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태조에서 세종까지-
여태까지 봐오지 못했던 형식이다.
대화형식이다.
뭐랄까.. 이런 건 솔직히 처음 읽는 거라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개인의 생각이 너무나 많이 개입되어 있다는 느낌..
소설은 아닌데 읽어가면서 그림이 그려지면서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받자마자 읽었어야 하는데..
아버지 먼저 읽어보시라고 드려보았다.
사실 아버지도 이런 형식의 책은 첨이라고 하시면서 읽어보셨다.
난,
솔직히 대화형식이라 좀 놀랐다고 해야하나..
글구 중간 중간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는 부분은 조금 오글거린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느낌이 조금씩 들었기도 했지만 내용이 워낙 좋아서 중후반부로 가니 이런 생각들도 사라지게 되더라.
조선초 이성계(태조), 정도전, 정몽준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
정도전과 정몽주는 이데올로기 차에 의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둘 다 이방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도 조금은 흥미로웠다.
1392년 건국. 국호에 대한 이야기, 1394년 도읍을 옮기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로웠다.
한양이 아닌 계룡산일대가 도읍이 되었다면 조선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하는 도 재밌었다.
도읍을 옮기고 경복궁을 설계한 이가 정도전이라는 사실과 전각에도 의미가 있다 - 근정전(천하의 일은 부지런해야 한다), 시정전(생각하고 정치하라), 강녕전(왕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바라는) - 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조선시대는 왠지 봉건적이고 구시대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15세기 백성들이 세계에서 살기 좋은 나라, 지배층의 책임감과 도덕성은 세계 제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완전 부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21세기인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지배층의 책임감, 도덕성이 15세기 지도자들에게 있었다는게 놀라웠다.
가지고 있던 조선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방원과 정도전의 대립과 함흥차사의 어원의 유래, 권력은 죽어야 끝이라는 것과,
태종의 평가도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교차되는 부분- 정도전을 제거했지만, 정도전의 구상을 그대로 수용 추진했다는 부분에서 태종이란 인물도 대단하다라 는 생각이 들었다.
태종의 아들은 양녕과 충녕(세종)에 대한 이야기
드라마에선 양녕이 충녕에게 양보했다라는 늬앙스로 그려졌었는데..
양녕도 권력욕이 있었던 건 사실인 듯 싶다.
그리고 처음 들어본 인물 이예, 7개 국어에 능통했다던 신숙주, 후에 갈라지긴 했지만 정인지 신숙주 박팽년 성삼문이 있었던 집현전 이야기, 그리고 로비의 달인이었던 황희의 일면도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갔다. 장영실이 지금으로 따지면 다문화가정이었다는 사실도 첨 알게 되었다. 어느 시대나 법의 느슨한 부분 때문에 조세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구나. 라는생각.
부자증세와 빈자감세를 시행한 세정 조세개혁도 찬반투표를 하고나서도 7년동안 심사숙고했다라는 것도 놀라웠다. 노비에게 출산휴가가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고..
군주의 포용력이 15세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싶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세종의 아들인 문종이 좀 더 오랫동안 통치했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2권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생각이다.
문종자체로 보면 완벽하지만, 이게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 그런 걸까?
세종후반부의 대표 업적에 문종의 역할이 컸었다는데.. 왜 우린 그런 걸 모르는 거지?
신기전이라는 독창적인 화약무기도 문종에 의해 완성되었는데 말이다.
음.. 아무래도 통치기간이 짧았던 게 문제였던듯 싶다. 29년이 세자생활과 2년 조금 넘은 통치기간.. 음.. 좀더 오래 살았더라면 더 멋진 조선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신숙주와 박팽년에게 당신들이 내 어린이들을 잘 보필해야 한다. 꼭 부탁하겠다 라고 했다는데, 그 때 그 마음은 어땠을는지. 흠..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처럼 권력욕이 있는 동생들을 두고 있으니 걱정이 되었을만도 하겠지.
어쨌든,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통해 권력을 잡고,
그 일이 일어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었고.
김종서가 무신이 아닌 문신이었다니 음.. 난 왜 칼들고 있는 모습만 떠오르는지..
드라마 공주의 남자가 완전 허구인줄 알았는데 그런 이야기가 한마을의 전설로 있고 금계필담이라는 책 내용에도 있다니,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겠어 라는 나만의 상상도 좀 해보고..
수양대군입장에선
단종복위 운동을 여러 차례 했었으니 단종을 죽여야만 했었을 것도 같고..
어느 시대나 권력의 맛을 보면 나를 위협하는 어떤 것은 잘라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나 보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고, 뭐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앞으로 이어지는 3권의 내용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이글은 민음사에 책을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