나타나는 게, 보고 있는 독자들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