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9월 2일, 하노이에서 홍콩으로 가는 중 창 밖 풍경, 구름 위는 언제나 맑다.
요즘은 그동안 책을 만든다고 못 읽었던 책들을 읽고 있다. 능력 부족으로 힘에 부치면서도 먹고살자고 버둥거리다 보니 빈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다. 지금은 방전돼버린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셈이다. 원고를 보고 책을 만들면서도 책들을 읽긴 읽었다. 한 권을 너무 열심히 읽는 게 문제다. 일로 책을 만나니 평범한 한 명의 독자로 읽을 수 없었다. 내가 잘못한 건 이런저런 이유를 달고, 남의 잘못은 잘 보인다고 직업병이 생긴 것이다. 책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 몇 달 동안 열심히 책만 읽었던 때가 있었다. 아직도 뭔지 잘 모르겠는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한다기에 일단 열심히 읽었었다. 그 힘으로 억지로 겨우겨우 6년 넘게 버틴 것 같다.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더 이어질진 모르겠으나, 부지런히 충전해둬야 또 몇 년을 버틸 것이다.
남들 쉴 때,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는 게 직장 생활이라고 그동안 원하던 여행을 못했는데, 백수가 되니 긴 여행도 가능했다. 휴가가 끝나면 다시 출근해야 하지 않아서 당장은 좋다. 빵빵거리는 오토바이 물결의 하노이와 사라진 왕국의 영화를 돌아볼 수 있는 앙코르와트에서 보낸 8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리고 10월 아직 여름인 홍콩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여행자로 일주일을 헤매고 다녔다. 아내와 함께한 홍콩은 '도시'라는 곳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서울이 낯설어졌다.
하롱베이에서 만난 스위스 아줌마가 부러웠다. 이 아줌마는 석 달 동안 동남아를 여행한다고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석 달을 여행하는 스위스 아줌마와 "원 딸라"를 외치며 톤레삽 호수의 물을 그냥 퍼먹는 캄보디아 아이들
이륙하고 착륙하는 순간의 떨림이 시속 900킬로미터의 속도로 구름 위를 순항하는 것보다 좋다. 서서히 활주로로 이동하면 기장의 "테이크오프"라는 말과 함께 굉음을 내며 기체가 요동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짧은 요동이 끝남과 동시에 중력을 거스르기 시작한다. 몸도 정말 붕뜨게 하면서 고도를 높인다. 떠남의 순간이다. 여행의 시작이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기장의 "랜딩"이라는 말과 함께 창 밖의 지상과 밀접해진다. 활주로를 향해 땅으로 돌진한다. 랜딩기어가 동체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땅에 닫는 순간의 작은 충격이 안도감을 준다.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기도 하고 일상과 내 집이 좋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앙코르와트 내비게이션 - 앙코르 유적을 안내하는 가장 쉽고 친절한 여행서
정숙영 글ㆍ사진, 그리고책, 2011년 09월 07일, 280쪽, 13,000원
>> 이 책이 조금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3일 동안 앙코르와트를 헤매고 돌아와 보니 서점 신간 코너에 떡 하니 놓여 있네 ㅠㅠ...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이라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앙코르와트 유적들은 인류에게 남겨진 엄청난 유산인데 우리나라에서 패키지 관광 오신 분들은 인증샷 찍고 슬쩍 한번 둘러보고 가버리는 게 좀 안타깝긴 했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11년 12월 10일, 12,000원
>> 새로 나온 이것 말고 이레 출판사에서 나온 걸, 비행기 안에서 오가는 동안 차분하게 읽겠다고 가져 갔으나, 창 밖 구경하며 사진 찍으랴 밥 먹으랴 바뻐서 펴보지도 못했다. 다음엔 꼭 그래보리라.
프렌즈 베트남ㆍ앙코르와트
중앙books 편집부 엮음, 중앙books, 2011년 3월, 16,000원
>> 패키지 여행이더라도 처음 가는 곳이면 이런 여행 안내서를 한 번 정도는 봐주는 게 그곳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아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클로즈업 홍콩
김형일 외 지음, 에디터, 2011년 7월, 17,000원
>> 홍콩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행객이 한국인인줄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 책을 들고 있는지 보면 된다고 할 만큼 많이 보는 것 같다. 홍콩에 처음 간다면 한 번 쯤 봐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