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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가족 - 비혼 싱글맘의 공동육아기
가노 쓰치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2월
평점 :

오늘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 한부모가정, 조부모님과 같이 사는 가정, 아이없이 사는 가정, 또는 동성끼리 꾸려가는 가정 등 이제 아빠, 엄마, 아이가 같이 있는 구성만 가족으로 치기엔 세상은 너무 넓고 다양하게 변해왔다. '침몰가족'도 새로운 가족이다. 침몰가족의 구성원은 법적으로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또한 오래 알고 지내왔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직 육아에 관심이 있는 어른들이 모여 이루어진 구성원이다. 이들은 어떻게 지냈던 것일까?

처음 생판 모르는 남에게 내 아이를 맡긴다니, 너무 대담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모친 호코 씨는 그만큼 절박했고, 또 아이와 함께 자신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가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들은 지금도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개인의 삶보다 아이를 위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있어주길 원한다. 과거엔 그 고정된 관념이 더 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호코 씨는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삶이 아닌, 아이와 나 모두 살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개척했다. 굉장히 용기 있고 대단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침몰가족'이란, '남자는 일하러 가고, 여자는 가정을 지키는 가치관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혼하는 부부도 늘어나고, 가족의 유대도 약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침몰한다' 라고 적힌 전단을 보고 지은 이름이다. 침몰가족은 일하는 이, 가정을 지키는 이가 나눠져 있지 않으며 엄마아빠의 개념도 없는 가족이다. 심지어 그 구성원도 스무명 남짓했으니 전단이 말하는 '가족'의 개념에는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
'침몰가족'을 읽으며, 가족이란 무엇인가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피는 하나도 이어지지 않았지만, 함께 지내는 그 순간이 즐겁고 각자의 규칙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면 어엿한 가족이 아닐까? 호코 씨가 오직 가족의 형태를 지키기 위해서 남편과 계속 같이 살았거나 아이를 위해 희생했다면 이처럼 따뜻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만 좇다 내 행복을 무시하고 있던 건 아닐까?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라고 변명하며 가정이 벼랑 끝에 내몰렸음에도 계속 가정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어른들의 감정은 아이에게도 전해지는 법이다. 겉만 멀쩡한 가정 속에서 자란 아이는, 나는 과연 행복한가?
이런 가정이 이상해보인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 쓰치는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며 자라났고, 기억에 나진 않지만 따뜻한 모습의 그 시절을 보고 침몰가족 구성원이었던 사람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들은 잘 자라있었고 그들에게도 그 때 기억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또한 여자 홀몸으로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힘든 때, 침몰가족은 호코 씨의 마지막 구원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세상 모든 엄마와 여러 가족들에게 힘을 주었을 것이다. 어떠한 모습의 가족이라도 괜찮다. 자신이 안락하게 있을 수 있다면, 그 모습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얹더라도 내 소중한 가족인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