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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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흥미진진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이 언제나 느닷없이 닥치곤 했던 젊음이 조금씩 사그라들면 일상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스스로의 과거에 짓눌리고 감수성은 경화되어 새로운 경험을 가지려면 작지않은 용기가 필요할 정도가 된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그렇게 일상에 짓눌려 가는 나에게 작은 노력으로도 새로움을 주는 하나의 탈출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과학에 문외한인 나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수치나 개념이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려 이 책을 읽고 있지 않은 바에야 그런부분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 그동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는데 이 책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신변잡기에 대한 부분이 너무 길게 기술되어 좀 거슬렸지만 거대한 우주에서 극미의 원자까지 생명의 기원에서 지구의 역사까지 흥미진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과학계통의 전공자로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거나 수치와 최신의 과학적 발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교양과학수준에서 읽을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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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생활사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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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잔잔한 감동의 울림도 차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첫째, 저자 차윤정은 인간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숲을 이루는 개별 생명체들 각각의 삶으로 시선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그러한 시선의 이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연의 관찰과 연구는 인간의 지적탐구와 인간에게 이롭게 활용하고자 하는 저변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애초에 인간중심일 수 밖에 없다. 도대체 해충은 무엇이고 잡초는 무엇인가.. 나름의 생명은 모두 각자의 생명에 충실할 뿐이다. 오히려 자연과 조화롭지 못하고 철저히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이 오히려 자연으로서는 자기증식밖에 모르는 암적인 존재는 아닐까.. 저자는 처음부터 이러한 거만한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있다.

둘째, 숲을 하나의 생명으로 보고 그 틀안에서 숲을 이루는 생명을 고찰 함으로써 생명간의 상관관계, 서로간의 투쟁과 협조를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분석에의 탁월함이다. 진보적인 생태주의자들 사이에서는 혹은 불교와 같은 동양철학에서도 그렇지만  개별로 혼자 존재하는 생명은 있을 수 없다. 서로는 서로에게 보생명이다. 이 책처럼 그러한 사실을 잘 증명해 내고 있는 책도 드물 것이다.

셋째, 또 하나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사려깊은 문체이다. 잠깐 한구절을 인용해 보자.  

p131 "숲의 생명들은 철저하게 자연의 지배를 받고 있다. 빛이 없는 밤은 철저한 휴식의 시간이다. 밤의 휴식이 없이는 한낮의 치열함을 견딜 수 없다. ~ 밤을 뜬눈으로 지새는 올빼미는 자연의 여백이다. 밤을 어슬렁거리는 자들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의 밤은 극단적인 반자연이다.."

책은 읽는 사람에게 모두 다른 모습으로 읽혀진다. 똑 같은 사람에게도 때와 장소와 마음에 따라 다르게 읽혀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딴 생각을 했고 잠깐 동안 집중하면서 인간의 오만함과 자연앞에서 겸허해야만 하는 인간의 당위를  깊은 울림으로 느꼈었다. 다른 분들은 조용한 숲속에 이 책을 들고 나가 아주 천천히 마음을 열고 읽으며 더 많은 것들을 얻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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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는 즐거움 -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섬 생활 25년
야마오 산세이 지음, 이반 옮김 / 도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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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25년간을 자연과 더불어 소박한 삶을 살아가며 가진 성찰이라는게 사실 너무 "소박" 하여 다소 실망스럽게 읽었다.  말로, 적절한 글로 표현하지 못할 뿐  농촌에서 자연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수많은 농부들도 이쯤의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한편으론  실제의 삶과 너무 동떨어져 글속의 현학적인 관념에만 너무 익숙해진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서 느끼는 실망감도 아마 그런 괴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이 든 때문일까. 책의 후반부는 자연과 더불은 일상에서 느낄수 있는 일체감과 행복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끼게 한다.  숲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조용하지만 역동적인 자연의 호흡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몸을 움직여 일하고 사색하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결코 사소한 일상의 행복이 아닐 것이다. 인간의 가질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 아닐까..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자꾸만 부지불식중에 배타적인 성향을 내면에 키워가며 인간과 자연에 자꾸만 소외되어가는 도시인, 첨단의 현대인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충실한 행복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여기에 사는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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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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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내내 거의 이 책을 끼고 지낸듯 하다.  시간이 되는 틈틈히 읽어간 이유도 있고,  동양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책읽는 사이사이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두에 내건 화두는 "관계론"이다.  서구 사상이 개별 존재에 중심을 두고 부단히 서로 경쟁하며 자기증식에 몰입하는  "존재론" 중심이 사상이라면, 동양사상은 모든 것이 관계망속에서 존재한다는것이다. 그래서 동양고전을 관통하는 이 "관계론"의 사상을 통하여 우리 자신의 현재 모습을 반추하고 "우물안 개구리"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창신의 담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저자의 동양고전 독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글 속에서 내게 던져진 화두와 같은 질문들이다. 화이부동, 서투름으로 도달하는 완성, 상선약수, 진보는 단순화다, 가슴으로 하는 사상, 실천으로 완성되는 사상,, 그리고 모든 사상은 기본적으로 우리 자신을 기존의 관념에서 해방시겨야 한다는 것..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생각의 주제들이 도저히 그냥 가만히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한 듯 하다. 깊은 생각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잠시나마  멀기만 했던 상념의 주제들이 되살아 온 것만으로 충분한 기쁨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내 사유와 실천으로 육화  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그저 타인의 "찌꺼기"가 내 속에 쌓일 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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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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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정신은 그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다.. 맑지 못한 정신만이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다..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끼게 되는 생각이다. 그리고 가만히 사람의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하여도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야생초와 그 생태에 관하여 주로 씌여진 이야기지만 더 깊은 본질은 결코 그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바쁘고 정신없이 살고는 있지만 실은 속은 텅빈 강정같은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 내면에의 응시, 그리고 위선없이 정제된 사유, 생명과 자연과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가면을 쓰게 되는가. 그리고 사소한 욕심과 탐욕으로 얼마나 스스로를 구속하는게 되는가..

저자는 감옥에 가지 않았더라도 진보적인 지식인으로서 한 몫을 다 했겠지만 지금 처럼의 진솔함과 자연과의 공감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의 고통스런 깨달음에서 단 한 줌이라도   얻어내야 한다.  "삶의 총체성"을 향하여 첫걸음을 옮길 수 있는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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