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년째 열다섯 텍스트T 1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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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판타지 동화는 매우 인기 있는 소재 중에 하나이다. 적당히 현실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신비롭고 특별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해볼 수 있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니까 말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적인 정서와 판타지의 소재가 담겨있는 동화는 특히 귀하다. 분명 외국 작가의 어린이 판타지 동화와는 느낌이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오백 년째 열다섯>은 우리 나라의 단군 신화나 구미호 이야기 같은 한국적인 판타지 요소와 함께 매우 특별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삼대 모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할머니, 엄마, 손녀 사이의 관계는 어쩌면 내가 속해있는 관계 속 비슷한 지점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내가 만약..'이라는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비록 이미 오백 년을 넘게 살았지만 열다섯이라는 몸을 입고 열다섯으로서 할 수 있는 경험들 안에 갖혀 있었던 가을이의 그 또래 다운 마음의 변화와 고민들에 공감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독자 타겟은 열다섯 또래일까? 생각해보면 정작 열다섯 또래의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서점에 가니 2편도 나왔던데, 1편에서 풀어낸 넓은 세계관을 딛고 2편에서는 얼마나 더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재미있게 풀어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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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와 스콜라 창작 그림책 58
엘리자 헐.샐리 리핀 지음, 대니얼 그레이 바넷 그림,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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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런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같은 반 학생들끼리도 해당 학군 내에서 어떤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어울릴 친구와 거리를 둘 친구를 구분한다는.. 집값이 비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곳이라 하더라도 자기 집보다 집값이 싼 동네에 사는 아이들을 얕잡아보고, 부모들도 어울리지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는 친구 사이에 "우리 집에 놀러 와."라는 초대를 할 때 계산하고 따져보아야 할 게 부모님의 경제력(집값)이라니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유롭게 친구를 사귀는 데에 있어서 때때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그 뿐일까? 내가 생각하는 '정상'의 범위를 벗어난 이들을 나와 다른 부류로 선을 긋고 다가가지도 초대하지도 않는 어른들의 편협함이 아이들에게도 옮겨가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받고 배척당한 경험들이 쌓이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상처받는 것이 싫어서 더이상 다가가지 않고 마음의 벽을 세워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하려는 기제가 작용하기도 한다. 참 마음 아픈 일이다.


"우리 집에 놀러 와."

너무나 정겹고 설레는 말이다. 친구 사이에 이보다 더 신나고 기대되는 초대가 있을까? 이 책에서는 여러 아이들이 자기 친구를 집에 초대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자기 집에 오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재잘재잘 이야기한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아이처럼, 본인이 장애를 가졌거나 장애인 가족을 두었을 때에라도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참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아이들이다. 당당하게 친구를 초대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 또한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따듯해졌다. 장애는 친구를 집에 불러서 노는 데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누구도 상대방의 눈치를 보거나 불편해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배려하며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장애이해교육 때 읽어주면 참 좋을 것 같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동정하고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친구로서 가까워지고 어울리며 동등하게 관계 맺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서로의 핸디캡을 감싸줄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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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이 되면 Dear 그림책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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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중에 노래 가사나 시를 글로 삼고, 그림을 더하여 만든 그림책들을 좋아한다. 평소 시집을 따로 사서 읽거나 하지는 않지만, 시 그림책을 읽어보면 글에 함축적으로 담긴 의미의 깊이가 다르고 해석의 여지가 많아 오래오래 곱씹게 되고 시인의 글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은 또 어떤가. 글과 그림이 함께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림책의 특성상 그림을 보다보면 나만의 시 해석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시를 글로만 접했을 때보다 더 입체적이고 새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서 더 재미있다.


<백 살이 되면>은 황인찬님이 쓰신 시이다. 이전에 이 시를 읽어본 적이 없고, 또 황인찬 시인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기에 더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글과 그림을 함께 읽느라 글과 그림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혼선된 전화처럼. 

책을 덮어두었다가 얼마 후 다시 펼쳐들었다. 이번에는 천천히 시만 음미하며 읽어보았다. 그림이 배경인 듯, 그림이 하는 이야기에는 일부러 귀 기울이지 않기로 작정한듯이 시에만 빠져들어보았다. 읽고 또 읽고.. 아, 비로소 시인의 걸음걸이에 속도가 맞춰졌다. 맨 마지막 문구인 '좋겠다 정말 좋겠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이 시의 화자처럼 그렇게, 백 살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다음에는 그림을 보았다. 아름답고 투명한 그림들은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을 아트프린팅해서 걸어두고 싶을만큼 좋았고, 주어와 동사가 분명한 글처럼 한 가지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 않은 알쏭달쏭한 그림이어서 그림을 읽어내는 재미가 있었다. 청록색과 다홍색이 주는 산뜻함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시를 읽고 해석하여 나만의 이야기를 품은 뒤에 그림을 읽으니 그림작가님의 해석과 비교하며 읽으며 더 입체적으로 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그림책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그래서 더더욱 주변에 그림책을 어느 한 권 딱 집어 추천하기 어려웠었다. 그런데,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와 같은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을 오랜만에 만난 듯 하다. <백 살이 되면>이 바로 그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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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4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4
김용세.김병섭 지음, 센개 그림 / 꿈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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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을 처음 접한 건 꿈터 출판사에서 책 홍보를 위해 책의 앞부분 일부를 소책자로 만들어 배포한 것을 받아본 때였다. 큰 기대 없이 첫째 아이에게 건네주었는데, 평소 책을 많이, 또 즐겨 읽는 첫째 아이가 그 소책자를 읽고 나서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1권을 사달라고 한참을 졸랐었다. 이미 집에 책이 많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도록 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1권이 도서관에 들어오기 전이라 못 기다리겠다며, 마침 보상으로 선물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이 책을 사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사준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재미있어하고, 2권은 언제 나오는지 궁금해하고, 2권을 사주면 또 3권을 기다리고.. 그렇게 이 책 시리즈의 팬이 되었다.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4권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야만 하는 책이 되었는데, 마침 서평 이벤트로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되어 신청하게 되었다. 역시나 첫째 아이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 되었고, 그동안은 아이에게 사주기만 하고 직접 읽어보지 않았던 책인데 이번에는 서평 때문에 나도 함께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시리즈의 앞 권을 다 읽어보지 않았어도 4권만 읽었을 때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만큼 글이 재미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꿰는 큰 스토리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4권으로 입문했더라도 1~3권을 읽고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왜 이 책이 초등학생들에게 사랑받는지 알 것 같았고, 이젠 주변에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 된 것 같다. 외국 책을 번역한 시리즈물이 아니라 한국의 작가가, 그것도 초등학교 교사가 쓴 웰메이드 동화가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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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우리는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문경민 지음, 이소영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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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 담임을 맡다보면 여학생들 사이의 친구관계 문제를 반드시 다루게 된다. 고학년 남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는 결이 확연히 다른, 고학년 여학생들만의 갈등과 성장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일까, 그 또래 아이들이 겪을 법한 일들을 소재로 한 고학년용 동화 작품이 많이 쓰여지고, 아이들도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는 것을 보아왔다. 


이 작품도 역시 루미, 보리, 세희 세 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소재로 하고 있고, 제목부터도 <열세 살 우리는>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읽어왔던 사춘기 또래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순히 아이들의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일들만이 주 재료가 아니었다. 루미와 보리의 부모님의 이야기, 그리고 퍼플 마스크와 세희를 둘러싼 이야기 등 묵직한 사회 문제들까지도 담아낸 동화였다.


주인공인 루미, 보리, 세희는 모두 불완전했고, 또 연약했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끝까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며 남을 탓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상처를 더욱 후벼파는 잔인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누군가는 자기 내면의 두려움과 맞서고 용서를 구하고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며 옳은 일을 선택할 줄 아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독자들에게 '너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야. 너라면 어떻게 할래?' 묻는 듯 했다.


문경민 작가님의 뛰어난 필력으로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내 일인 듯 공감하며 빨려들어가 글을 읽어내려갔고, 이소영 그림작가님 특유의 감각적이고 뜨거운 그림체로 인물과 사건들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났다. 이 작품을 추천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멋진 콜라보를 기획한 출판사의 안목도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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