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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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는 고대 그리스 물리학자로, 물을 이용해 금관을 손상시키지 않고 부피를 재는 방법을 발견하여 '유레카!'를 외친 일화로 유명하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라는 이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인물인 아르키메데스와 이 일본 추리 소설이 아르키메데스와 무슨 상관일까?

이 책은 미유키라는 한 소녀의 장례식장부터 시작된다. 병으로 인해 죽었다고 미유키는 사실 임신 중절 수술을 하다 사망하고 말았다. 이에 분개한 미유키의 부모님 겐지로와 쇼코는 미유키가 임신까지 하게 된 경위를 쫓으며 복수를 다짐한다. 겐지로는 미유키가 죽을 때 '아르키메데스'라고 읊조리던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겐지로는 이를 학업에 대한 걱정을 했던 것이라 여겼지만 과연 그럴까? 미유키가 숨기려던 것을 과연 밝혀낼 수 있을까?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유명한 일본 추리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축사가 눈에 띄어 읽어보게 된 소설이다. 내 착각일 수 있겠지만 그래서인지 문체가 좀 비슷해보이기도 한다. 또 70년대가 배경이라 이질감이 들까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또 주인공이 고등학생에 학교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다소 순진하고 밝은 모습을 예상했는데 주인공들도 마냥 선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니라 더 흥미진진했다. 작품 분위기를 너무 가라앉지도, 너무 발랄하게 만들지도 않는 비법이 바로 이 입체적인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나오는 것 같다.

다만 주인공 주변인물 중, 가정이 있는 남자와 불륜을 하는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인물의 모습도 묘사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지나가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남자가 가정을 정리했거나 정리한단 말도 없고 심지어 불륜인 상대를 가족에게 소개하기까지 한다니? 일본에서 불륜은 흔하다더니 꽤 오래 전부터 그랬나보다 하고 애써 넘어갔다.

미유키가 비밀을 가진 채 죽었지만, 남겨진 자들은 그 진상을 파헤치려한다. 어떻게 임신까지 이루어졌는지 그 상대는 누구인지, 또 미유키는 그 상대를 지키려하는건지, 아니면 수치심에 숨기려하는건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유키의 과거 얘기가 주로 다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미유키가 죽은 이후에도 사건이 터지면서 자연스럽게 진상이 밝혀진다.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였던 사건이 조금씩 이어져 서서히 풀리는 것이 재미있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극찬한 작품이었는지 이해가 되는 작품이다. 탄탄하게 서사를 잘 끌어나가면서 적시적소에 인물과 사건을 배치한다. 한시도 지루할 틈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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