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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평점 :
한시대를 풍미하고 간 독일계 스위스인 대문호 헤르만 헤세, 문예춘추사에서 본 같은 시리즈 중에 먼저 나온 <삶을 견디는 기쁨> 이 있다. 앞서의 책은 전자책 구독서비스로 보고 뒤의 책은 종이책으로 봤다. 나는 책을 볼 때 디자인과 질감에도 주목하는 편이다. 실물책을 직접 봤을 땐 질감이 좋아 앞서 봤던 책의 실물도 탐났다. (필사 코너도 있으니 관심있으면 하기!) 중간중간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헤르만 헤세는 평생 자연을 사랑했다. 화가로서 등단한 적이 없지만 자신이 본 세상을 그렸고, 남들보다 관찰력이 뛰어났다. 단, 예술가로서 아름다운 서사를 기억하고 담아내지만 항상 자신과 자연에 몰입하곤 했다.
헤르만 헤세는 비관주의자라고 주장한다. '낙관주의' 에 젖어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한다는 명목의 삐뚤어진 명목으로 두번째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사람들은 전쟁을 피해 피난을 갔다. 헤르만 헤세는 그렇기에 자신은 비관주의자라고 한다.
스스로 고백하길, 가정에 몰입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평생 작가로서 몰입하고 살 운명이었나 보다.
한 편의 긴 시를 보는 듯 했다. 산문 하나하나가 정말 길다란 시같았다. 일상을 그리기보다는 자연과 세상의 묘사였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느끼고, 문인들의 삶의 자세가 궁금할 때 헤세의 산문을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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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나무는 이렇게 말했다.
"내 안에는 하나의 핵심이, 하나의 불꽃이, 하나의 생각이 숨겨져 있으며 나는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 영원한 자연의 어머니는 나와 함꼐 전무후무한 일을 감행했다. 내 모습, 그리고 내 피부 속에 흐르는 혈관은 다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다. 내 가지 꼭대기에 있는 가장 작은 잎사귀가 벌이는 유희조차도, 내 가지에 난 아주 작은 상처조차도 유일한 것이다. 내 사명은 바로 그런 일회적인 것에서 영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한 그루의 나무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힘은 믿음에서 온다. 나는 내 조상이 누군지도 모른다. 해마다 내 몸에서 탄생하는 수천의 자손들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저 나는 씨앗이 지닌 비밀을 지닌 채 끝까지 살아 갈 뿐이다. 그밖에 어떤 것도 내가 걱정하고 염려할 일이 아니다. 내 안에 신이 있으며, 나는 그렇게 주어진 내 의무가 성스럽다고 믿는다. 이 믿음 덕분에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우리가 더 이상 삶을 버텨 내기 힘들어 서글퍼질 때, 나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용히 하라! 조용히 하라! 나를 바라보라! 삶은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어린아이의 생각과도 같다. 오직 신이 네 안에서 말씀하시도록 하라. 그저 너는 침묵하라. 네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네가 가는 길이 너를 어머니로부터,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딛는 걸음마다, 매일 주어지는 삶이 너를 새롭게 어머니와 고양에게로 다시 이끌어 간다. 고향이란 여기에 있거나 혹은 저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고향은 너의 내면에 있든지, 아니면 그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