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메신저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정말 꿈을 꾸는 것처럼 종잡을 수가 없는 황당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사건들을 쫓다보면 나도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에 젖어들고 어느새 이것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따질 겨를이 없어진다.

이 소설은 큰 재산을 가진 한 미망인이 젊은 시절 자신이 잃어버렸던 아들, 마사오를 찾기 위해 마이코라는 젊은 여성에게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다. 마이코는 거액의 돈을 제시하는 그 미망인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아들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마사오의 양부를 만난 마이코는 믿기 힘든 마사오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마사오는 양부에 의해 '렌탈 차일드'로 길러져 다른 렌탈 차일드들과 함께 아이를 필요로 하는 부모들에게 '대여'되는 생활을 했던 것. 성인이 된 마사오, 아니 지금은 매튜로 불리는 이 남자는 어린 시절 해왔던 직업을 그대로 고수하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빌려주며 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이에게는 애인으로, 어떤 이에게는 친구로, 어떤 이에게는 과외선생으로서 자유자재로 역활을 바꿔가며 살아간다.

이 소설 속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를 거부하는 인물들로 넘쳐난다.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요, 부모와 자식 관계,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도 신성성이나 끈끈함을 억지로 부여하기보다는 차가운 시선으로 응시하며 그저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할 뿐이다.

사람이란, 그를 구속하는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나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이런 저런 구속들로부터 정체성이 확립되고, 자신의 역사를 만들고 상처와 행복을 만드는 것 아니었나.

잘 모르겠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을 읽게 되면, 이 작가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될까.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그저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얼떨떨할 뿐이다. 그 꿈은 악몽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꿈도 아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