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 살이 되면 ㅣ Dear 그림책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평점 :
그림책 중에 노래 가사나 시를 글로 삼고, 그림을 더하여 만든 그림책들을 좋아한다. 평소 시집을 따로 사서 읽거나 하지는 않지만, 시 그림책을 읽어보면 글에 함축적으로 담긴 의미의 깊이가 다르고 해석의 여지가 많아 오래오래 곱씹게 되고 시인의 글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은 또 어떤가. 글과 그림이 함께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림책의 특성상 그림을 보다보면 나만의 시 해석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시를 글로만 접했을 때보다 더 입체적이고 새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서 더 재미있다.
<백 살이 되면>은 황인찬님이 쓰신 시이다. 이전에 이 시를 읽어본 적이 없고, 또 황인찬 시인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기에 더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글과 그림을 함께 읽느라 글과 그림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혼선된 전화처럼.
책을 덮어두었다가 얼마 후 다시 펼쳐들었다. 이번에는 천천히 시만 음미하며 읽어보았다. 그림이 배경인 듯, 그림이 하는 이야기에는 일부러 귀 기울이지 않기로 작정한듯이 시에만 빠져들어보았다. 읽고 또 읽고.. 아, 비로소 시인의 걸음걸이에 속도가 맞춰졌다. 맨 마지막 문구인 '좋겠다 정말 좋겠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이 시의 화자처럼 그렇게, 백 살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다음에는 그림을 보았다. 아름답고 투명한 그림들은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을 아트프린팅해서 걸어두고 싶을만큼 좋았고, 주어와 동사가 분명한 글처럼 한 가지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 않은 알쏭달쏭한 그림이어서 그림을 읽어내는 재미가 있었다. 청록색과 다홍색이 주는 산뜻함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시를 읽고 해석하여 나만의 이야기를 품은 뒤에 그림을 읽으니 그림작가님의 해석과 비교하며 읽으며 더 입체적으로 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그림책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그래서 더더욱 주변에 그림책을 어느 한 권 딱 집어 추천하기 어려웠었다. 그런데,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와 같은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을 오랜만에 만난 듯 하다. <백 살이 되면>이 바로 그런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