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대중문화 읽기
박영욱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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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철학으로 대중문화 읽기'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내가 그동안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화두'에 대해 어떤 해답을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 시원히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가려웠던 부분을 조금 긁었다는 생각은 들었다. 고교시절까지 내게 '문학'보다는 '만화'가 더 중요했다. 내 성장기에 날 지배했던건 순수예술이 아닌 키치적인 성향이 다분한 대중문화였고, 그 대중문화는 여전히 나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에 와서 난 나의 위치를 바꾸어야 했다. 많은 치기어린 인문학도들처럼 대중문화에 조소어린 시선을 던지며 경멸감을 표시했다. 모든 대중문화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나의 태도는 여전히 습관처럼 굳어져 버렸다.

편협하고, 우스운 일이라는 것은 안다. 세익스피어도 히치콕도 '순수예술'의 고고한 포즈를 취하며 그들의 '예술적 성과'를 이루어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꽤 오랜시간 동안, 난 순수예술이냐, 대중문화냐 양자 택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어떤 죄의식 등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조심스럽게 이렇게 결론을 내려본다. 어떤 포지션에 있던지,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 자신의 정신과 철학, 마인드가 아닌지. 내가 여전히 가슴떨려 하는 김혜린도 만화라는 지극히 통속적인 대중문화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펼쳐보였고, 노희경과 인정옥도 그 상업적인 드라마라는 장르 속에서 나름대로의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작가의 서문의 제목은 '비틀즈, 베토벤을 만나다.'이다. 제목이 상징하듯, 이 책은 대중문화의 텍스트를 가지고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대중문화의 가치와 예술성에 대해 설파한다. 그리고 그의 결론은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비대해져버린 이 대중문화 역시 예술성과 철학성을 지닐 수 있다,라고 말한다. 다소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지만, 이런 결론을 저자는 대중음악과 현대 미술, 그리고 영화를 예로 들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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