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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의 데뷔 소설.
확실히 데뷔작이다 보니 조금은 어설프고 덜익은 듯한 느낌은 들지만, 그의 특유의 재담과 스스로를 희화화하며 드러내는 기분 좋은 솔직함은 이 작품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난 아마도 '솔직함'에 대해 언제나 관대해지고 매력을 느끼나 보다. 그 증거로 내 주변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모두 굉장히 솔/직/한 사람들이다.:)
또한 그의 후속 작품들에 등장하는, 친한 친구의 죽음이라는 소재, 사회적 차별에 대한 성찰,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자의 슬픔 등도 꾸준히 반복된다.
'레벌루션 No.3'라는 소설은 '차별'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 속의 배경이 되는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률이 형편없이 낮은 삼류 남자 고등학교다. 다시 말해 일본 주류 사회에 편입될 가망이 현저히 낮은 사람들의 집합소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소설 속의 주요인물들은 사회의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는 선천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재일조선인, 혼혈아, 오키나와 출신의 백혈병 환자가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현실에 대해 비관하고 또 우울함이나 즐기며 폼을 잡지 않는다.
"헐, 그런 가식 따위 개나 줘 버리라지."라고 말하듯, 소설 속의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장들은 읽는 내내 배를 잡고 웃게 만든다.
"우리 학교는 1963년에 역도산을 찌른 야쿠자, 의 사제 같은 일부 마니아나 반가워할 유명 인사를 배출한 것을 마지막으로 총리대신도 고급 관료도 지체 높은 집안과도 전혀 무관하다. 주변 명문학교들은 우리를 '좀비'라고 부른다.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좀비'라는 별명의 유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우리 학교의 평균 학력이 뇌사 판정에 버금가는 혈압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또 한가지. 이쪽은 내 마음에 쏙 든다.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아서' 시각을 바꿔 생각하면 우리는 영웅에게 없어서는 안될 자질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레이더스'의 인디아나 존스, '다이 하드'의 존 맥클레인처럼."
현실 속의 상황은 꽤나 절망적이지만, 우리의 꼴통 학교의 '더 좀비스' 멤버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늘 다수 쪽이 이기게 되어 있고, 언제까지나 그 다수들로 인해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게 싫으면 그 시스템 속에서 나와 버리면 된다. 그리하여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라는 것들이 동네 양아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긴 하지만;; 진지하고 솔직한 그들의 열정은 어쩔 땐 부럽기까지 했다. (난 왜 좀더 어릴 때 바보같고 어이 없는 일들에 대해 좀더 열정적이지 못했나! 가장 쉽게 '열정'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시절인데 말이다.)
"그리고 리틀 중사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어. 너는 고된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아 좌절하는 일도 있겠지. 라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는 세계와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느끼면서 히로시의 마지막 말에 귀 기울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
'더 좀비스'들의 활약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플라이, 대디, 플라이'라는 책도 조만간 구입하여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