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의 책들을 펴내는 열린책들은 에코를 이렇게 소개한다.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는 스물네 살 때부터 저술 작업을 시작해 여든 살인 현재까지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열정적인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장미의 이름》은 40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부가량 판매되었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와 미국의 브라운 대학교를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대학교와 캐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는 등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학자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활동 분야를 살펴보면, 그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를 찾아낼 수 없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의 한 사람. 저명한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아퀴나스의 철학에서부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그의 지적 촉수가 닿지 않는 분야는 없다. 이 지독한 '공부 벌레'는 '언어의 천재'이기도 하다. 모국어인 이탈리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러시아어까지 해독한다. 1932년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으며, 현재는 볼로냐 대학 교수이다."
움베르토 에코와의 인연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읽다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면서 책을 놓았다. 학교 도서관 도장이 찍혀 있는 이 책은 지금도 내 책장에 있다. 암튼 그 뒤로 '푸코가 지은 에코인지, 에코가 지은 푸코인지' 헷갈리고 《푸코의 추》라는 건 또 뭐지 하며 모른 체하고 살아왔다. 그의 대표작이라는 《장미의 이름》도 물론 그런 책이 있다고만 알고 있는 정도다. 에코의 고향인 이탈리아에도 없다는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가운데 관심이 가는 놈을 시작으로 에코와 좀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2012년을 맞이하면서 그래도 명색이 책을 만드는 사람인데 이 양반을 너무 모른 체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급반성을 하면서 잡은 게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가운데 가장 재미있어 뵈는 놈,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다.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문화 비평 에세이
움베르토 에코 지음, 원재길 옮김 / 열린책들 / 1995년 04월 / 268쪽 / 5,500원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이란 제목은 1992년 이탈리아에서 펴낸 《디아리오 미니모 제2권(Il secondo diario minimo)》의 프랑스어판인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Comment voyager avec un saumon)》에서 따왔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 444쪽 / 9,500원
이 제목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책의 내용과 분위기를 더 잘 살린 것 같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 405쪽 / 10,800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15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 444쪽 / 13,000원
《푸코의 진자》에 대한 살짝 안 좋은 추억(내공이 부족한 내 탓이다)으로 20여 년 멀리하게 했는데, 에코의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제목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촌철살인의 시선을 보여준다. 일상의 별일 아닌 작고 사소한 일들을 콕콕 집어내 비틀고 뒤집어 '이렇게' 볼 수도 있다고 보여준다. 짧은 글에 담긴 그의 시선이 내가 그동안 그냥 무심코 흘리고 놓친 것들을 모두 잡아내고 있어 놀랍다. 잡지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엮은 것으로 처음 책이 나온 이후 긴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유효하다. 이제부터 앞으로 에코의 책들이 집에 쌓여갈 것 같다.
뒷북을 치는 감이 없지 않지만, 고전들에 비하면 아직 신간이라고 위안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