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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예전에 예전에 #밀리오리지널 #시티픽션 에서 읽었던 #봄날아빠를아세요 로 시작되는 서영동 관련 연작소설. 11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소설집이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역시는 역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진짜 주변 사람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빠져드는데, 그러면서 한 번씩 너무 공감되는 문장들이 있다
#봄날아빠 #부동산시장 #이기주의
예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결말이 이랬었나..아니면 그때 내가 끝까지 다 못읽은 건가 싶었다. 마지막 문장을 계속 곱씹게 되었으니까.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 위해 많은 일을 한다. 문제는 '재산권 수호'라는 명목 아래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렇게 노력(?) 해서 높아진 아파트 가격 때문에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기도 한다. 몇십 년 된 아파트를 10억 넘는 돈을 주고 들어가 층간소음에 주차난에 시달리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 가격이 정말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또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특권의식 같은 것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내 소중한 영역 안에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을 자신들이 부려도 되는 사람쯤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님처럼 아파트 평수로 친구를 판단하고 무리를 나눈다. 정말 이게..정상일까?
#경고맨 #아빠와딸 #아파트경비 #미친세상
두 번째 단편은 그 낡은 아파트에서 특권의식을 갖고 사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인 유정은 서영동의 대장아파트에 산다. 부모를 잘 만난 남편 덕분에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자신이 누려도 되는 것인지 얼떨떨해 한다. 그런데 퇴직하신 아빠가 그 근처 아파트에서 경비일을 하게 되는데, 자신이 늘 무심히 지나쳤던 경비원들의 고충을 가까이서 접하게 되는 내용이다. 이 소설에서 나는 정말 너무 감정을 이입했던 것 같다. 미친 세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또 아빠와 딸이라는 관계에 대해 너무 잘 정의해준 것 같다. 늘 아빠가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 뭐 사다 드리면 그냥 좀 드시지, 혼자 계실 땐 뭐라고 시켜 드셨으면 좋겠는데 등등 전에 엄마가 입원하셨을 때 엄마의 병수발을 드는 것보다 입맛 까다로운 아빠의 식사를 챙기는 게 더 힘들었을 정도였다. 집안일에 손하나 까딱하지 않으시는 아빠는 피곤한 존재이면서 또 한편으로 아빠가 귀찮은 마음이 들었다는 데 죄책감을 갖게 하신다. 그렇게 또 미안한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어, 주인공이 귤 한 봉지를 사서 아버지의 경비실로 갔다는 글에 울컥하게 된다
#샐리엄마은주 #영어유치원 #자식교육 보다 더 어려운 #엄마들과의관계
넷플릭스에서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三十而已)>의 구자가 생각났다. 아이를 좋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어렵게 인맥을 만들고, 아이가 잘 다닐 수 있게 쿠키도 만들고, 그러다 자기 아이를 방안에 가둔 유치원 학부모들과 싸우고..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학창시절에 소위 놀았다는 동창이 변호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변호사 남편을 직장에서 만나 결혼해서, 엄마들 사이에서 대장노릇을 한다. 나중에 그 학부모가 그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너무너무 내 주변에서 많이 봤던 일이라 크게 공감이 갔다.
"그런 여자들 중 하나로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생활도, 그런 여자들을 둘러싼 말들도, 오해도, 적의도, 정말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대체 그런 여자는 어떤 여자고 그렇지 않은 여자는 또 어떤 여자인데."
너무 맞는 말인것 같아 밑줄을 긋게 되었다. 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둔 엄마일 뿐인데, 엄마들 사이에서 그런게 무슨 소용인지. 아직 아이가 없어서 난 그런거 상관하지 않을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발 나는 겉모습 말고 사람의 내면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과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재산권 수호. 당신이 평생 성실하게 일군 자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래요. 입주자대표도 그래서 하는 거고."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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