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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평점 :

공동체를 이뤄가며 함께 살아오면서 갈등이 일어나고 폭력이나 범죄가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고자 사람들은 법을 제정하고 질서의 테두리 안에 가둠으로써 사회를 만들어냈다. 이 스스로 만들어낸 사회 안에서 우리는 안전하다 느끼고 마땅히 따라야 할 법칙을 지키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 법으로 처단되지 못한 범죄자들이 있다. 바로 '디 아더 피플'은 죄를 짓고도 죗값을 치르지 않은 자를 대신 벌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들의 원하는 건 단 하나, 돈 따위가 아닌 '디 아더 피플'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다른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다.

주인공 게이브는 자신의 아내와 딸을 잃고 휴게소 곳곳을 전전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딸이 사라진 날, 우연히 자신이 마지막으로 딸의 모습을 발견했던 차를 찾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호숫가에 버려진 그 차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엔 딸은 커녕 나체로 죽은 한 남자가 있었고 유일하게 발견한 단서, '디 아더 피플'이라는 글만 얻은 채 사건은 또다시 미궁에 빠져든다.
처음부터 '디 아더 피플'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은 채 시작된다. 그렇기에 디 아더 피플의 존재는 꽤 깊숙이 숨겨져있고 그들의 도움을 받았거나 또는 디 아더 피플로서 계획을 실행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암암리에 알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게이브가 '디 아더 피플'의 단서를 발견했을 때, 드디어 뭔가 밝혀지는구나! 라는 환호와 함께 안타까운 피해자인 줄만 알았던 게이브도 비밀을 숨기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사실 처음엔 모든 것이 게이브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사건이 일어나 딸, 아내의 시신을 확인했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은 딸을 찾아다니는 게 정상은 아니었으니까. 경찰까지 와서 사건을 정리했고 우연히 남의 차에 타 있는 딸을 발견한 게 쉽지 않은 우연이니까. 모두 사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이브가 만들어 낸 헛된 희망이 아니었을까? 실제 그 차를 발견하기 전까지도 그렇게 여겼다. 게이브는 다른 단서도 없이 오직 한순간 자신이 봤던 그 장면을 믿고 달려나가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차를 발견했다고 해도 게이브의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겨우 찾아낸 차에서 발견한 건 '디 아더 피플'이라는 글이었지만 이 마저도 짐작 가는 것도, 연결고리도 없어보였다. 게이브가 어떻게 또다른 단서를 얻게 될 지, 어떤 조력자를 만나게 될 지 전혀 짐작가는 게 없어 책의 진행대로 속절없이 빨려들어갔다.
거기다 게이브와 동시에 진행되는 또다른 시점이 있다. 무슨 일인지 어린 아이 앨리스와 이리저리 떠도는 프랜의 이야기이다. 앨리스는 가끔 거울에서 '뭔가'를 보고 갑자기 잠에 빠지는 기면증을 앓고 있다. 밤이 아닌 낮, 집 안과 집 밖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쓰려져 잠에 빠져드는 위험한 병이다. 이 때문에 앨리스가 위험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앨리스는 잠에 빠져들 때 거울 속에서 '무언가'를 본다. 어떤 여자 아이라고 말하며 자기에게 말을 걸기까지 한다고 했다. 병 때문에 생긴 환상인지, 아니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인지 이 미스터리한 부분이 이 책의 또다른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프랜과 게이브는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는데 이미 과거에 인연이 있던 사람인지, 아니면 앞으로 조력자가 되어줄 지 적이 될 지, 어떤 사건이 두 사람을 이어줄 지 아무리 예측하더라도 소설의 진행을 따라가지 못한다. 복수하는 사람들이라는 디 아더 피플의 소재도 참신하지만 벌어지는 사건들도 결코 단순하지 않아 재미있고 스릴넘친다.
만약 내 가까운 사람이 범죄에 휘말렸는데 범죄자는 처벌도 제대로 못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억울한데 그 범죄자가 편히 있는 꼴은 못 볼테니 '디 아더 피플'이라는 조직이 있다면 나도 당연히 참여할 것 같다. 돈도 필요없이 개인적인 복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니 잘됐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이건 끊어낼 수 없는 복수의 연쇄고리에 빠져드는 것과 같다. 복수를 한 후엔 통쾌하겠지만 내가 복수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도 이도 있을 것이다. 그가 나를 목표로 또다른 '디 아더 피플'이 된다면 복수는 끊임없이 이어질 뿐이다. 디 아더 피플처럼 사람들이 어두운 경로에 들어서는 것도 모두 법 테두리가 취약해져서 그런 것 아닌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수사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겠다. 우리나라도 결코 깨끗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같은 죄를 저질러도 상황과 심리적 상태에 따라 형벌이 다르게 주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 가끔은 다른 비리가 있지 않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판결도 왕왕 있다. 억울한 사람없는 투명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더더욱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